나는 대학원생

by 콩밥

나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낯간지럽다. 밖에서 종종 박사님 소리를 들으면 아이구 졸업 언제 할지도 모르는 박사과정입니다 하고 손사래를 친다. 상대방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텐데, 너무 점잔 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을 한다.


졸업을 하면 무얼 할 거냐는 질문에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그러게요, 앞으로 뭘 해야 할까요 얼버무리고 만다. 떳떳하게 교수를 하고 싶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운이 따라줘야 하는 일이라고 들 하니까. 나는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고, 대체로 해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한 사람이 유리하다니까 말이다. 그게 아니면 연구 실적이 엄청 좋아야 한다는데 내 이름으로 나온 논문은 아직 두 개뿐이다. 쟁쟁한 경쟁자들은 적어도 두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논문을 썼을 테다. 게다가 내 생각에 나의 논문들은 이미 유행이 지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 같다.


대학생일 때는,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 무한한 가능성 혹은 기대감이, 좋으면서도 싫었다. 명확한 직업과 소득 수준이 보장된 학과나 전문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길 말고 다른 길은 없을지, 좀 더 두근거리고 신나는 일은 없을지,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렇다고 뭐 하나 진득하게 한 것은 아니어서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도 근거 없는 낙관에 빠져있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지금 속해있는 연구실은 한 학기 인턴을 해보겠다고 들어온 곳인데, 내 자리와 컴퓨터가 생기고 나니 여기 말고 다른 곳에 가기도 눈치가 보이는지라 어중이떠중이 눌러앉은 곳이다.


무튼 이상은 높으나 매사 두리뭉실한 성격답게 스물아홉이 되어서도 나의 위치는 참으로 애매하게 되었다. 대학원생이라는 직업은 참으로 애매한 것이다.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적지 않고 그렇다고 그 긴 시간 동안 마냥 논 것은 아니어서 잡다하게 뭔가를 많이 알게 된 것 같기는 한데 딱 어디 쓸모가 있다고 말하기가 또 애매하다.


그래서 나를 대학원생이라, 박사과정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한참 미루어왔다. 나, 대학원생이야. 스스로도 어색한 이 명칭, 당최 뭘 하는지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 직업, 그리고 이제야 연구가 무엇인지 조금 몸에 익었는데, 교수님께서는 졸업을 하라 하시니, 졸업을 앞두고서야 나는 나를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할 마음이 조금은 들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