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사람이 살다 보면 유독 짜증을 유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객일 수도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고들 말하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기분이 고스란히 태도로 드러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런 순간이 오면 우리는 거의 자동으로 이렇게 반응합니다.
“아, 저 사람 왜 저래?”
그런데 저는 요즘 이런 순간일수록 한 번쯤 질문을 바꿔보는 게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무작정 판단하기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한 박자 늦춰 들여다보는 자세 말입니다. 이 생각의 전환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짜증으로 끝날 관계를 이해로 바꾸기도 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스스로 막아주기도 하니까요.
이런 태도에 대한 영감을 저는 한 인터뷰에서 얻었습니다. 배우 구교환 씨의 연인으로도 잘 알려진 영화감독 이옥섭 감독님의 이야기였는데요.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을 조금 더 귀엽게, 매력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짜증이 안 난다”고요.
예로 든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님이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아주 좁은 칸 안에서 한 여성이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환기도 잘되지 않는 공간에서 냄새까지 나니, 사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겠지요. 그런데 그 순간 감독님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장면을 영화로 찍는다면, 기차 안에서 매니큐어를 바르는 여자 배우의 모습은 어떤 느낌일까?’ 그렇게 캐릭터를 상상하자, 아까까지 거슬리던 장면이 갑자기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짜증은 그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고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강한 멘털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멘탈이 강하다는 건 감정을 억누르거나 참아내는 힘이 아니라, 같은 상황을 다른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제가 이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정말 존경하는 한 매장 매니저님이 계셨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던 분이었고, 저는 매장에 방문해 직원들을 코칭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제가 직원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때마다, 늘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요즘 이 직원이 매출을 얼마나 내고 있다”거나 “퍼포먼스가 어떻다” 같은 이야기보다는, 그 직원이 요즘 어떤 상태인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최근에 가족 일이 있었다거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이야기, 요즘 유난히 기운이 없어 보인다는 개인적인 이야기까지도요.
처음에는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야기까지 굳이 알아야 할까,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매니저님이 왜 그런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겼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사람은 언제나 똑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만약 내가 정말 소중하게 아끼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거나, 사랑하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냈다면, 그다음 날도 이전과 똑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유능하고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도 감정적으로 큰 상처를 입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마찬가지로, 정말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을 했다면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쓸지라도, 이전과 똑같은 에너지와 활발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이렇게 기대합니다. “원래 밝았잖아.” “원래 잘하던 사람이잖아.” “프로라면 이 정도는 감당해야지.” 하지만 그 기대는 어느 순간 굉장히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감정의 굴곡이 있다는 사실을 지워버린 채, 늘 같은 상태로 존재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니까요.
이 시선은 고객을 대할 때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이 유난히 까칠하게 굴거나, 평소보다 예민한 태도를 보일 때 우리는 쉽게 “진상이다”라고 단정 짓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요. 이 사람에게 오늘이 유난히 힘든 하루였을지도 모른다고요.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오늘 아끼던 지갑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고, 일이 계속 꼬여서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는 날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존경했던 그 매니저님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한 박자 늦춰 생각하는 분이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태도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있을지도 모를 하루와 사정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직원들에게는 안정감을, 고객에게는 배려를 만들어낸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그분을 보며 배려란 거창한 친절이 아니라, “오늘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한 번 더 상상해 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시선을 가질수록 제 멘탈도 훨씬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순간, 나 스스로도 덜 상처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느끼게 되었습니다. 유독 까탈스럽게 구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왜 저럴까”라고 단정 짓기보다, “오늘은 정말 힘든 일이 있었나 보다”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그 사람을 내가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고, 조금 더 깊은 마음으로 위로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관계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배려는 상대를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결국 가장 먼저 변화하는 건 나 자신입니다. 타인의 태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더 이해하려는 사람은, 쉽게 상처받지 않고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흘려보낸 친절과 사려 깊음은 시간이 지나 다시 다른 형태의 기쁨과 감사, 그리고 배려로 나에게 돌아옵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오늘 하루, 유난히 날카롭게 느껴지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렇게 질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 사람에게 오늘은 어떤 하루였을까.” 다른 사람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해 보려는 이 작은 시도가, 어쩌면 우리의 멘탈을 가장 단단하게 만드는 연습일지도 모릅니다.
PROJECT KEEPGO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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