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읽점 #4 [페스트]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유는 간단했다. 코로나 시국에 페스트에 대한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다. 고전이라 불리는 이 책을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읽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소설을 먼저 접하고 코로나를 겪었다면 조금 다른 기분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놀란 점은 단순한 사람의 감정이나 질병의 확산을 넘어서 사회, 경제적 변화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이었다. 자세하게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 붕괴하고 사람들이 반응할지에 대한 꽤 정확한 예측을 내어놓았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진다. 종교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지만 아무리 신앙심이 강한 사람일지라도 전염병을 무찌르지는 못한다. 이기적인 욕심으로 밖으로 벗어나려는 이들이 생기고 반대로 그들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나는 코로나 속에서 사람들이 모두 개인이 되어버리는 것이 무서웠다. 각자 집에만 있어 사람을 대하는 법을 까먹거나 새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외로움. 밖에 나가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서 서로의 표정을 살필 수 없는 어색함. 기침이라도 하면 그 사람에 대한 걱정보다 전염이 두려워 피하게 되는 기피. 지역에 확진자가 나오면 일단 욕을 하고 보는 사람들과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 위생을 이유로 접촉조차 피하는 차가운 세상이 두려웠다. 소설 역시 사랑, 개인, 의무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고 나는 어느 시대든 전염병은 같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솔직히 코로나 이전의 우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추천할 수 없는 대상이지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사람을 고르라면 그 사람들이다. 쥐는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쥐가 물어오는 것은 단순히 전염병 그 자체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