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가 안 보일 때
대학교 때 꽤 자주 들었던 말이 있었다.
"난 네가 진짜 부러워.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잖아. 난 도저히 모르겠거든."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언론계에서 인턴을 해왔고 관심사도 온통 뉴스에 포커스가 맞춰진 탓에 진로를 결정할 때 큰 고민이 필요 없었다.
친구들, 후배들, 심지어 선배들까지 내게 와서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냐고 물었을 때, 나는 자신 있게 되물었다. "그게 왜 어렵죠?" 정말, 진심이었다....
내가 그 당시 추천한 방법이다
1. 일단 가고 싶은 분야를 세 개로 좁힌다
--> 예를 들어: 세일, 마케팅, 헤드헌팅
--> 다만 전공이랑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야 한다.
--> 예를 들어 저널리즘 전공인데 은행에 가고 싶으면 비즈니스 복수전공이나 은행 back office 인턴 지원 등
--> 다양한 분야에서 해보는 것이 좋다.
2. 고른 세 분야에 대해서 충분한 조사를 한다.
--> 구글링, 관련 분야 사람들 만나보기 등등
3. 그 분야에서 인턴쉽을 해본다
4. 대충 싫어하는지 괜찮은지 윤곽이 나온다.
어떤 부분은 내가 크게 헛소리를 한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1. 전공 관련된 일만 하면 그 분야를 깊게 알 수는 있지만 대학교 때와 사회 초년생 때는 이것저것 해보면서 두루두루 배우는 게 좋은 것 같다.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를 알면 내가 모르는 것과 아는 부분, 그리고 앞으로 알아야 하는 부분의 점들이 조금 더 잘 연결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
2. 관련 스킬만 있으면 전공 밖 다른 분야도 취업은 가능한 것 같다 (엔지니어링, 건축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 제외). 예를 들어 작년에 취업준비를 하면서 받은 오퍼들은 sales, operations, retail manager 등 저널리즘인 내 전공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분야였다.
1. 그 분야에서 인턴을 해봐도 실제 풀타임으로 하는 것과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
2. 일이 좋아도 다른 여건 (월급, 근무환경 등)이 불만족스러우면 그 일이 싫어질 수 있다.
3. 사람이란 동물은 마음이 자주 바뀐다.
4. 내가 그 일을 좋아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으로 sustainable하지 않을 수 있다.
5. 고로 내가 그 일을 좋아해도 여러 이유 때문에 그 일이 싫어지는 기괴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이유는 짧게 설명하자면....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많다. 모두들 겪는 고민 같은데 또 나만 겪는 고민 같기도 하고.
아는 친구가 A quarter life crisis라고 한다. 맞는 말 같다.
내가 뭘 원하는지에 따라서 직업이 결정되어야 될 것 같은데 내가 결국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니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이 배에서 내려야 되는지 끝까지 항해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일까?
어떤 날은 매일 커피 한잔만 마실 수 있는 돈이 있어도 온 세상이 내 것 같고
어떤 날은 나보다 더 멋진 작품을 프로듀싱하는 동료가 한없이 부럽고 샘이 난다
어떤 날은 티비에 나와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어떤 날은 그냥 6시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 행복할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