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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May 05. 2019

노브라로 여름 나기

용기뿐만 아니라 노하우도 필요하다

내가 여름에 제일 싫어하는 두 가지 — 땀, 그리고 땀 찬 브라.


땀을 잘 흘리는 내게 여름은 가혹한 계절이다. 특히 여름은 브라를 입어야 하는 여성에게 더 힘든 계절이다. 아무리 얇은 소재의 브라를 입어도 금방 땀이 차서 찝찝하고 가끔 땀띠까지 생긴다.


사실 나는 노 브라 (no bra)의 삶을 꽤 오랫동안 살아왔다. 더 많은 여성들이 (아주 편한) 노브라의 삶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저번 글에서 썼듯이 -- 나는 브라가 너무 불편하고 건강에 해로워서 가급적 안 하고 다니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니, 아시아에서, 브라 없이 돌아다니기란 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설리처럼 유두를 보였다가 관종 취급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야릇한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이 브라를 착용하는 관습은 꽤 최근에 생긴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가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처음 사준 스포츠 브라를 시작으로 지난 이십몇 년 간 나도 열심히 브라를 착용했다. 와이어가 달린 브라에 살이 눌려서 벌게져도 참았고 빠른 성장기를 거치며 가슴에 더 이상 맞지 않는 브라 때문에 밥을 먹을 때마다 소화 불량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몸무게에 따라 가슴 사이즈가 자주 변해서, 일 년 전에 산 브라가 작을 때도 클 때도 있었다. 십 대 초반을 거쳐 이십 대 중반까지 브라는 어정쩡하게 내 가슴에 붙어서 숨을 옥죄여왔다. 대학교 때는 겨울에만 브라를 안 하고 평소에 헐렁한 스포츠 브라를 하고 다녔는데 친구들이 '유치원 브라'라고 놀리곤 했다.


하지만 약 삼 년 전, 싱가포르에서 그마저도 관뒀다. 일 년 내내 28-31도 (체감온도 38도)인 'Sunny Island'란 별명을 가진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도저히 더워서 못 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과감하게 브라를 벗어던졌다.


하지만 브라를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용기뿐만 아니라 노하우도 필요하다. 겨울에는 두꺼운 코트를 입으니 그리 어렵지 않으나 얇은 옷을 입어야 하는 여름에는 나름의 비법이 필요하다.


브라를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용기뿐만 아니라 노하우도 필요하다.



다가오는 여름, 축축한 브라가 벌써 두려운 그대를 위해 나만의 노하우를 끄적여본다.  





1. 처음부터 벗어던질 필요는 없다.


평생 하던 브라를 갑자기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 뜀박질 전에 준비운동이 필요하듯이 나도 브라를 졸업하기 전 몇 가지 단계를 거쳤다.


먼저. 아주 편한 브라를 찾자. 나의 편한 브라의 정의는 1) 와이어가 없고, 2) 땀 흡수를 잘하며, 3) 숨쉬기에 지장이 없는 브라다.


요즘 유행하는 브라렛도 좋다. 브라렛은 보통 레이스 소재로 만들어져서 땀이 차지도 않고 가볍게 입기 좋다.


Cos의 브라렛 (출처: Cos 공식 웹사이트)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브라렛보다 유니클로 브라를 추천한다. 왜냐면 브라랫마다 컵 사이즈가 다르게 제작된 경우가 많아서 내 가슴에 맞는 브라렛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레이스 재질로 제작된 브라렛을 입으면 가끔 가렵기까지 했다.


유니클로 브라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슴 서포트를 원하면 '뷰티 라이트' 라인을 착용하면 된다. 뒤에 훅 (hook)도 없고 와이어도 없어서 매우 편하다. 하지만 두꺼워서 여름에 입으면 땀이 찬다는 단점이 있다.



출처: 유니클로 공식 웹사이트



내가 애용하는 브라는 유니클로의 '릴랙스' 라인인데 입으면 이름에 걸맞게 몸이 relax 해진다.


생긴 건 스포츠 브라랑 똑같은데 더 얇고 땀을 흡수하는 재질이라서 땀이 차도 금방 마른다. 약간 작은 사이즈로 입으면 스포츠 브라로도 손색이 없다.


나는 워낙 편한 것을 좋아해서 안에 있는 말랑말랑한 브라 컵까지 빼고 입는다 (옆에 빼는 구멍이 있다). 여름에는 몸에 옷이 붙는 느낌이 너무 싫어서 브라도 살짝 크게 라지 사이즈로 입는다.

출처: 유니클로 공식 웹사이트



2. 니플 테이프를 사용하자


브라 와이어가 몸을 조이지 않는 가벼움에 익숙해졌으면 이제 서서히 브라를 졸업할 때다.


내가 브라를 안 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유두는 어떻게 가리나요?" 인데 Nipples Tape (니플 테이프)이라는 마법의 도구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실리콘과 스티커 타입이 있는데 다이소나 온라인 (쿠팡, 위메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http://www.wemakeprice.com/deal/adeal/2240599



나는 개인적으로 테이프를 선호한다. 왜냐면 실리콘을 착용한 날, 회사에서 (!) 걷다가 (!) 실리콘이 (!) 바닥에 (!) 떨어진 적 (!) 이 있기 때문에... 그 후 절대로 실리콘은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접착성이 괜찮은데 싱가포르가 너무 더워서 가슴에 땀이 차서 떨어진 것 같다...)


테이프의 장점은 - 가슴에서 땔 때 크게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고 한두 달 착용하는 실리콘보다 더 위생적이고 가격도 저렴하다.



3. 옷의 재질과 색을 고려하자


솔직히 아무리 니플 테이프를 붙여도 흰색 리넨 (linen) 재질의 옷을 입으면 가슴 모양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핀란드에 살면 상관없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서는 시도하기 힘들 것 같다. One day!


다행히도 옷의 재질과 색을 고려해서 입으면 충분히 브라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일단 여름인 만큼 제일 먼저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리넨 소재의 옷을 추천하고 싶다.


흰색 리넨을 제외하면 대부분 리넨 소재의 옷은 브라 없이도 입을 수 있다. 나는 무채색을 좋아하고 보이시한 옷을 주로 입는 편인데 여름에는 내 몸보다 약간 큰 리넨 셔츠를 즐겨 입는다.


읍읍 B컵인데 리넨을 헐렁하게 입으면 티가 안 나요


나의 스타일의 시초는 -- 싱가포르에서 피디를 했을 때 야외 촬영이 많았다. 입사 초에는 드레스를 입다가 불편함과 더위를 견디지 못해 무인양품에서 (MUJI)에서 헐렁한 리넨 셔츠 열 벌을 사서 매일 돌려 입었다. 리넨 셔츠는 정장 바지, 청바지 그리고 반바지에도 다 어울리기 때문에 옷 고민이 귀찮은 내게 딱이다.


나는 주로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에서 무채색의 리넨 셔츠를 사는데 보통 M~L를 사면 상체에 루즈하게 맞는다 (참고로 나는 키가 164cm, 바지는 55-66 입는다).


나는 상의를 항상 살짝 크게 입는다. 내 몸의 윤곽이 드러나는 옷을 안 좋아한다. 별 이유는 없다. 그냥 어릴 때부터 그랬다. 만약 본인이 옷을 타이트하게 입는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노브라를 선뜻 추천하지 않는다. 옷이 몸을 감쌀수록 가슴이 강조가 되고 그러면 브라를 안 한 티가 나기 때문에 본인이 어색하거나 부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신경 안 쓴다면, good for you! You go girl.




재킷이나 스카프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가끔씩 특정 재질의 옷을 입을 때 니플 테이프를 해도 유두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럴 때는 스카프나 블레이저 (blazer)를 걸쳐서 가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스마트 캐주얼 (smart casual)을 요구하는 이벤트나 디너에 이렇게 입는다.




4. 사람들은 당신의 가슴에 별로 관심이 없다


말 그대로 사람들은 생각보다 당신의 가슴에 별로 관심이 없다. (보통) 사람들은 (보통) 걸어 다니면서 사람 가슴을 뚫어지게 (보통) 쳐다보지 않는다.


여러 이유로 노브라는 시도해 볼만 하다. 처음에는 길거리를 나체로 활보하는 기분이 들겠지만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사람들은 당신의 가슴에 별로 관심이 없다'라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Bra is not for everyone. 현재 착용하고 있는 브라가 편하고 마음에 들면 계속 예쁘게 입고 다녔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같이 브라가 너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여성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Cover Photo: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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