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서만 아니라 삶에서도 정답이 아닌 반드시, 절대, 꼭
"나 이번에 그거 꼭 해야 돼"
"나 그거 안 되면 진짜 큰일 나"
"나 그거 반드시 해야 승진을 할 수 있어"
"나 결혼은 절대 안 할 거야"
"나 대학원은 절대 안 갈 거야"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드시, 절대, 꼭, 진짜라는 단어를 듣는다.
나도 예전에 이 단어들을 참 많이 쓰면서 내 삶을 들들 볶았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저 단어들이 내 삶을 정말 많이 가로막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절대, 꼭, 반드시 되야 한다는 일들은 내 뜻대로 완벽하게 된 일이 별로 없지만, 반대로 뜻하지 않은 커다란 행운이 내 뜻과 상관없이 많이도 찾아왔었다.
시크릿이 한창 유행하면서 우리들의 머릿 속에 오류로 자리 잡은 이상한 메카니즘!
그건 잘 되지 않은 일은 끝내주게 하나도 빠짐없이 카운트 하면서, 뜻하지 않게 잘 된 일은 거의 카운트 하지 않아 그 행운의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지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 머리 속엔 이루어지지 않은 꿈들만이 가득 자리를 잡고 있다.
20대, 30대의 나는 강박적으로 하기 시작한 일은 모두 잘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가 잘 하고 싶었고, 또 20대 때는 예쁘고 싶었다. 결혼도 잘 하고 싶었고, 애들도 잘 났으면 좋겠고, 회사에서도 인정 받고 싶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절대] 라는 단어!
나는 결코 모든 걸 절대 잘 할 수 없는 능력이 탁월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범하기 그지 없던 내가 뭐든지 잘 하려고 하니 해야 할 게 많았다.
남보다 반드시 일찍 일어나서 책을 봐야 하고, 6시 이후에는 절대 먹으면 안 되고, 영어는 꼭 잘 해야 하고, 그걸 못 해내면 진짜 큰 일이 날 거 같은 맘이 들고 그랬다.
이렇게 나를 여기 저기의 틀에다 가둬 두고 살다 보니 좌절도 빨리 오고, 포기도 빨리 왔다.
나는 잘 하는 것만 내 곁에 둬야 하니 안 되는 일은 빨리 포기해 버렸다.
그러다가 어떤 때에는 다른 것을 찾기도 전에 무기력이 찾아오기도 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지인이 나타나 이런 말을 해주었다.
"평범도 노력해야 하는 거야."
뭔가 노력하지 않으면 사는 것 같지 않는 생각이 드는 나에게 이 말도 독이 되었다.
가만 놔두면 되는 '평범' 을 위해서, 누구도 규정 지을 수 없는 '나만의 평범'을 위해서 노력을 했으니 말이다.
인생에는 플랜 B가 플랜 C 가 끝도 없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40대가 넘어서이다.
내가 [절대] 갖고 싶었던 것들이 하나, 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없어져 버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 아는 젊음부터 말이다.
만약 20대, 30대의 나라면 정말 정말 큰 좌절을 했을 거다.
그런데 40대쯤 되니 뜻 하지 않게 주어진 행운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나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때는 후회만 가득 안고 했던 퇴사, 그 때는 실패인 줄 알았던 불합격들은 나를 다른 방향으로 꺾게 했는데, 바로 그것들 때문에 만들어진 지금의 삶은 그야말로 편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걸!
그래도 난 지금 여기 와 있을텐데.....
나는 그동안 내가 '절대, 꼭, 반드시, 진짜'라고 붙여 한 일들 때문에 힘에 겨웠었다.
그냥 내게 주어진 대로 살았더라면 더 빨리 지금처럼 지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신, 힘 겨움이 있었기에 지금이 더 감사하고 만족스럽기도 하다.)
"물 흐르 듯이 살면 돼"
이건 한창 고민이 많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나의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사실 나는 그들에게 이 말을 할 자격이 없긴 하다.
나는 연어처럼 기를 쓰고 거슬러 올라가려고 저항하면서 살았으니깐...
하지만 거슬러 살았기에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기회를 외면했고, 즐거울 수 있는 일들을 쳐다도 보지 않고 살았는지 말해줄 수 있다.
이미 주변에 많은 것들이 포진되어 있으니 더이상 절대, 반드시, 꼭 이라는 단어로 스스로 옭아매지 말라고 말이다.
물 흐르듯이 살게 된 후 나는 훨씬 편안해 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전에 집착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느냐고?
글쎄...
이젠 그 성과조차 나에겐 많이 의미 없어 보이긴 하는데, 나름 참 잘 살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