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아니라 둘, 둘이지만 하나.
얼마 전부터,
'민수'의 '섬' 이라는 노래에 빠졌다.
섬으로 가요 둘이
바다로 둘러 쌓인
우리의 시간이 멈출 것 같은 곳으로 가요
별 거 없어도 돼요
준비하지 말구요
아무 걱정 없는 상태가 되면 좋겠어요
노래가 너무 달다.
들을 수록 참 달다 싶은데,
노래 속에 담긴 이런 감정은 뭘까?
둘이 있고 싶은 감정.....-_-
나는 결혼 10년 차가 되어 가는 중이다.
연애를 졸업한 지 10년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 사이, 아이를 셋을 낳았고,
우리는 연애 때와는 또 다른 의미의,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었다.
상대방이 죽으면 혼자 애들을 키우기 힘들어
죽고 못 사는 사이라고 서로 농처럼 말한다.
결혼과 육아는 나로 하여금
그 어느 때보다, 혼자이고 싶게 한다.
내 손을 원하고, 내 손을 거쳐야만 하는 존재들을
벗어나서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시간들을 원하지만 실제로 그런 시간은
나무를 깎는 시간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섬으로 가야 한다면,
둘이 가고 싶을까?
혼자이고 싶을까?
남편과 둘이 섬에 있다. (가정이다)
어쩌면 내가 원한 것은 아니다.
자발적인 섬 생활은 아닐 것이란 말이다.
우리 둘이 섬으로 가요, 가 아니라,
어쩌다 둘이 섬에 갇혔어요, 란 말이다.
나는 아마도 어쩔 도리없이 갇혔군,
혀를 끌끌 차고는 생존 걱정 따위는 접어두고
누군가가 언젠가 구하러 오겠지 하고는
섬을 돌아다니며 나무를 잔뜩 주워올 것이다.
그리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나무 칼들로
숟가락을 만들고, 포크를 만들겠지.
(나는 나무를 깎는 일을 하고 있다)
될대로 되라 하는 내 성격과 정 반대인 남편은
아마도 섬에서 탈출할 수 있는 무수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또 연구하고, 걱정하고 또 걱정해가며,
생존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갈 것이다.
불을 피우고, 잘 곳을 만들고,
화장실을 마련하고, 먹거리를 구하고,
마지만엔 배 같은 것을 만들지 않을까 ㅋㅋㅋ
서로의 태도에 묘한 짜증을 느낄 것이다.
나는 남편의 조급함에,
남편은 나의 느긋함에.
쟤는 무슨 생각으로 저러고 있는 거야?
하지만 싸움이 될까봐 말로는 뱉지 않는다.
그러다가 한 명이 나무를 주우러 혼자 사라진다거나,
한 명이 먹거리를 찾으러 혼자 가버린다면,
남은 이는 다른 이의 빈 자리를 느끼게 될 것이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아무래도 찾으러 가봐야 할까?
같이 나설걸, 하며 후회를 하다가,
저 멀리서 상대가 말도 안되게 많은 양의
먹거리라던지, 나뭇가지를 들고 나타나면
빙그레 웃겠지. 그럼 그렇지. 하며.
해가 슬쩍 넘어가고,
바다를 물들이는 노을이 지면,
아- 이걸 아이들이랑 못 봐서 너무 아쉽다!
딸이 이걸 봤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이 모래를 보면 애들은 환장했을거야!
아들은 벌써 물고기 잡는다고 난리였을 걸?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눠가며
별 것 없는 소소한 저녁 식사를 마칠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서로에게 침묵이 찾아오고,
각자의 일을 한다.
나는 느긋하게 나무를 깎고,
남편은 섬을 탈출할 방법을 연구하고.
조급한 남편에게 나의 태도는 안도감을 주고,
느긋한 나에게 남편의 태도는 긴장감을 준다.
서로 그렇게 상호보안해나가며,
엇나가던 톱니바퀴가 자연스럽게 굴러간다.
그저 숨쉬듯,
상대가 내 근방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때로 짜증을 느끼고-
때로 행복을 나누며.
지금 살고 있는 방식대로
둘만의 섬에서도 살아 나가지 않을까.
by 따뜻한 나무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