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 백수로 산다는 것
덜컹 겁이 났다.
어느 누구나 인생 여정의 첫 출발지는 다르지만
마지막 종착지는 정해진 곳으로 좋든 싫든 가게 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언제 도착할지 그 시간을 모르고 있을 뿐
그 시간이 언제 올지 겁이 났다.
반드시 오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날을 당당히 맞이할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는
무모하리 만큼 막연한 내일을 살아내는 이전의 나,
어느 하나 나에게 자유를 주지 않았다.
아니다. 주어진 자유를 내 의지대로 이끄는 삶을 살지 못한 것이 맞는 표현인것 같다.
정해진 틀안에서 내가 누린 자유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잠깐의 일탈이였음을
태어나서 20년은 우리 부모처럼 살면 안된다는 , 더 배우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 가르침에
맹목적인 순종에 길들어지고 옳고 그름을 배워가는 온전한 나만의 시각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 군대를 지나 설익은 청춘은 29년이라는 자본과 생존의 경쟁게임에
주인이 아닌 하인으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알맹이가 없는 허수아비처럼,
실체가 없이 빛이 바랜 그림자처럼 흔적을 남기며
오늘, 여기까지 떠밀려 왔다.
고로 나는 없었다
자랑할 만한 스토리도 남루하고 가난한 철학도
어느 하나 물려줄 , 무엇하나 남겨줄 유산도
나는 자유로 날지 못했다.
그래서 억울하기도 했다.
더 잘 살아내지 못해서
그리고 가야할 종착역에서
흡족한 인생을 살았노라
내마음 하나 새겨놓을 유언하나 없음을
덜컹 겁이 나고 무섭고 또 억울해 할 것이다.
최고의 선택, 스스로 증명해 보일 시간
살면서 언젠가는 끝이 있음을, 그 끈을 놓아야 할 때, 타이밍이 있음에도
세월이 달아준 남편, 아빠,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른이라는 이름만 달고
그 무게에 무력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어제의 나를 보며
난, 어제의 나...그리고 지금의 백수에게 위로와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
그렇다고 지난 흔적이 너무나 한심하다고 스스로 자학에 빠질 이유는 없다.
세상으로 부터, 그리고 그림자처럼 살아온 그 시간으로 부터 멀어지자고 한 그 결심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였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기 위한 앞으로의 시간이 있으니...
백수로 산다는 건
주어진 삶의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을 자유의지로 지배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