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로 혼자 건너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특별히 대단한 성취가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생활도 즐겁게 보냈고 미국에서의 생활도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입니다. 처음 미국에 오기로 결심한 이유는 거창한 꿈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박사 과정을 보내던 어느 날, 친구들과 농담처럼 “미국 가서 빅테크에서 일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고 웃으며 던졌던 말이 씨앗이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어느 순간 현실적인 준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매일이 신났지만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도 함께 따라왔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두근거림은 옅어지고, 대신 한국에서 오랫동안 쌓아왔던 안정감의 부재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여기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일에서 오는 즐거움과 생활의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이 뒤섞이며 공허함과 그리움이 조금씩 스며들었습니다. 그렇게 1년, 2년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실리콘밸리의 풍경과 리듬 속에 저도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습니다. “아, 여기도 그냥 사람 사는 곳이구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저는 원래 여러 분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방금도 글을 쓰기 전에 최강록 셰프의 “요리를 한다는 것”을 읽다가 왔어요.). 그러다 문득, 저 역시 기록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미국에 혼자 오며 느꼈던 감정의 변화들, 다사다난했던 경험들,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과정들을요. 이 책은 미국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는 아닙니다. 제가 그런 조언자가 될 만큼 현명한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오래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의 평범한 기록을 담담하게 남기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한 개발자의 이야기로 가볍게 읽히길, 또 누군가에게는 혼자 타지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작은 공감이 되기를 바라며, 이 에세이의 첫 장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