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와칭

#새 관찰 #까마귀 #까치

by 밍크

이사 전에 살던 동네에는 까마귀가 많았는데, 이 녀석들이 쓰레기 보관함에 있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마구 헤집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건물 관리자가 그물망으로 쓰레기 보관함을 막아도 보았지만, 머리가 좋은 까마귀는 다양한 방법을 써가며 기어코 쓰레기봉투를 찢곤 했다. 인간과 동물의 끊임없는 두뇌싸움 같달까? 게다가 운전 중에 도로 바닥에 있는 로드킬 사체를 뜯어먹는 까마귀를 몇 차례 본 적이 있어 까마귀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까마귀는 그냥 ‘밥’을 찾아 먹은 것 뿐이긴 하다.)


세종에는 까마귀는 별로 없고 까치가 많다. ‘새’ 하면 곡선으로 유려하게 나는 것만 생각했는데 까치가 땅바닥에서 옆으로 총총 뛰는 것을 보고 그만 반해버렸다. 나뭇가지를 꼭 움켜쥔 발톱 모양새와 자기 몸통보다도 긴 꼬리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다. 머리, 목, 등, 꼬리 부분은 검은색이고, 배는 흰색, 날개는 남청색 그러데이션, 자연의 색은 언제나 조화롭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에도 까치가 많은데 우연히 자기 몸길이보다도 훨씬 긴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날아가는 까치 한 마리를 보았다. 완성된 새 집은 흔히 봐 왔지만, 집을 짓는 과정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무척 신기했다.


강아지와 산책하느라 천변에 가면 청둥오리 떼와 왜가리도 흔히 볼 수 있다. 보통 왜가리는 한두 마리 정도 보는데 최근에 갔을 때는 무려 여섯 마리가 있었다. 왜가리가 목을 자유자재로 길게 뺏다 구부리는 모습도, 먹이를 잡는지 물속에 부리를 집어넣는 것도 귀여웠다. 천변 산책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왜가리 한 마리가 아파트까지 따라오길래 ‘너희 집으로 돌아가야지. 너무 멀리 가면 길 잃어버려......’ 속으로 말했는데, 알고 보니 아파트 단지 안 나무 꼭대기에 왜가리 집이 있었다. 자기 집에 갔을 뿐인데 괜한 걱정을 했다니 웃음이 났다.


요즘은 새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소리가 나면, 어떤 새가 소리를 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꾸꾸까까” 처럼 들리는 소리를 듣고 검색해 보니 멧비둘기 소리였다. 이래서 새를 관찰하는 취미가 있는 거구나(한자는 ‘찾을 탐’을 써서 탐조. ‘새 관찰’보다 뭔가 있어 보이는 이유는 뭐지?)

* 사진은 남편이 익산에 출장 가서 찍어온 것이다. 까마귀가 너무 많아 사진에는 전체를 다 담지 못하고 일부만 찍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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