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레인 Oct 28. 2019

옷을 왜 그렇게 입어?

좋은 옷과 좋은 스타일을 고민하며 우리는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옷을 너무 좋아하는 윤준구입니다. 옷을 좋아하기 시작한 중학교 이후로 정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옷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정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옷과 패션 브랜드에 대한 글과 사진들을 봐왔던 것 같네요. 그리고 기회만 되면 이 매장 저 매장을 다니며 다양한 브랜드들의 옷을 찾다녔습니다. 아무래도 옷이라는게 실물을 보며 눈으로 뜯어보고 직접 만져보고 입어봐야 하니까요.지금 제가 LF라는 패션 브랜드에서 MD를 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직업에 대해서 투정하지 말아야겠네요.) 어찌됐든 옷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옷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옷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 중 오늘은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옷을 엄청 잘 입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옷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옷에 돈도 많이 썼고 시간도 많이 썼죠. 물론 지금도 좋은 스타일을 찾는 중이라 옷 사는 데에 열심히 돈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점들을 여러분들에게 전달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느낀 점 속에는 무엇이 좋은 스타일인지, 또 좋은 스타일을 갖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몇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에이 무슨 옷 얘기야.’ 하면서 옷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제 글을 읽지 않는 것입니다. 작은 바람이지만 그런 분들이 제 글을 읽고 옷과 스타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옷은 생각보다 ‘좋은 삶’을 사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물론 좋은 옷과 좋은 스타일이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좋은 영화, 좋은 음악, 좋은 음식 역시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 인해 삶의 꽤 많은 부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옷도 음악, 음식, 영화 못지않은 깊이와 역사가 있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좋은 옷이 해주는 이야기에 관심을 둔다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습니다.


그럼 좋은 스타일이란 무엇일까요? 일단 스타일은 잘생기다 예쁘다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패완얼 패완몸 이라는 말이 너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얼굴과 몸이 별로면 어차피 옷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데요. 좋은 스타일은 얼굴과 몸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 왜소하면 왜소한 대로 좋은 스타일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디 앨런, 봉태규, 김기방 씨를 보면 좀 설득이 될까요? 조각 미남도 아니고 모델 같은 몸을 가진 사람들도 아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 확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스타일 적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주기도 하죠.


이렇게 스타일이 좋은 사람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단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누군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에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는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 아는 자기에 맞는 옷을 고릅니다. 결코 타인의 시선과 같이 외부적인 요인에 맞추어 자신의 스타일을 정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좋아하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큰 용기입니다. 그래서인지 더 멋스러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도쿄 오모테산도 꼼데가르송 매장에 가면 할아버지 스태프가 있습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할아버지인데요. 언제나 꼼데가르송 의류를 멋지게 착장하고 있습니다. 옷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꼼데가르송 의류들은 굉장히 전위적입니다. 분홍색 반짝이로 된 연미복과 배기팬츠에 니삭스를 입고 있는 그 노신사를 보면 정말 너무너무 멋있다고 느낍니다. ‘노신사는 이래야 한다.’라는 암묵적으로 있는 타인의 기준을 타파하는 멋진 사람입니다. 항상 그분을 보면 나도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힘듭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좋아하는 것이 있더라도 자신이 그걸 왜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이건 결국 연습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생각이라는 연습인데요.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경복궁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다면 나는 정말 이 시간이 좋은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왜 나는 고궁을 보며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좋은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의 답을 계속 찾으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도 쉽지 않죠. 특히 ‘내가 이렇게 입으면 어떤 여자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올 것입니다. 물론 이성이 좋아하는 깔끔한 스타일로 옷을 입으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본인을 숨기고 받는 관심과 사랑이 과연 큰 의미가 있을까요? 자기 자신일 때, 자기가 사랑하는 자신을 좋아해 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인 것입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스타일이 확실히 있다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맞는 이성을 만날 확률이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발전시켜도 된다고 믿습니다.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았다면 이제 옷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좋은 스타일을 가질 수 있겠죠? 자기만의 색이 확고한데 아무리 봐도 스타일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굉장히 과하거나 도대체 뭘 입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 이유는 옷과 패션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좋은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음식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겠죠?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옷이 무엇이고, 어떻게 입어야 옷 끼리 더 잘 어울리는지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일단 좋은 옷을 많이 접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옷은 비싼 옷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확실한 철학이 있는 브랜드의 옷을 좋은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일과 생산에 대한 철학이 있는 브랜드의 옷들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정말 훌륭한 영감과 영향을 줍니다. 어떻게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신을 원단과 디테일과 실루엣으로 표현하는지 몸으로 느끼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칼하트의 경우 저렴한 브랜드지만 정말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자유로움과 활동성을 무심한 핏과 거칠고 무던한 원단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좋은 브랜드들을 접하다 보면 그 브랜드가 제안하는 코디들을 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스타일과 코디에 대한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고 옷과 스타일에 대한 생각이 한 차원 넓어지고 열리게 됩니다. 이렇게 좋은 브랜드들의 좋은 옷들을 접하고 그중 자신을 잘 표현할 옷을 고른다면 그저 튀기만 하는 스타일을 갖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말 많은 브랜드를 접해야 할 것이고, 많이 입어보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옷은 단순한 과시품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즐거움과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옷을 구매한다면 베이직한 아이템을 우선순위로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우선순위라는 말은 순서상의 의미도 있지만, 투자 금액 또한 포함하는 의미입니다. 베이직한 옷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세요. 좋은 화이트 셔츠, 좋은 청바지, 좋은 네이비 재킷, 좋은 옥스퍼드 슈즈를 갖고 있다면 옷 입기가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베이직한 아이템들이 당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러한 좋은 베이직 아이템들을 많이 모으지 못했습니다. 항상 베이직한 아이템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할인에 홀려 괴상한 옷들을 사곤 했는데요. 그렇게 할인하는 옷을 사고 나면 정작 베이직한 아이템을 살 돈들이 없어져 사지 못 했습니다.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제발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옷과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나와 옷에 대해서 잘 알면 좋은 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찌 됐든 이 글을 읽고 진정 자신을 찾고 또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옷을 생각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옷은 옷일 뿐이지만 옷마다 각자의 즐거운 이야기도 있고 특별한 감촉과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에 주목하는 삶은 분명 좋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