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 대해 고민해 보세요!
"시청자분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드려야죠." 국민 MC 유재석 씨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TV를 잘 안 보는 저도 이 말을 하는 유재석 씨를 몇 번은 봤으니 꽤 자주 했던 말일 겁니다. 그만큼 유재석 씨 본인에게도 깊이 새겨진 말이겠죠.
어떤 목적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면 모든 행동들에 그 목적이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매 순간 의식하지 않더라도요. 유재석 씨 본인이 즐거워서 한다는 토크, 방송에서 하는 장난스러운 행동들에도 저런 마음가짐이 녹아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가 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이 웃고, 감동을 받겠죠.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는가'에 깊게 몰입합니다. 우리가 시간과 자본을 투입하면 '~한 분들이 ~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기업과 하지 않는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성과의 차이가 점점 벌어집니다.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작은 기업들은 큰 목적 없이 '지금 해야 할 일'만 생각합니다. '고어텍스 소재의 프리미엄 등산화를 만드는 것' 같은 일들이죠. 하지만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생각을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산에 오르는 고객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하자.' 이렇게 본인들이 정한 누군가에게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겠다고 매일 다짐합니다.
초기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두 기업 모두 고어텍스를 적용한 프리미엄 등산화를 만듭니다.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 자본이 비슷하다면 성과도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벌어집니다. '지금 해야 할 일'만 생각하는 기업은 계속 '새로운 할 일'을 시장에서 찾습니다. 경쟁사가 방수 기능을 더 강화했으니 우리도 강화하자, 해외 유명한 신발이 컬러를 잘 적용해서 대박 났으니 우리는 거기에 더해 디자인까지 세련되게 바꿔서 승부를 보자. 이것이 바로 차별화다! 이런 식이죠.
하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기업은 한 차원 높은 생각을 합니다. 경쟁사가 뭐 했는지 볼 시간에 주말에 고객과 함께 등산을 나가봅니다. 등산을 함께 가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몇 시간씩 장거리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발의 피로감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발이 피로해지면 온통 신경이 발에 쓰여 일주일에 한 번뿐인 등산 시간에 자연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람의 발 모양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 인솔과 아웃솔을 각각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산의 지형까지 고려해 가면서요.
'누구를 위해 일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단기간에 나올 수 없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꺼이 자원을 투입합니다. 그들의 목적은 애초에 경쟁사보다 더 나은 제품을 내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고객이 우리가 만든 제품을 신고 매주 기쁜 마음으로 산에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그 긴 시간을 버텨냅니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기업들은 보통 이런 문제점들을 드러냅니다.
깊이가 부족합니다 :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남들이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깊이에서 나옵니다. 이 깊이는 '지금 당장'에만 매몰되면 만들 수 없습니다. 일을 하는 수단이나 방법은 트렌드만 따라가도 일부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깊이는 만족시키려는 대상, 그들에게 일어났으면 하는 결과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할 때만 만들어집니다.
잘된 사례를 무작정 따라 합니다 : 깊이가 없으니 다른 곳에서 그 깊이를 찾습니다. 문제는 좋은 사례들이 가지고 있는 깊이가 우리에게 없다는 겁니다. 그들의 방식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거기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깊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모르면 누군가가 분석해 놓은 '우수 사례 성공 요인' 같은 걸 보고 '아 저렇게 하면 성공하는구나' 하면서 따라 하게 됩니다. 디자인, 카피, 스토리텔링의 흐름, 브랜드 캠페인 같은 것들을요. (이런 겉핥기식 모방이 고객에게는 어떻게 비추어질까요?)
누군가의 말에 쉽게 휘둘립니다 : 개인도 기업도 확고한 목적의식이 없으면 타인의 말에 쉽게 휘둘립니다. 그럼 그 말에 따라 일의 방향성도 이리저리 바뀝니다. 방향이 자주 바뀌면 깊이와는 점점 멀어집니다. 일의 성과는 축적되지 않고 여기저기 흩뿌려집니다. 결국 리더도, 직원도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헷갈리게 됩니다.
이 세상에 '빨리 성공을 거두는 방법'은 없습니다. 20년이 10년이 되는 방법은 있을 수 있지만 10년이 6개월이 되는 방법은 없습니다. 시간이 쌓여야 성과가 나는 일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다음 물음에 대한 답을 지금 바로 적어보세요. 팀원들이 있다면 팀원들과 함께 적어보면 좋습니다.
1. 우리는 어떤 고객을 위해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할까?
2.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3. 그 고객에게 우리가 가져다줘야 할 결과(가치)는 무엇일까?
4. 그러려면 우리는 어떤 역량을 갈고닦아야 할까?
5. 그들에게 어떤 제안을 하면 그들이 우리의 역량에 관심을 가질까?
매일매일 하는 업무에 이 질문에 대한 답(누구를 위해 일하는가)이 스며들면 꾸준함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잘 정리해 두면, 흔히 말하는 브랜드 미션, 슬로건, 키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유재석의 사례에서 보듯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목적의식 없이 경쟁자에게 끌려다니듯 일하면 꾸준함이 경험치로 전환되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깊이가 생기지 않고 단편적인 조각들만 쌓이게 됩니다. 개인으로서도, 기업으로서도 이 질문을 항상 머릿속에 떠올려보세요.
여러분이 일을 열심히 하면, 어떤 사람이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