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에 점수를 매겨보세요!
인간은 숫자를 보면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커집니다. 게임 캐릭터의 레벨, 멤버십 가입으로 모은 포인트, 스포츠의 기록, 시험 성적, 다이어트할 때의 몸무게,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수까지. 우리가 깊게 몰입하는 것들에는 항상 '숫자'가 따라다닙니다. 이 숫자를 높이거나 줄이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면 우리의 행동은 더 체계화되고, 민첩해지죠.
그런데 우리가 매일 해야 하고, 누군가는 정말 잘하고 싶어 하는 '일'에는 이런 숫자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해야 할 업무 항목들은 잔뜩 쌓여있지만 그 항목들의 중요도나 가치는 정확히 측정되지 않죠. 이런 상황이 긴 시간 이어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떤 사원은 처리하는 업무량이 많음에도 회사의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 '처리' 업무에만 시간을 소모하는 경우죠. 어떤 팀장은 불필요한 회의만 열면서 본인이 잘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정작 팀원들은 왜 이런 회의를 해야 하는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말이죠.
지금의 나는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매일 하루에 점수를 매겨보는 겁니다. 퇴근 후 딱 10분만 투자하면 충분합니다.
1. 자신이 하루동안 했던 업무를 나열합니다.
to do list를 적는 분들은 그걸 참고해도 좋습니다. to do list에 적혀있지 않더라도 실제 본인의 시간을 20분 이상 투입했다면 그 업무도 함께 적어보세요.
마케팅 성과 분석 회의 (50분)
신제품 기획을 위한 시장조사 (90분)
각종 메일 회신 (20분)
3차 광고 소재 제작 + 광고 세팅 조정 (60분)
인스타그램 콘텐츠 기획 (50분)
신규 영업 미팅 준비 (30분)
......
이렇게 간단한 항목과 투입된 시간정도만 적어봅니다.
2. 총 시간 대비 생산적인 업무에 투입한 비중을 점수로 표기합니다.
'생산적인 업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기업의 매출에 직접 기여하는 업무,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명확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업무를 생산적인 업무라고 봅니다.
신제품 기획을 위한 시장조사 (90분), 3차 광고 소재 제작 및 광고 세팅 조정 (60분), 인스타그램 콘텐츠 기획 (50분)은 생산적인 업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총 200분입니다.
반면 마케팅 성과를 분석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회의 (50분), 각종 메일 회신 (20분), 영업을 위한 미팅을 준비하는 업무(30분)는 위 업무를 위한 보조 업무라고 봅니다. 총 100분을 사용했네요.
업무를 300분만 했다고 가정하면, 약 66%의 시간을 생산적인 업무에 썼으므로 오늘 하루는 66점이 되는 겁니다. 생산적인 업무에 대한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을 적용해도 무방합니다.
하루만 하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1주일 평균 점수는 얼마나 되는지, 지난달과 이번 달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면서 본인의 일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업무를 수치로 바꿔보면 내 일이 회사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좀 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합니다. 이걸 팀원들과 함께 하면 팀의 생산성을 개선할 방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회의 참여 시간을 줄이면서도 성과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도입해 보거나, 영업 미팅 전략을 더 빠르게 짤 수 있는 매뉴얼과 사례집을 만들어 볼 수도 있죠.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돌아보는 이 간단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어떤 업무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할 기초 자료가 됩니다.
중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부담감 때문에 회피하고 있는 일은 없는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오늘부터 딱 10분만 투자해서 시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