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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랜브로 박상훈 Nov 23. 2023

버진 그룹이 레드 오션에서도 고객의 선택을 받는 비결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습니다.  

여러분은 호텔의 가격 정책을 100% 이해하실 수 있나요? 할인을 적용해도 1박에 40만 원에 달하는 숙박비, 짬뽕 한 그릇에 5만 원이 넘는 중식당, 만원은 써야 먹을 수 있는 미니바 음료들... '호텔이 원래 그렇지'라며 지불하긴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게 정말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호텔이 아니어도 호텔 수준의 숙박, 음식,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이 생겼거든요. 


버진그룹은 레드오션인 호텔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고급 호텔이 관행처럼 여기던 것들을 전부 고객 중심으로 바꿔버립니다. 침대가 절반을 차지하던 방의 크기를 넓히고, 공간을 분리시키고, 미니바의 가격을 시중 편의점 수준으로 낮춥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관행에 의한 가격을 고객에게 부담시키지 않기 위해서요. 


버진호텔 내슈빌의 룸 이미지 (출처 : 버진호텔 공식 웹사이트)



고객 중심의 공간 설계


고객에게 호텔 침대는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닙니다. 함께 누워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등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도 하죠. 버진호텔은 호텔 사업을 위해 직접 디자인한 침대를 모든 객실에 배치합니다. 침대 위아래에 등받이가 있어 둘 이상의 성인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도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죠. 


모든 룸에는 침실과 분리된 드레스룸과 메이크업 공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장 낮은 등급의 방에도 이런 구조가 적용되어 있죠. 침실과 이 공간은 슬라이딩 도어로 분리되어 있어 룸서비스를 시켰을 때 직원을 마주치지 않아도 됩니다. 일행이 아침 일찍 일어나 먼저 준비를 하는 상황에도 남은 한 명은 계속 깊은 잠을 잘 수도 있고요. 


이 외에도 고객의 동선을 고려해 센스 있게 배치된 콘센트, 스마트폰 앱을 통한 룸 컨트롤과 각종 서비스 요청, 샤워실 안에서도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한 벤치 등의 디테일들은 기존 호텔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침실 공간과 분리된 드레스룸 (출처 : 버진호텔 공식 웹사이트)


 

고객의 떠나는 순간을 더 기분 좋게 


고객이 호텔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이 때로는 고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방 안에서 사용한 각종 서비스에 대한 추가 요금을 정산하기 때문이죠. 많은 고객들이 이 요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체크아웃 시간을 엄숙하게 지키고, 미니바에는 손도 대지 않습니다. 


버진 호텔은 업계에서 관행처럼 받는 추가요금을 모두 없앴습니다. 이미 충분히 높은 금액을 지불한 고객들이 호텔의 작은 욕심 때문에 이런 불쾌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빠른 와이파이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됩니다. 미니바의 모든 음료는 편의점 수준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체크인을 조금 일찍 했어도, 체크아웃을 조금 늦게 해도 추가 요금을 청구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의 감정을 바꾸면 고객은 그 호텔에 대한 좋은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합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여행에서 이 호텔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공간부터 서비스까지 모두 고객 중심으로 바꾼 덕분에, 마케팅에 과하게 투자하지 않아도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죠. 






이미 경쟁강도가 높은 시장에 들어갈 땐 기존 플레이어들이 하지 않는 것들에 주목해야 합니다. 무형의 서비스든 유형의 제품이든 마찬가지죠. 다음 질문에 답해보면서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화를 다시 정의해 보면 어떨까요? 


이 업계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는 뭐가 있을까?

그건 왜 당연하게 여겨지지?

고객의 경험 전, 중, 후의 여정이 정확히 어떻게 흘러가지?

이 여정 중에 고객이 미처 인지하지도 못했던 불편은 없을까?

고객이 이미 알고는 있지만 그냥 넘어갔던 불편은 없을까? 

우리의 어떤 역량으로 그 불편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그 역량이 없다면 어떻게 갖춰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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