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경기도민이 되기는 어려워!

by 아무거나


오늘은 딸아이의 눈 진료 날이다. 남편이 데려가면 좋지만 서울에서 일하는 남편은 도저히 짬도 안 나고 딸아이 진료 후 데려다주고 다시 서울로 곧장 가야 해서 몹시 번거로워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딸아이의 진료를 위해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 직장도 도보로 해결 가능하고 오프라인 모임도 없고 해서 요즘 차를 끌 일이 거의 없다. 요즘이 아니라도 웬만해선 차를 잘 안 끈다. 그래서 나의 차는 공기압 체크가 자주 뜬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출발 이틀 전부터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시동을 걸어줬다. 후불씩 하이패스도 2만 원이나 충천해뒀다. 직접 결재하는 톨게이트는 나의 운전 실력으로는 내 팔 길이에 딱 맞는(팔이 다른 사람에 비해 김에도 불구하고 통행권을 바람에 날린 일이 있음 ㅠㅠ)통행권 뽑기, 카드결제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필수이다.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다. 2시 예약이지만 미심쩍은 내 운전 실력 탓에 10시 30분에 출발했다. Tmap으로 1시간 36분 내외가 나왔다. 출발 시간이 너무 이른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출발 준비는 완벽했다. 목적지는 너무 일찍 도착할까 봐 호기롭게 병원이 아닌 병원 근처의 Y공원으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중간에 휴게소에 잠시 들렀는데 12시가 안되었을 무렵 목적지가 40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2시 예약인데 12시 40분 도착이란다. 공원에서 병원까지는 13분 거리니까 너무 완벽한 세팅이라고 생각했다.
휴게소를 벗어나니 고속도로가 차선이 넓어진다. 차막힘도 없고 한적한 친정 가는 고속도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여긴 아랫녘과 다른 고속도로 풍경이었다. 고속도로에서는 120 정도는 카메라를 피해서 밟아줘야 하는데 톨게이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제일 끝선으로 붙어 다녔다. 80 정도의 속도로 톨게이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난 최선을 다했다. 갓길 같기도 했지만 내 차 앞에 즐비하게 차가 있으니 맞게 가고 있다고 여겨졌다. 갓길이 도중에 끊어지지 않기만 바랬다. 그러면 나는 또 차선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ㅠㅠ 여긴 내가 아는 길이 아니다. 치고 빠지기가 쉬운 아랫녘이 아니라 항상 뒤에서 달려오는 차가 가득 찬 수도권이다. 다행히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그런데 네비가 왼쪽으로 가라고 하는지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는지 안 잡아준다. 왼쪽이다. 그런데 나는 오른쪽에 있다. 뒤에 차가 온다. 차선 바꾸기가 틀렸다. 젠장할. 방금 전 톨게이트를 통과했는데 부산 방향 고속도로란다. 아니 내가 가야 할 방향은 아래가 아니야. 위야. 울고 싶었다. 이러다가 옛날 시트콤처럼 부산까지 가는 거 아닐까 걱정되었다. 유턴을 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일까 불안이 가득했지만 티맵은 그래도 옆으로 빠지는 길을 알려줬다. 옆으로 빠지는 길까지 오는데도 험난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원주로 빠질까 봐 걱정되었다. 다행히 더 이상의 톨게이트와 고속도로는 나오지 않았다. 5분 만에 톨비를 따블로 지불했지만 세 번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 인가하고 스스로 위로했다. 헤매는 사이 나는 1시간을 이미 잡아먹었다. 신호가 멈췄을 때 옆 좌석의 동생한테 목적지 설정을 병원으로 해달라고 했다. 이제 공원 근처는 가지도 못한다. 병원에 2시까지 가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놈의 경기도는 시내도 8차선의 도로가 널렸다. 나는 곧 내가 가야 할 길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중요한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좌회전해야 할 곳을 놓쳐서 유턴을 시도해볼까 했는데 유턴은 금지고 우회전으로 길을 뱅뱅 돌아 1시 20분쯤에 병원에 도착했다. 1시간 30분 거리를 2시간 30분 남짓 달려왔다. 안전하게 온 것으로 다행이다. 주차장도 친구가 장례식장 쪽으로 주차하면 여유가 있다고 하여 난 병원과 좀 거리가 있지만 장례식장 쪽에 주차했다. 1층도 여유 있다고 뜨나 내 실력으로 주차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계속 올라가 세 칸이나 비어있는 기둥 옆자리에 주차했다.
2시 예약이라 2시면 딸아이의 진료가 바로 시작될 줄 알았다. 여긴 코로나의 여파가 없는 곳일까?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전국 방방곡곡에 눈이 불편한 사람들이 다 모인 느낌이었다. 시루에 담긴 콩나물처럼 앉아있다. 병원에서 왜 진료 인원수를 커팅하지 않았을까? 불안하다. 2시 예약인데 2시 20분쯤 검진이 시작되었다. 지나치게 긴 대기 시간... 교수와의 만남은 3분도 되지 않았을 듯. 난 딸아이의 사시 수술 결과와 지금 사시 상태가 걱정되었으나 교수님은 사시는 괜찮고 "근시와 난시가 생겼네요. 안경을 껴야 하겠네요." 하셨다. 1.0까지 딸아이가 술술 말하던데 안경을 꼭 껴야 할까요? 물어볼 틈도 없었다. 2022년 또 예약인데 왜 질문은 진료가 다 끝나고 수납을 다 한 귀갓길에 생각나는 것일까? 마이너스 9까지 갔던 내 경험상 안경을 끼면 그 도수에 맞춰서 시력이 떨어지던데 씌우기 싫은데 씌워야 하는 것일까? 오늘도 똥을 누고 닦지 못한 마음가짐으로 병원을 나섰다. 검사가 다 끝나니 4시이다. 집에 가는 길을 서둘러야 한다. 수도권의 퇴근길과 맞물리고 싶지 않다. 배가 고파 산 브리또를 차에서 우적 씹으며 집으로 출발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출발한 시간 4시 30분... 티맵이 알려주는 도착시간 6시 10분! 올 땐 생소했지만 다시 만난 8차선이 나왔다. 음 지나왔던 길이야. 이번엔 ic를 잘 타야 돼...
다행히 ic가 맞은편에 보인다. 내가 사는 곳은 하이패스. 일반 차량 진입로 거의 두 군데인데 여긴 수도권이라 하이패스 진입로가 맞은편에 많이 보인다. 나는 저기 진입로만 통과하면 되겠지. 초록불이다. 아싸! 어랏 막혔다. 옆으로 삐죽 다행히 차가 안 온다 하이패스를 통과했다. 고속도로를 진입했다. 그런데.. 그런데 또 왼쪽이랜다. 난 오른쪽으로 가는데 말이다. 뒤에 차가 오는데 말이다. 나는 오른쪽으로 갔다. 고속도로가 아닌 것 같다. 이게 뭔 상황일까?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보조석에 앉은 동생이 그래도 길을 통할 것이다 하고 위로해준다. 여차저차 또 엄한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다행인지 고속도로다. 고속도로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8차선 복잡한 경기도의 시내 도로를 완전히 벗어나서 너무 좋았다. 비록 또 몇 분 안에 톨비를 두 번 낸 꼴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원주, 강릉이 보인다. 나는 강원도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라디오에서는 이적의 노래가 나온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좋아하는 이적이지만 성량 좋은 이적님의 목소리가 매우 거슬렸다. 나는 내가 집에 갈 수 없을까 봐 걱정인데 걱정하지 말라고 오늘따라 크게 들린다. 미안하지만 라디오를 꺼버렸다. 네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중간에 비도 맞으면서 어둠이 내린 고속도로를 2차선으로 탔다. 강원도로 빠질까 봐 잔뜩 긴장하며 말이다. 다행히 목적지의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하이패스를 지나니 "잔액이 부족합니다"가 울린다. 정상적으로 갔으면 왕복 만천 원 범위에서 해결될 일이었다. 오늘도 나는 한국도로 공사에 기부를 하였다. 2만 7천 원이나 충전된 내 카드는 오늘도 돈이 부족하댄다. 내일 도로공사에 지불하지 못한 금액을 처리해야겠다. 4시 30분 출발, 7시 20분 도착. 한 시간 반 거리를 나는 또 두 시간 반 만에 우리 집에 도착했다. 경기도에서도 헤매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차선을 잘못 타서 헤맸다. 정말 칠흑같이 어두운 낯선 시골 도로를 타서 딸에게 의도치 않게 공포체험을 해줬다.
집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딸아이가 크면 나는 출판의 도시 예술의 도시 p도시에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나의 운전 실력으로는 경기도민, 서울시민으로 사는 것은 내 생이 너무 고달플 것 같다. 코로나만 아니면 서울은 고속버스와 지하철로 차가 없어도 맘껏 누비고 살겠지만 감염병이 만연한 작금의 현실이 미래의 어느 순간 또 닥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 결론은 경기도에서 서울에서 운전하며 살아가는, 빡빡한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 살아가는 경기도민, 서울시민 정말 존경합니다. 대단하세요...
딸아이의 일기를 남편에게 보냈다. 남편은 왕복 여섯 시간 정도 걸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후년 검진 날엔 남편이 꼭 데려가기로 했다. 다행이다. 시골길 같은 에버랜드까지는 내가 커버가 가능한 경기도이지만 그 이상은 정말 마음이 피곤하다. 남편은 몸이 지치는데 나는 운전은 더할 수 있는 체력은 있으나 마음이 지친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서울로는 다시 갈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ㅎㅎ 인구 84만 , 작은 도시는 아니다. 그래도 이 도시는 수도권에 비해 한적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도시가 내겐 운명인가 보다. 운전 6년 차인 나는 평생 초보 스티커를 차에서 떼지 못할 것 같다. 인생도 초보같이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미숙한 것은 귀엽게 넘기면서, 초보는 운전대도 잠시 쉬어야 하니 내 생도 쉬엄쉬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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