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사용하는 도서 구매 앱에 이벤트가 떴다. 그 이벤트는 기대되는 작가를 누르고 작가 신간 알림 신청을 하면 1000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반갑고 낯익은 작가들의 신간 소식도 있다. 은유 작가, 김금희 작가, 백영옥 작가, 김초엽 작가...... 그리고 의외의 작가들도 있었다. 이적, 루시드폴.
이적이 쓴 동화책과 루시드폴이 노래하고 이수지 작가가 그린 그림책 '물이 되는 꿈'을 나는 구매하기도 했다. 이적과 루시드폴의 노래도 나는 가사가 좋아서 어떤 곡은 멜로디가 나긋해서 좋아한다. 그들의 가사가 시 같아서 어쩌면 글을 잘 쓴다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래도 묘한 질투심이 불쑥 뛰어나온다. 노래도 잘하는데, 글까지 잘 쓰고 심지어 책을 출판하는 작가 목록에 당당히 들어 있다니...... 유명세에 기대서 책을 내는 것이 쉬웠을까? 그래도 그 유명세에 기대서만 책을 냈다면 끗발은 한 번 뿐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줄기차게 책을 발간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그래도 독자와 출판사의 구미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멜로디에 실어서 보내고도 할 말이 많은 그들, 담아낼 생각이 많은 그들이 부럽다.
브런치는 온갖 글들이 매대에 널린 상품처럼 널려 있다. 그 글들을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에 비유하기에는 뭔가 정적이다. 내가 느끼는 브런치에 글들은 시장에서 파는 신선하고 날 것 같고 동적이다.(시장을 가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ㅠㅠ)브런치의 작가들은 시나 에세이 형식을 빌려 그들이 느끼는 생각이나 일상을 담아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주식이나 경제와 같은 실용적인 정보를 주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한다. 누군가는 어릴 때나 지금의 나의 아픈 마음을 글로 돌보기 위해 쓰기도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지식소매상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브런치 작가들, 나 같은 요똥도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면 요리를 할 수 있게끔 하는 브런치 작가들도 있다. 그들이 글을 쓰는 것은 명료한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뽑아내는 문장은 감탄을 자아낼 때가 많다.
그러면 나는 왜 글을 쓸까? 나는 누군가처럼 꼭 전달해야 할 명료한 메시지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글빨을 늘리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일까? 그러고 싶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장과 공감 가는 내용도 뽑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좀처럼 문장력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이랬다 저랬다는 나열식 문장이 범벅된 것이 내 글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그럼 나는 글쓰기를 멈춰야 하는 것일까? 선명하지 못한 내 동기와 내 글 실력으로는 멈춰야 하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나르시시즘의 끝판왕이 되는 마지막 단계가 글을 쓰는 것 같다. 내가 죽어서도 내가 남긴 글은 흔적을 남기기에, 나를 잊지 말라는 나란 인간의 작은 역사를 차곡차곡 담아내고자 말도 안 되는 글을 자주 발행하고 있다.
며칠 전 지인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슬아 작가의 강연 내용이 떠오른다. 글을 쓰려면 순간들을 잘 기억하고, 오감을 동원해서 묘사하면 글과 문장이 풍부해지고 그 순간은 더 또렷해진다고 슬아 작가가 말했다.
출처:https://m.blog.naver.com/choiju78/222228271396
여름 냄새를 표현한 어린 이형원에게서 나는 또 질투심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질투심을 느낄 자격도 없다는 것을 안다. 나는 그 순간을 속속들이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냄새로, 촉각으로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 것은 마음을 부지런하게 하는 습성이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과 삶에 부지런히 접속하는 과정이라고 슬아 작가는 말했다.
나의 카톡 프로필은 '부지런한 사랑'이다. 이 말은 이슬아 작가의 최근 책 이름이기도 하다. 사랑도 좋고 부지런함도 좋기에 나는 그 말이 정말로 마음에 든다. 하지만 나의 글은 부지런함이 없다. 그래서 나로부터의 확장이 없다. 이제 나르시시즘을 좀 거두고 부지런히 사람의 마음에, 동식물의 마음에, 사물들의 마음에 접속하여 아름다운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으른 천성 탓에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출처:https://m.blog.naver.com/choiju78/222228271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