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채무들

by 아무거나

라섹한 눈이 점점 건조해져 간다. 뺑뺑이 안경을 쓰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데 왼쪽 눈은 아쉽게도 0.6이다. 다행히 오른쪽은 0.9라 그런지 안경 없이 잘 보이긴 한다. 나빠진 시력, 뻑뻑한 안구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시간 나는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면서 하고 있으니 그래도 괜찮다고 위로를 해 보지만 새벽에 이러고 있는 내 꼴이 우습다. 하지만 페북, 인스타, 네이버 블로그, 밴드, 유튜브 등 각종 SNS에 가입되어 있는 나는 순회를 거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루를 건너뛰면 왠지 채무가 계속 쌓여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몇 곳을 버릴까 싶다가도 각 SNS마다 좋은 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론 신뢰도 꼴찌인 우리나라에서 나는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유튜브로 얻는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해 누군가는 점점 태극기로 누군가는 그 반대로 치닫는 점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유튜브의 정보를 신뢰한다. 얼마 전 복귀한 유시민 작가의 책 소개 유튜브는 내가 감히 읽지 못할 책을 쉽게 설명해주셔서 더욱 좋다. 이번 주는 듣질 못했다. 채무가 하나 늘었다.

페북에는 글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모두 비공개로 나만 볼 수 있다. 하지만 페북은 아주 짧지만 명료하게 메시지를 던져주는 시인, 정치인, 의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글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이틀간 방문을 하지 못했다. 채무가 또 늘었다.

인스타는 핫하고 힙한 정보와 친구들의 안부를 볼 수 있고, 블로그는 블로그를 하는 지인의 글을, 밴드는 나랑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아버지에게 내 딸의 사진과 안부를 올려 살갑게 노력하는 척하는 용도로 이용한다. 이 모든 곳들을 한 번씩은 방문해줘야 채무가 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온라인 채무는 브런치이다. 퇴고를 거의 하지 않는 못된 작가인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쓰기도 힘이 든다. 브런치에 새 글이 올라오면 알림 소리가 나도록 설정해 놓았다. 홈 화면에 있는 브런치에 10이라고 빨간 줄과 함께 oo님의 새 글이라는 알림을 본다. 브런치 작가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매일 좋은 새 글들이 부지런히 쏟아진다. 이 채무는 내일로 미루고 싶지 않기에 나는 9살 딸내미를 재우고 부지런히 독자로서 브런치의 글들을 읽는다.

모두 내가 자청한 온라인 채무들, 나의 눈에게 고약한 짓을 하는 온라인 채무들...output하는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좇아갈 수 없어 약간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SNS로 알아가는 세상은 즐겁다.

온라인 채무가 줄어들수록 나의 오프라인 채무는 늘어난다. 1주일마다 받아보는 시사 잡지가 봉투채 2주간 고이 책꽂이에 꽂혀 있다. 도서관에서 빌리고 읽지도 못한 테드 창의 소설들이 연체 기간이 다 되어 가도록 책꽂이에 꽂혀 있다. 그리고 읽고 싶다고 잔뜩 사둔 책과 그림이 이쁘다고 동네책방에서 사 온 그림책들도 주인의 손길 한번 거치지 못했다.

주말 동안 나는 온 오프라인 채무를 줄이기 위해서 딸아이에게 티브이를 보게 하거나 책을 읽으라고 하고 졸린 것 같다고 9살에게 낮잠을 자라고 꼬드기는 불량한 육아를 했다. 불량한 육아 덕분에 책모임에서 읽어야 할 책은 완독 했고 밀린 시사잡지도 정독했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다. 딸아이에게 주어야 할 사랑을 들 준 마음의 채무 때문이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하루가 너무 짧다. 밤이 더 길고 아침이 늦게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왠지 온 오프라인 채무 없이 마무리가 될 터인데 말이다. 벌써 새벽이다. 아침에 늦잠을 잔 탓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미쳐 듣지 못했던 유튜브 방송을 듣고 자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겠다. 내일 아침 일어나기 힘들어 거친 말을 내뱉는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 채무도 발란스를 맞춰가면서, 나 자신을 위한 일과 딸아이를 위한 일도 발란스를 맞춰가는 나이고 싶다. 쉽지 않다. 그래도 노력하는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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