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는 삶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3월 27일 earth hour

by 아무거나


내가 기부하는 환경 단체에서 eath hour라는 홍보 문자가 왔다. 지구를 위해서 1시간 전기를 끄는 시간, 인스타 라방도 하고 지구 환경을 위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문자였다. 특히 인스타 라방시에 '정세랑'작가의 인터뷰가 있어서 들떠 있었다. 나의 지인들에게 문자 내용을 카톡으로 공유했다. 랬더니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맙다는 톡과 함께 @@@이 여기 단체 이사라고? 물음표의 톡이 세명의 지인으로부터 왔다. 나는 정세랑 작가와 타일러 라쉬 인터뷰만 눈에 들어왔는데 @@@은 보지도 못했다. 찾아보니 내가 싫어하는 인물이 맞았다. 반년 간 기부를 했는데 배신감이 들었다. 정치적 의사는 나와 달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나보다 애틋할 수도 있었겠지만 바로 탈퇴를 하고 다른 환경 단체로 갈아탔다. 람의 잣대는 다양한데 하나로 선을 그어버리는 나의 옹졸함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으나 앞으로 직접 만날 사람도 아니고 내 돈을 기꺼이 주고 싶은 단체에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지인이 추천한 다른 환경 단체에 가입했다. 이번에는 내 이름이 아닌 딸의 이름으로 매월 2만 원씩 기부하기로 했다. 가입하자마자 내 딸은 문자로 환경지킴이로 임명되었다. 기를 쓰고 있는 딸에게

"너 환경 지킴이 되었어. 엄마가 네 이름으로 후원해. 환경 지킴이니까 열심히 해야 해. 알았지?"하고 말하니 딸은 자다가 봉창을 맞은 것 같은 얼굴을 하며,

"음 나 그럼 고기 먹으면 안 돼?"하고 지킴이 단어가 부담스러웠는지 임무가 막중하게 되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물어봤다. 환경지킴이니 치킨을 자주 시켜 먹으면 안 되고 비누도 쓰지 말고 물로만 손을 쓰지 말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설파했지만 나의 10세는 헛소리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보내고 있었다. 치킨을 먹어도 되고 비누로 손을 씻어도 되지만 오늘은 지구를 위해 한 시간 정도는 불을 꺼야 된다고 내가 말하니 나의 10세가 선뜻 응했다. "엄마, 불을 끄니 야경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아. 야경 예쁘다 그렇지?"하고 물었다.

'앞에 불 꺼진 네 초등학교 뷰가 뭐가 예쁘다는 거지? 왼쪽으로 슬그머니 보이는 비발디가 사는 아파트 불빛은 좀 이쁘군. 서울 한강뷰 보이는 사람이 우리의 야경 보면 비웃겠다. 그래도 우리가 불을 끄니 운치 있는 야경이 보이는 것 같긴 하군. 불 끄니 그럴싸하군!'나의 속사정은 이러했지만

"와 진짜 우리가 불을 끄니 예쁜 불빛이 우리 집에 들어오네! 야경 멋지네" 하고 맞장구를 쳐줬다. Earth hour시간에 인스타 라방을 같이 시청하려고 했는데 수다쟁이 10세가 컴컴한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엄마, 컴컴하니 딱 좋은데 무서운 이야기 들려줄까? 무서운 이야기 하기 딱 좋은 시간이야"라는 말을 스타트로 시간 동안 지어낸 건지 들은 것인지 출처를 알 수 없는 1도 무섭지 않은 딸아이의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한 시간 뒤 불을 켜고 소감을 물어봤다.

"무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어.

"야 너는 지구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는데 그게 뭐야? 환경지킴이 맞냐?"

"뭐어 그래도 한 시간 동안 지구도 편한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런 시간 종종 가지자!"

무서운 이야기를 할 시간을 종종 가지자는 것인지, 지구를 위한 시간을 가지자는 것인지 몰랐지만 딸아이의 말처럼 지구에게 편한 시간을, 딸에게는 지구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earth hour시간은 우리에겐 의미가 꽤 있었다.

인스타 라방을 거의 듣지 못했지만 정세랑 작가의 10년 된 텀블러와 우산 이야기, 수리부엉이 사랑, 그녀의 책 '지구에서 한아뿐'에 대한 정보는 조금 엿들을 수 있었다.

도서 앱이나 커피숖에서 구매한 즐비하게 놓여있는 내 텀블러들이 부끄러워졌다. 즐비하게 놓여있는 것 중 내가 쓰는 것은 컵모양의 뚜껑이 있는 락앤락 텀블러 하나밖에 없다. 윤동주 시가 적힌 텀블러는 열전도율이 높아 손이 안 가고 스벅의 텀블러는 뚜껑이 잘 벗겨져 새는 일이 많아 손이 잘 안 간다. 그 외에도 나의 선택을 받지 못한 텀블러들이 많다. 물건 하나를 사면 관적으로 하나를 더 사놓는 못된 습관이 3년 전부터 생겼다.

편하다고 집 먼지를 물티슈로 닦고 있으며, 물건을 다 썼을 때 리필용을 사기보다는 새 용기를 사버린다. 만들어 먹기 귀찮아서 배달 음식을 제법 시켜 먹는다. 지구 미래를 걱정하며 earth hour 시간을 가진 내 행동

"환경을 보호하는 척" 위선자의 모습 같았다.

위선자인 나와 달리 내 주변에는 환경에 감한 교사들이 많다. 아무튼 비건을 읽고 비건 지향을 실천하는 독서와 글쓰기 모임 회장님, 그녀는 아는 지인들끼리 환경 모임을 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교사 언니들은 아이들이 물티슈로 청소하는 대신에 학급 청소 운영비를 손수건을 구입하기로 했다. (나는 감히 이것은 할 자신이 없다) 어떤 교사는 분리수거하기가 힘든 스케치북이나 스프링 노트 구매를 지양하기로 했다.(넘기기 편하다고 나는 딸에게 스프링 노트를 많이 사줬다) 스케치북을 구매해서 시화를 만들어 볼까 했는데 사실 고민이 된다. 교실을 꾸미는데 코팅은 자제한다.

주변에 작지만 실천하는 실천가들을 보며 위선자인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날 나는 기성 주방세제 대신 설거지 바를 주문했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정말 수세미를 구매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철저하게 비거니즘을 지향하지는 못하지만 불쌍하게 희생된 고기들에 대한 예의로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을 들이기로, 텀블러는 지금처럼 꼭 잘 챙겨 다니기로, 지금 몸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지금만큼만은 꼭 유지하기로 말이다.

매주 수요일은 잔반을 다 먹으면 아이들한테 칭찬도장을 찍어준다. 림책으로 환경 문제를 가끔씩 건드려 준다. 성장을 위해 너희들은 고기를 먹어야겠지만 그것이 한때는 생명이니 예의를 다해서 다 먹으라고 말해준다. 경 문제에 대해 진골처럼 굴진 못하더라도 성골처럼은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환경 단체에 대한 기부는 계속 해 갈 생각이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환경에 대해 민감해져야 되지 않을까 싶다.

'척하는 삶도 아무것도 안 하는 삶보다 낫다'며 나를 격려해본다.

너무 많아 지인들에게 나눠준 수세미 원하는만큼 잘라 쓸 수 있어 편함
청바지 하나를 만드는데 물 7000리터가 사용ㅠㅠ 그런데 몇년간 산 청바지들은 다 짧다. 마음에 안들지만 살찌면 이 청바지들을 다 갖다 버려야 한다.절대 찌면 안된다.

풀라스틱없는 주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