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려고 왔다가 거금의 돈을 내야 할 판이다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돈이 절실한 나에게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본업만으로 가계 경제 위기를 버티기 힘들었다. 대리운전, 새벽 배송 같은 일을 투잡으로 고민했다. 야근과 철야, 지방 출장이 잦아서 꾸준하게 하기 힘들 것 같은데... 고민과 동시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는 이내 포기했다. 돈이 절실한 게 맞나? 그럼 무인 매장은? 시작을 위한 밑천이 필요하다. 대출받아 시작한다 해도 망하면 어쩌지란 생각에 갇혀버린다. 지금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그려지면서 생각을 접는다.
본업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글쓰기가 돈벌이가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밑천도 들지 않고 시간도 자유롭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글쓰기는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기 계발이라는 보기 좋은 허울을 씌우고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편하게 왔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험난한 나의 길을 가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아직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일이었다면 이미 포기하고도 남았다. 언젠가는 벌겠지란 무모함으로 글쓰기를 유지하는 게 아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했다. 글쓰기 전까지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글쓰기 이후는 삶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가고 있다. 생각도, 철학도, 관념도, 경제도, 사랑도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매일 날 것을 만들어 내느라 힘이 든다. 해보지 않은 낯선 생각들과 매일 사투를 벌여야 한다. 깊숙이 숨었던 자아를 불러내 딱딱한 책상 앞에 앉혀 놓고 장시간 대화를 해야 된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편한 길만 다니다가 새로운 길을 내고 있으니 힘들 수밖에. 희한한 게 힘이 들면 하기 싫기 마련인데 글은 힘들어도 매일 쓰게 된다. 나날이 온전한 나로서 성장하는데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나! 돈을 벌려고 왔다가 거금의 돈을 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