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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지지 기반이 생기면 일어나는 변화!

헤이조이스 멤버 김정민, 이승우 님 인터뷰

by 헤이조이스
헤이조이스 멤버이자 더패러다임랩 공동창업자
김정민, 이승우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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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대표 둘이 살고 있습니다


Q. 두 분, 하루 종일 같이 일하는데 심지어 같이 살기까지 하잖아요. 이런 운명 같은 사람은 어디서 만나는 거죠?(웃음)


1년 차 초보 CEO, 이승우 님 (이하 승우) 제가 스무 살 때 창업하고 싶어서 무턱대고 찾아갔어요. 바이오 테크 관련 박람회에서 정민 님 명함을 받은 다음 연락을 드렸죠.


8년 차 CEO이자 만렙 올라운더, 김정민 님 (이하 정민) 소풍 가는 얼굴로 찾아와서 “창업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길래 처음에는 말렸어요. 창업에 대한 판타지가 있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한 번 두 번 만날 때마다 고민이 깊어지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이 닿아 당시 제가 경영하던 회사의 ‘농식품 벤처 창업 인턴’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 승우 님이 대구에 살고 있어 서울에 거처가 마땅치 않으니 “그럼 같이 살면서 일해보자”라고 제안했죠.


승우 ‘살면서 불편한 거야 내가 좀 감당하면 되고, 이만한 기회가 어디 있나’ 싶었어요. 바로 캐리어 하나, 가방 하나를 들고 들어갔죠. 그때까진 좋았는데... (웃음) 막상 일을 해보니 창업을 떠나서 제가 일이라는 걸 처음 해보더라고요. 매일 깨지고 밤에 혼자 많이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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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초 두 분이 ‘더패러다임랩’을 공동창업했다고 들었어요. 공동 창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민 승우 님에게 “창업을 하려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깊은 고민 끝에 가져온 답이 ‘관심받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받는 게 인생의 목표일 수 있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에게 관심이라는 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거든요.


승우 저는 워낙 관심받는 걸 좋아해서 과대표 등 리더를 도맡아 했어요. 늘 중심에 있던 터라 조용한 친구들 보면 부끄러워서 못 끼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볼 때마다 '내가 나서서 어울리게 해줘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정민 님이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저라면서요.(웃음)


정민 저처럼 다른 사람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 못하더라고요. 다시 창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문득 우리의 합이 의외로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일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나 커뮤니케이션하는 걸 힘들어했거든요. 그런데 승우 님은 그걸 제일 좋아하니 딱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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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함께 창업한 회사가 ‘바이오 테크 스타트업’이잖아요. 두 분은 어떻게 바이오 테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승우 저는 먹는 게 낙이고,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식량 부족 문제 등 식품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지금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식물성 대체 단백질’에 대해서도 육고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알게 됐고요.


정민 전 아주 반대인 게,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승우 이렇게 늘 교집합이 없어요.(웃음)


정민 스무 살 때부터 자취를 하다 보니 밥을 잘 안 먹게 되고 식습관이 점점 안 좋아지더라고요.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많아질 텐데,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식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식품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Q. 승우 님은 꿈꾸던 창업을 실제로 해보니 어떠세요?


승우 창업하지 않았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경험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게 재미있어요. 그게 이 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힘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일을 한 번도 안 해보고 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다행히 정민 님이 8년 동안 만렙을 찍고 온 분이라 많이 배우고 있죠. 그게 늘 입에 쓰기는 해요. 일에 있어서는 아닌 건 아니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거든요. 물론 못하는 부분을 고쳐주는 만큼,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칭찬해주고요. 눈물과 웃음으로 크고 있습니다.(웃음)



Q. 정민 님은 스물둘에 창업해 8년간 바이오 테크 회사를 이끌면서 정말 고군분투하셨다고 들었어요. 언뜻 생각해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아요.


정민 2012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스타트업이 흔하지 않았고 더구나 어린 여성 대표는 더 없던 시기였어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회의 테이블에서 제가 대표 직위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설득하는 과정 자체도 힘들었어요.


어느 날은 제 이름만 보고 남자라고 생각해 회의실에 들어온 저를 보고 "커피 한 잔 주세요" 한 분도 있었어요. 저는 그럼 또 일부러 커피를 타요.(웃음)


그러다 보니 제가 일을 잘한다거나 이 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죠. 같이 일하는 남자 직원들은 이해를 못 했어요. "네가 일이 능숙해지면 다 해결될 문제다. 한국에서는 능력으로 평가받지, 여자라고 무시하는 사람들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전 방금 커피를 타고 왔는데도요!


그런 상황에 놓인 수많은 여성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실질적으로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그냥 버티는 거죠. 만약 제가 30대 남성이었다면 하지 않았어도 될 능력치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오래, 더 많이 일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진짜 살아남기 위해 했던 일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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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승우 님과 함께 일하는 건 어떤가요?


정민 사실 그렇게 제 능력을 보여줘도 사업을 하다 보면 어려워지는 때가 생겨요. 죽어라 열심히 일했는데 다 못해내는 경우도 많고요.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 때, 가장 힘이 되는 게 주변 사람들이 보내주는 신뢰예요. "나는 네가 성실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고,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알아. 그걸 믿어" 이렇게요.


공동창업자인 승우 님과 일하면서는 그런 정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어서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원래 회의 테이블에 앉고부터 밀도 있는 얘기로 가기까지 굉장히 많은 단계들을 거치잖아요. 의례적으로 해야 할 것들도 있고요. 그런데 둘이 회의하면 그런 단계들을 생략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일에 속도가 붙어요.


편견이 있는 사람들과 일하다 보면 제로베이스에 도달하는 것조차 힘든 경우가 많거든요.


헤이조이스 대표 이나리 님께서 "좋은 동업자 찾으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 말을 듣고 승우 님에게 "나는 지난 회사로 3대의 덕을 쌓아서 너를 만난 거야"라고 했어요.(웃음)



Q. 정민 님이 첫 창업을 했을 때에 비하면 요즘은 상황이 좀 나아졌을 것 같은데요. 승우 님께서 실제로 느끼기엔 어떠세요?


승우 그때의 일들을 직접 겪어보지 않아 쉽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젊은 여성 창업가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몇 달 전 여성 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1:1 면접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분이 앉아 계셨는데, 제 이야기를 조금 듣더니 “내가 딸 같아서 하는 말인데”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조언을 시작하시더라고요. 제가 사업 설명을 하러 가도 그냥 한 번 봐준다는 식으로 “그럼 사업 계획서 한번 보내보세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리고 투자자분들을 만나러 가면 항상 "빨리 C 레벨 섭외하라"는 조언을 들어요. 공동 창업자가 있다고 하면 ‘김정민’이라는 이름 때문에 남자인 줄 알고, 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는데요. 백이면 백 “여자분이셨네요”라면서 C 레벨 섭외하라는 조언을 다시 하시죠.


헤이조이스에서 멋진 여성들을 많이 만나고, 첫 사회생활을 정민 님 회사에서 일 잘하는 언니들이랑 시작해서 제가 몰랐던 거죠. 여기서 한 발자국만 나가면, 내가 ‘어린 여자’라는 걸 끊임없이 자각하게 만든다는 것을요.




PART 2. 제로베이스를 만들 필요가 없는 곳, 헤이조이스


Q. 일 외에도 사람이 가진 조각이 많잖아요. 같이 사는 사람이나 노는 사람으로서는 서로가 어떤가요?


승우 같이 살면서도 유사한 합이 있는 것 같아요. 집주인, 부동산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은 제가 하고 집안일은 정민 님이 담당해요.


정민 커뮤니티 활동이나 운동을 할 때도 좋아요. 예를 들어 운동할 때 저는 ‘아무도 저한테 말 걸지 마세요. 혼자 할게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승우 님이 한 달 먼저 가서 자리 잡고, 저는 나중에 뒤에 숨어서 시작했죠. 반대로 헤이조이스는 제가 먼저 자리 잡고 승우 님이 따라왔고요. 뭐든 둘이 같이 하다 보니 경험과 시야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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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년에 헤이조이스 처음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정민 처음엔 좀 낯설었어요. 연사부터 내 앞∙뒤∙옆에 앉은 사람까지 전부 여자인 경우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컨퍼런스 연사도 대부분 남자였고, 제가 설득하고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던 사람들도 다 남자였죠. 특히 바이오 계열이 여자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지 않는 필드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헤이조이스에 와서 처음으로 엄청나게 우호적인 에너지에 둘러싸이니 소화가 안 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 남자들은 이런 에너지를 항상 받아서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편견 없이 신뢰를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뒤에서 계속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저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그럼 다른 곳을 찾아볼게요!"라고 할 수 있는 배짱이 생겼어요. 그러니 스텝도 훨씬 가벼워졌고요. 지지 기반이 없고 조금만 실수해도 조직에서 배척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본인에 대한 검열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했던 게 그만큼 나에게 지지 기반이 없다는 뜻이었다는 걸 여기 와서 깨달았어요. 나답게 이야기할 수 있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좋아요.



Q. 지금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많이 망설이셨다고 들었어요.


정민 맞아요. 사실 다시 사업을 하게 되기까지 헤이조이스의 역할이 컸어요. 이전 사업이 너무 힘들어서 두 번째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많이 망설였거든요.


그런데 헤이조이스 멤버들을 만나면서 다시 사업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헤이조이스에서 많은 멤버들을 소개받아 함께 일하기도 했거든요. ‘이렇게까지 척척 맞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는데, 심지어 결과물까지 좋더라고요. 이전에 ‘창업하다 보면 으레 생기는 힘든 일’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나와 그 사람의 결이 달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로베이스가 맞춰진 환경이 만들어지니까 다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작년에 승우 님 멤버십까지 긁고 가신 정민 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어떤 마음으로 승우 님 멤버십까지 함께 등록하셨어요?


정민 저도 어린 나이에 창업을 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지금의 대인관계에서 고립될 거라는 건 예상되는 일이었죠. 어린 나이에 창업하면 또래 친구들과 프로세스가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협업할 수 있는 여성이 많지 않고요. 승우 님에게 창업의 어려움을 나눌 지지기반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데려왔어요.


승우 처음엔 ‘돈을 내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민 님 손에 이끌려 사람들을 만나고 명함을 교환할 때까지도 영문을 몰랐죠.


그런데 헤이조이스 무대에 선 연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전에 봐왔던 대기업 남성들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상상할 수 있게끔 이야기해주시는 게 좋았어요. 그때부터 ‘이제 헤이조이스라면 믿고 간다’로 바뀌었죠.


그리고 일하는 여성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이 됐어요. 내가 가진 고민을 마음껏 터놓을 수 있고, 그 고민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난 후로 겁이 없어졌어요. 밖에서 얘기할 때도 더 대담해질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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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태까지 참여했던 프로그램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민 뭐 하나를 뽑기가 어려운데, 저는 콘조이스가 가장 좋아요. 많은 여성들이 안전지향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을 계속했을 때 10년 뒤, 20년 뒤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어서’라고 생각해요. 저보다 먼저 길을 걸어온 선배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래, 여자의 인생이 30대에서 끝나지 않지. 우리에게도 40대와 50대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선배와 동료의 얼굴을 보는 게 정서적 지지가 많이 돼요. 주변 사람들에게 헤이조이스를 추천할 때 “내가 30년 동안 받은 정서적 지지보다 여기서의 6개월이 더 컸어”라는 말을 꼭 해요.


받은 만큼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계속 해요. 그래야 헤이조이스에서 선순환이 계속 이루어질 것 같아서요. 제가 잘 아는 필드는 '창업'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스타트업 유치원>을 마치면, 창업자들과 이야기 나누고 작당모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승우 번외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북토크가 너무 공감됐어요. 저희랑 비슷하잖아요. 헤이조이스 아지트에서 이 책을 보고 있었는데, 나리 님께 작가분들 만나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후에 진짜 북토크가 열리더라고요. ‘헤이조이스에 뼈를 묻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여기는 안 되는 게 없다. 역시 일 잘하는 분들의 호흡이란 이런 것이구나.’ 굉장히 빠른 호흡에 플래너 분들은 많이 힘드시겠지만, 저희는 응원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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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어떻게 하면 우리가 헤이조이스에서 받은 것들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거든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저희 마음을 전해드린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일하는 여성분들이 이 인터뷰를 읽고 공감과 위로를 얻으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고, 앞으로도 헤이조이스를 통해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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