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랜티오브 Apr 10. 2022

나의 진짜 하루는 18시에 시작된다

퇴근 후 시간에 대한 단상

퇴근하고 집에만 오면 앓아눕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 종일 긴장하고 스트레스에 노출된 탓에 아늑한 방 안에 오자마자 긴장이 녹아내렸고 이대로 잠들기엔 아쉬워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단지 쇼핑몰이 세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쇼핑하고, 유튜브 콘텐츠나 미드를 틀어두고 멍하니 보다가 잠들곤 했다. 다음 날 아침이면 또다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회사로 향했고 퇴근하면 같은 행동의 반복이었다. 주말이 오면 행복한 것도 잠시, 일요일 점심 무렵부터 우울해졌고 같은 일주일이 또 반복되었다.


가끔은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무엇이라도 저녁 일상에 끼워넣기도 했다. 이를 테면, 헬스나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배우기도 했고(작심삼일이었다는 것이 흠이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저녁 술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내 평일 일상에 '회사'만 남는 것이 싫어 이것저것 끼워 넣었던 것이다.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녁을 무료하고 멍하니 보내는 것 외엔 무엇이라도 해야 했기에 뭔가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다.


연차가 쌓여가면서 퇴근 후 시간에 대해서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 가는 것이 아쉬워 늦게까지 콘텐츠를 보거나 매일 보던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지는 것, 그냥 무작정 이것저것 사거나 먹는 것은 그저 불안함의 도피일 뿐이며, 순간적인 웃음과 순간적인 재미만으로 퇴근 시간을 채우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퇴근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까. 적어도 나는 아래 3가지 기준 중 하나는 충족하는 활동들을 하며 퇴근 시간 이후를 보내기로 했다.


1. 삶 자체를 풍요롭게 하는 활동
2. 경제적 자유에 가까워지게 하는 활동
3. 건강(육체, 정신)에 좋은 활동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무작정 들어가 보았던 어느 올드 펍. 


1. 삶 자체를 풍요롭게 하는 활동


이 활동은 한 마디로 '아 이 맛에 내가 돈을 벌지'라고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통칭한다. 퇴근 후에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가고 싶었던 식당, 바를 갔다. 혼자 버스를 타고 무작정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본 핫한 카페에 가기도 했다. 


과거의 내가 '아 내가 돈을 얼마나 힘들게 버는데 이런 것도 못 사나'라며 의미 없이 쇼핑하던 것과는 분명 달랐다. 이 활동들은 삶 자체에 좋은 동기부여가 되어 주었다. 나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과 술을 먹는 것이 스스로에게 좋은 영감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어주었다. 



2. 경제적 자유에 가까워지게 하는 활동


경제적 자유에 가까워지게 하는 크고 작은 활동들을 했다. 초반에는 월 수입과 지출 등을 파악하고 연 저축 목표를 점검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생각보다 집 보증금이나 적금 등 자산이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과정을 통해 자산을 점검할 수 있었고, 지출 항목들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자산과 수입, 지출 등을 명확히 파악하고 나서는 투자나 개인연금과 관련된 공부를 했다. 유튜브와 책을 통해 공부했더니 일관된 내용들이 있었고, 나에게 잘 맞다고 생각하는 투자 방식을 선택하여 자산을 관리 중에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느 정도 정리한 후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조금씩 준비 중에 있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활동을 하다 보면 매월 월급을 받는 cashflow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투자를 통해 매월 2-30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회사 일이 힘들 때에도 이런 점들을 생각하며 오히려 꾹 참을 수 있는 요인이 되어주기도 했다.



3. 건강(육체, 정신)에 좋은 활동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의 체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고, 약화된 체력은 피로감, 무력감, 짜증을 유발하여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퇴근 무렵이면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여 바로 기절하듯 잠들어버리는 것이 과장이 아닌 것이다. 헬스나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다시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우선은 홈트를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30분 걷기', '60분 걷기' 등의 키워드로 신나고 무료하지 않게 파워 워킹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보며 걷고 또 걸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갈수록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늘 다리가 부어있는 느낌이었는데 혈액순환이 잘 되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고, (식이를 병행하지 않았기에 미약하지만) 다이어트 효과도 있었다.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 좋은 활동들도 했다. 이를테면,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면서 반응이 좋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콘텐츠를 보기도 했다. 단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멍하니 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면서 즐겁게 웃으면서 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이가 있었다. 오늘 업무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건 간에 저녁에 까르르 웃고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껏 진정되었다.



회사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친 날에도, 나는 18시 이후에 내 진짜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누군가에겐 의미 없어 보이는 활동들일지라도 내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하는 일이라면 나에겐 충분히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매일 최소 3시간 이상을 내가 만든 원칙에 따라 보낸다는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활동들은 회사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회사 외에도 나에게는 행복한 일상이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업무에 임할 수 있었고, 여가나 투자 활동을 통해 소속감(회사에 소속되어 있다!)과 cashflow(매월 들어오는 월급)의 중요성과 감사함을 느끼며 회사 생활 자체에 동기 부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월요일이 오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