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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May 03. 2023

애착유형과 인간관계

<유형별 특징>

애착 유형은 크게 안정형과 불안정형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불안정형은 다시 세 가지, 불안형, 회피형, 혼란형으로 나뉘죠. 애착의 유형은 총 네 가지의 유형으로 나뉘는 거죠. 각각의 유형은 저마다의 정서조절 방식, 관계를 맺는 방식이 어떠한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애착의 유형이 나누어지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은 아기가 자신의 욕구를 표현했을 때 그 욕구를 양육자가 '빠르고 적절하게, 잘 반응했는가'입니다. 주 양육자는 주로 엄마이기 때문에 계속 엄마로 표현하며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엄마가 민감하게 잘 돌보았다면 아기는 안정형 애착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못했다면 불안정한 애착 유형에 가까워지겠죠. 안정적으로 돌보지 못하는 방식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고, 방임적이었을 수도 있죠. 이랬다저랬다 했을 수도 있고요. 그에 따라서 불안형, 회피형, 혼란형으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안정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이 좋은 편입니다. 엄마와의 관계를 잘 맺은 만큼 다른 관계에서도 자신감이 있죠. 자신감의 근거는 자기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나를 돌봐주었던 엄마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점입니다. 자신을 신뢰하고, 타인을 신뢰하는 거죠. 여기서 말한 자신에 대한 신뢰, 타인에 대한 신뢰가 애착 유형을 나누는 결정적인 기준이기도 합니다.

안정형인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편하게 요구할 수 있고, 자기감정을 잘 인식하고, 적절하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타인과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뜻하죠. 또한 문제해결 능력도 꽤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문제해결능력은 생후 2년쯤부터 시작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 발달합니다. 어릴 때는 주로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발달하기 때문에 애착과 문제해결능력이 연관되어 있어요. 문제해결능력이 좋다는 건 즉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력도 좋다는 걸 의미합니다.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고, 무엇이 타당한지 천천히 고민할 수 있는 거죠.

회피형은 엄마가 아이의 요구에 반응해 주지 않을 때 형성됩니다. 엄마가 나를 회피했으니, 나도 엄마를 회피한다는 느낌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이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힘을 길러야 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엄마도 나를 돕지 않는데 타인이 자신을 도울 거라 기대하긴 어렵죠.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누군가 자기 일에 간섭하는 걸 불편하게 여깁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고, 주변에 알리지 않을 때가 많아요.

인간관계에서, 그리고 정서조절에서, 회피형은 유형 이름처럼 회피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해요.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거리를 두고 만남을 회피합니다. 상대방이 "얘기 좀 해"라고 말하면 "나중에"라며 동굴 속에 숨어버립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면 꾹꾹 눌러 담습니다. 타인에게 의지하여 해결하기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려 합니다. 회피형의 사람들은 스스로는 신뢰하지만,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불안형은 우선 자신에 대한 신뢰가 낮고, 타인에 대한 신뢰는 높은 편에 해당합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믿지 못하기에 타인에게 지나친 의존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돼요. 어떻게든 잘 지내려고 하고, 관계를 맺는 동안 갈등을 겪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사과하고, 맞춰주고, 양보하기도 해요. 때로는 자신의 노력만큼 상대방이 응해주지 않는 데서 분노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라면서요.

불안형의 엄마들은 주로 '예측하기 어려운' 돌봄을 한 경우가 많다고 해요. 즉 자신이 기분 좋을 때는 좋은 엄마로서 아이를 대했다가도, 자기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화를 내거나 무시해버리는 등 적절하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기분이 안 좋은 데 누군가에게 친절할 수 있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엄마로서 그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 아이에게 주는 영향은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어요.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엄마의 행복이 먼저다'라고 말하기도 하는 거죠.

불안이라는 감정은 통제를 부릅니다.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제대로 예측해낼 수 있게 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인간관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행동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어요. '내가 잘해주면 상대방도 내게 잘해줄 거야'라는 예측을 만들어내기 위한 행동인 거죠. 하지만 인간관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고, 자기 예측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불안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쌓이고 쌓인 불안은 분노라는 감정으로 바뀌기 시작해요. 결국 상대방에게 분노를 터뜨리게 되고, 관계는 무너지게 됩니다. 불안형은 생각하죠. '또 내가 일을 망쳤구나'라고요.

혼란형 애착은 양육자가 학대적으로 아이를 돌봤을 때 나타나기 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폭력을 가했다거나, 아니면 지나친 방임이 학대적인 돌봄에 해당합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신뢰도, 타인에 대한 신뢰도 없습니다. 혼란형은 '가깝고 싶은 데 멀었으면 좋겠다'라는 관계를 맺습니다. 처음엔 친밀해지고 싶어서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지만, 막상 친해지기 시작하면 두려워져서 선을 긋고 거리를 두게 됩니다.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른 채 당황하고, 슬퍼하면서 말이죠.

폭력에 노출되었던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혼란형인 사람들은 안전하고 편안한 상황이 도리어 불편하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스스로를 위험에 집어넣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자극에 민감하죠. 자기 생각에 갇혀 있는 경우도 많아 자주 오해를 하고, 일으키기도 합니다.

안정형은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하지만, 다른 불안정한 애착 유형은 저마다 인간관계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간단히 한두 가지씩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회피형은 타인과 공존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누군가와 함께 해보는 경험을 하면 좋습니다. 현재는 협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회피형은 독립적인 능력이 뛰어나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룰 수 있지만, 그 이상을 해내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성취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아주 사소한 부탁을 해보는 연습을 해본다면 좋아요. 그리고 굳이 타인의 조언이 도움 되지 않더라도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나눠보는 일도 좋습니다.

불안형은 타인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경향이 있어요. 자신의 기대가 현실적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믿음이 있을 거예요. 그 믿음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하나씩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특히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당연한 건 거의 없습니다(사실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만, 보험으로 '거의'라고 표현했어요).

혼란형은 우선 어린 시절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푸는 게 우선입니다. 상담에선 '미해결 과제' 혹은 '미해결된 감정'을 다루는 작업을 주된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우선 부모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으며 자랐는지,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은 무엇인지, 어떤 부모를 원했고, 어떤 점이 상처였는지 등 지금까지의 삶의 역사를 하나씩 살펴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작업은 혼란형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에요. 불안형, 회피형에게도 필요하죠.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문가와 함께 하는 게 좋죠. 그럴 수 없다면, 자기 자신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해요.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고, 무엇이 아픈지를 말이죠.

애착에 관한 이야기는 겨우 이 정도로 다 정리할 수 없는, 아주 방대한 내용입니다. 설명이 많이 부족하지만 천천히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를 떠올려보며 현재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본다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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