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길들여진다는 것.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독서감상문.

by 재애

인간은 끊임없이 똑똑해지고 있는가


우리는 처음 도구를 다루기 시작했던 우리의 선조들보다 더 똑똑한가? 조선시대 사람들보다, 우리의 조부모님들보다 더 똑똑한가?《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의 저자이자 발달심리학자인 브루스 후드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인간의 지능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가정한다'라고 지적한다. 순전히 지적 능력만 고려한다면 2만 년 전의 사람들과 우리는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선조들이 쌓아온 수많은 지식을 활용할 뿐이다. 지식은 대물림 되어 왔고, 활용하는 방법조차도 쌓인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배웠다. 새로운 발명품과 신기술이 속속들이 나타나지만, 아무런 기반 지식 없이 새롭게 탄생하는 건 단 하나도 없다. 만약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까지 쌓인 모든 지식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과연 선사시대 사람들보다 더 나은 발전을, 더 나은 생활을 이룩할 수 있을까? 최근에 [닥터 스톤]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봤다. 어느 날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록빛이 지구를 감싸고, 모든 인류가 돌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수 천년이 흐른 후, 천재적인 고등학생 과학자인 주인공이 돌 껍데기를 깨고 부활한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원시시대로 돠돌아가 있었다. 주인공은 오직 선조들이 전해준 수많은 과학 지식 하나로 단숨에 현대 시대까지 기술력을 되돌린다. 주인공은 애니메이션답게 초인적인 천재로서 등장하지만, 결국 그 자신만의 새로운 지식은 전혀 없다. 단지 과학자들의 피와 땀으로 쌓아온 지식일 뿐이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계속해서 복잡해지고 커지기를 이어오다가, 지난 2만 년 동안 테니스공 하나 정도의 크기만큼 뇌가 작아졌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인간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주장한다. 길들여졌다는 건 다시 말해, '사회화'가 이루어졌다는 의미이다. 인간에게 사회성이 생존에 중요한 가치가 될수록, 더욱 똑똑해질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라고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동할 수 있고, 기존에 확립된 지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0에서부터 발견하고 탐색할 이유가 없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건 순수한 지능보다는,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이다.




길들여진 인간


'사회화'라는 명목 하에, 우리는 도덕적인 규칙을 익히고 법을 지키며 살아간다. 사회성을 길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어우러져 살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화 과정을 '길들임'으로 바라봤다. 아주 오래전 인간이 최초로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였던 것처럼, 인간이 오랜 시간 생존해오며 자기 자신을 길들였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관계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가장 사회에 잘 길들여진 사람들이지 않을까.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닐 테지만, 우리는 '다름'에 왜 이렇게 민감한 걸까? 다르다는 건 달리 말해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 사회규칙으로 정해진 행동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으로 여겨지는 건 아닐까.


심리학자 마이클 토마셀로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라는 주제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가 찾은 답은 "인간이 타인에 대해 생각하고, 타인과 협력하며, 생각과 행동을 공유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영장류와 다를 수 있다"였다. 이렇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언제 어디서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이웃과 교류하지 않게 되었다. 직접적인 접촉 없이 만나는 온라인 상에서의 인간관계를 더 편하게 여기게 된 듯하다. 이러한 변화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인간의 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어른이 된다는 것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여러분은 인간이 언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부모의 곁을 떠나 자립하는 것, 나의 가정을 꾸리는 것, 부모가 되는 것, 또는 아재 개그가 재밌어질 때, 어느 만화에서 본 것처럼 베개에 떨어진 머리카락의 개수가 많아질 때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저자는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될 때 어른이 된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러려면 우리는 의사소통 기술을 배워야 하고, 온라인 상에서의 의사소통만으로는 부족할 거라고 생각한다. 의사소통은 길들여지는 과정의 일부다. 대화하지 않으면 관계의 규칙을 바로 세울 수 없다. 올바른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우리는 길들임의 일부로써 규칙을 배워야 한다.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믿는다. 중학생 때까지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만 나이로 한 살이라도 깎아보려는, 별로 소용없는 발악이나 하고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젠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오래 아이로 살았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야 하겠다. 사회 구성원이 되어, 올바르게 의사소통하며, 독립적인 인간이 되어보려 노력해야겠다.


나도 온라인 상에서의 대화를 좋아한다. 다른 나라의 사람과는 능력이 부족하여 대화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채워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생동감 있는 표정을 살피고, 자세나 제스처에서 오는 느낌을 포함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의 부재는 마음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단절을 맛봤지만, 안전한 방역 아래에서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