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를 기르는 습관, '멈춰!'

《자기돌봄》독서감상문.

by 재애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같은 삶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얼마나 바빴나요? 아침 일찍 일어나 많은 사람들에 치이며 일하고, 뭘 먹었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점심식사를 때우고, 집에 돌아와 보니 다른 일은 할 시간도 없이 하루가 끝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바빴던 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르죠.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무념무상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바삐 사는 것 이상으로 괴로울 수 있습니다.


결국 정답은 언제나 적당한 선에 걸쳐 있죠. 충분히 일하고, 충분히 쉴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저는 남는 게 시간인 백수로서 오늘 하루를 보냈습니다. 정오에 겨우 일어나 침대에서 뒤척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할 일 없이 멍 때리다 해가 졌습니다. 전혀 바쁘지 않았던 오늘, 마음속의 풍경은 사뭇 달랐습니다.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는 잡념들이 한시도 저를 떠나지 않았죠. 미동도 하지 않는 몸 안에서, 저는 엉덩이 한번 붙이지 못하고 내내 수많은 생각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맘속을 맴돌았습니다. 과거로 건너갔다가, 미래를 들춰보기를 반복했습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저도 바빴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열심히 뛰어다니며 하루를 보내신 분들이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제가 정신적으로 바빴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만약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함께 바빴던 분이 계시다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으니 어떻게든 쉬어보시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 물론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바쁘셨을 테지만요.


아마 저와 비슷한 사람보다는 육체적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시는 분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사람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말 그대로 '쉬는 법을 잊고 사는' 사람들도 꽤 자주 보입니다. 쉬는 법을 잊었다는 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와 같습니다. 그리고 쉬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 대부분은 지금 여기서 어디론가 방향을 꺾어야 할지 또는 계속 나아가야 할지 잘 모릅니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중 '고백'의 가사처럼, 핸들이 고장 난 채로 달리고 있는 트럭일지도 모릅니다.




멈출 수 있을 때 멈춰야 한다


살아있음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타라 브랙의 책 《자기돌봄》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살아있음'은 단순히 먹고, 자고, 숨을 쉬는 상태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지금 당면한 현실을 바라보는 상태를 뜻하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당연히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타임머신이 없기에 과거나 미래로 가고 싶어도 못 갑니다. 그러나 우리의 존재를 오직 육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듯이, 육체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 제대로 살아있는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생각, 의식은 지금 여기가 아닌 과거나 미래로도 건너갈 수 있습니다. 지난 일을 후회하고, 다가올 일을 두려워하면서 말이죠. 물론 지난 일을 기쁘게 기억하면서 다가올 일도 기대로 가득 찬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가 우리에겐 좀 더 익숙합니다. 씁쓸하게도 그렇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의식을 지금 여기로 데려오기 위해선 '멈춤'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손을 앞으로 쭉 뻗으면서 '멈춰!'라고 외치는 건 이 경우에 더 쓸모가 있어 보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깨어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깨어있다는 것은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과 그로 인한 감정들이 아닌 본래의 ‘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자각’이다." 위의 문장과 합쳐 축약해보면 '살아있음은 본래의 나를 자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나의 모습을 자각하기 위해 필요한 게 '멈춤'의 자세입니다. 저자가 책을 통해 알려주는 멈춤의 자세를 갖추기 위한 방법은 '명상'입니다.


그렇다면 왜 귀찮고 어려운 명상을 하면서까지 멈춰야만 우리 자신을 자각해야만 하는 걸까요?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자세히 둘러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KTX 열차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더욱 어렵겠죠. 천천히 걸어도 하나씩 살펴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멈췄을 때 우리는 가장 깊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삶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살다 보면 정말로 브레이크가 고장이 날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가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어딘가에 부딪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사건사고를 겪고 쓰러졌을 때에야 겨우 멈출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멈춰서 점검을 해야 될 겁니다.




나를 돌보기 위한 멈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나만의 '의식'을 만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명상'을 의식으로 활용하도록 돕습니다. 여러 명상 방법과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가이드를 실어 두었죠. 그러나 꼭 명상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저도 명상을 자주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진 숙련된 사람의 지도와 함께 배우는 게 필요하겠다는 걸 특히 요즘 많이 느낍니다. 물론 혼자서도 잘 익혀서 꾸준히 명상을 해내실 수도 있죠. 그런 분이시라면 이 책에 소개된 명상들이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만약 명상이 어렵고 스스로에게 잘 맞지 않다고 느끼는 분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 '멈춤의 의식'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지금 이 순간에 머물기 위해 집중해볼 감각 정하기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오감을 활용하여 세상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감각을 사용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늘 쓰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는 많은 걸 생각하고 계속 머리를 굴려야 하기 때문에 감각까지 생각으로 잡아두진 않게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각이 현재를 넘어 과거와 미래를 오고 가기도 할 겁니다. 책에서는 '닻을 내려라'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잠시 과거나 미래로 생각이 흐르더라도 닻을 내려놓으면 멀리 떠내려 가지 않습니다. 다시 닻을 내려 둔 지금 여기로 돌아올 수 있죠. 닻은 어떤 것이든 괜찮습니다. 무엇이든 닻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인셉션]을 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영화에선 꿈인지 현실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그 사람만의 물건, '토템'이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토템인 팽이가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나죠. 이 토템은 현실로 되돌아오기 위한 닻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닻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감각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러분이 좋아하는 감각이 있을 겁니다. 저는 촉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한 감각을 좋아하죠. 어떤 사람들은 청각이, 또 다른 사람은 미각이 중요하거나 예민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정해두고 한 가지 감각에만 집중해보는 겁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좋아하는 색이 담겨 있는 물건을 모두 찾아본다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음 하나하나, 악기 소리 하나하나를 쫓아보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아주 천천히 씹으면서 음미해볼 수 있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슬라임이나 액체 괴물을 만지는 활동도 좋습니다. 향초를 피워둘 수도 있겠습니다. 이처럼 한 가지 감각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자기만의 의식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2. 나의 마음을 현재에 단단히 묶어두는 일, 글쓰기


글을 쓸 때만큼은 우리의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습니다. 심지어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며 쓸 때도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잠시 현재를 벗어나다가도 금방 되돌아옵니다. 무엇을 쓸지 고민할 때는 여기저기 떠돌던 마음도 한 글자 한 글자 쓰는 그 순간만큼은 지금 여기에 단단히 뿌리내립니다. 글을 쓰는 순간에는 내가 지금 오탈자 없이 글을 잘 쓰고 있는지, 문장 부호는 적절히 넣었는지 등 글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니 다른 생각들이 자리를 비켜주어 마음이 내려앉을 자리가 마련됩니다. 글쓰기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더 넓은 자리가 생기고, 마음은 더 편히 두 발 뻗고 그 자리에 누울 수 있습니다.


키보드로 타이핑을 치며 글을 쓰는 것과 노트에 볼펜이나 연필로 글을 쓰는 것 모두 좋습니다. 개인적으론 직접 펜을 잡고 글을 쓰는 걸 추천하지만, 저도 키보드를 훨씬 더 많이 씁니다. 우리에게 더 익숙하고 펜으로 쓰는 것보다 에너지도 덜 쓰이니 편합니다. 그럼에도 수기로 쓰는 걸 추천하는 이유는 글을 쓸 때 느껴지는 감각이 더 다양하고 집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더 힘들다는 건 달리 말하면 그만큼 느껴지는 감각 자극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짧고 긴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내용이어도 괜찮습니다. 초등학생 때 방학 숙제로 쓰던 일기 같은 글이어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저는 그때 두 줄 정도 적었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 하루는 맑았다. 친구와 놀았다. 저녁에는 고기를 먹었다. 신나는 하루였다. 끝!' 한 줄 같다고요? 글자를 아주 크게 쓰고 띄어쓰기를 놀랍도록 넓게 하면 두 줄이 된답니다. 글의 질과 양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모전에 낼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필요 없으니까요. 다 쓰고 나면 찢어서 버려도 됩니다. 그냥 글을 쓰는 행동 자체가 지금 현재에 멈추는 의식이니까요. 물론 보관하면 더 좋겠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그 글이 언젠가 여러분만의 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마치며


나 자신을 돌보는 건 요즘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입니다. 저는 이 사실이 참 슬픕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자연스럽게 익혀야 할 일인데 떠오르는 화젯거리라는 게 안타깝습니다. '매일 밥을 먹어야 한다!'라는 것처럼 너무도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는 트렌드가 되지 않으니까요. 하루빨리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흔해져서 이 트렌드가 끝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달린 모든 분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며, 잠들기 전 30분 정도는 꼭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고, 시동을 끈 채로 편안한 잠에 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