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쓰는 법》독서감상문.
오늘 하루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셨나요? 아니라고요? 아름다웠음에도 아니라고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아마 '아름다움'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너무 숭고하게 또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절경이 펼쳐지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거장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 겨우 느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매일 살고 있습니다. 《시처럼 쓰는 법》의 저자 재클린 서스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여러분은 시를 써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나름 시를 쓴답시고 글을 끄적여 왔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쓸 겁니다. 하지만 100편을 써도, 500편을 써도, 글쎄요. 별로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정말 진지하게 시를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럼 나만이 쓸 수 있는 시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어 머뭇되게 됩니다.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시를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시를 쓰는 전문적인 기술을 알려주진 않습니다. 물론 비유하는 법이나 시상을 찾는 법 등 시를 쓰기 위해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지만, 제가 읽고 느낀 바로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이기보다는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고 그 느낌을 기록하는 이유에 대한 독백 같았습니다.
저자는 "내 인생을 멀리서 축소하여 바라보면 모든 것에 경외감을 갖게 된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소소한 것과 거대한 것이 맞아떨어지는 경이로움이 시의 핵심이며, 언제 어디서나 이를 연습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사실 이 말이 제겐 와닿지 않았습니다. 소소한 것과 거대한 것이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해본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는 경외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진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시를 잘 쓰지 못하는 걸까요? 다만 저는 일상의 소소한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많이 아낍니다. 그래서 잊기 전에 시의 형태로 적어 남기고 싶은 마음에 계속 시를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일상도 그 자체로 이미 한 편의, 또는 수십 편의 시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그럴 겁니다. 단지 시로 적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시가 되지 못한 채 불어오는 시간에 날아가버리고 있을 겁니다. 저는 제 일상만을 붙잡을 수 있어서 여러분의 일상은 여러분이 잡아주면 좋겠습니다. 꼭 시가 아니어도 일기를 쓰거나 사진을 찍어두는 식으로 말이죠. 우리 일상은 그럴 가치가 있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가지 '시처럼 쓰는 연습'을 제안합니다.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어 다듬기도 하고, 쉬운 언어로 생각을 전하는 연습을 해보라고도 말합니다. 그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기'가 참 마음에 들어 간단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무엇이건 당신이 그 일을 하는 이유, 그것을 연습하는 이유, 그것을 공부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글로 쓰면서 자신의 목적을 탐색해 볼 것을 제안한다.
꼭 시를 쓰지 않더라도,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하는 목적을 탐색해보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적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다면 거기서 어떠한 보람도, 의미도 찾지 못할 겁니다. 말 그대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죽어가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직장인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죠.
저도 저자가 제안한 연습을 시가 아닌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일에 접목시켜 해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같이 지금 하고 있는 일 또는 하고 싶은 관심사에 적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왜 그 일을 하는가?' 질문하고 답해보면서 시작해봅니다. '나는 왜 심리학을 공부하는가? 사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어서 '왜?'를 계속 질문합니다. '나는 왜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가? 이해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가? 인간관계에서의 편안함이 내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왜 내게 편안함이 중요한가? 마음이 편안해야 안정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안정된 삶이 중요한가?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쭉 파고 내려가다 보면 결국 나에게 있어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가 나타납니다. 그것이 내게 있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뭔가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만약 제가 추구하는 '안정감'이란 가치를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는 중 오히려 심리학 공부가 안정감을 해치게 된다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본말전도,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상태'라는 사소한 것만 신경 쓰면서 본질을 잊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그런 상태에 빠져 있진 않은지 확인해본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목적이 있기 마련입니다. 계속하다 보면 그저 습관적으로 하게 될 때도 있지만, 처음에는 분명 무엇을 위해서든 목적을 가지고 뛰어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잊었을 뿐 그 목적은 계속 살아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도 습관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그 속엔 분명 사소한 목적들이 숨어있습니다. 물을 마시는 목적,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목적, 음악을 듣는 목적, 길을 걷는 목적이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경험에도 '왜?'라는 질문을 미끼로 달아서 던져보면 깊은 곳에서 헤엄치고 있던 목적이 강하게 물고 당길 겁니다. 힘차게 낚아 봅시다. 얼마나 튼실한 놈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사랑하고, 또 시를 쓰기도 하는 이유는 저에게 있어 '일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보지 못하고 있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기 때문이죠. 수많은 시인들이 써 온 시는 결코 특별한 경험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거의 대부분이 일상적이고 흔한 경험들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를 쓰려고 보면 지금 제가 두드리고 있는 키보드도, 제가 적고 있는 글을 보여주는 노트북 화면도 그냥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있고, 모르고 있던 부분이 보이기도 합니다. 시를 쓴다는 건 결국 잠시 멈춰 서서 세상과 대화를 나누는 행위이기도 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읽는 건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는 말하기 어렵네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여러분만의 시선이 좀 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시를 쓰는 모든 사람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