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내면을 만나다.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서평

by 재애

여러분은 영화를 자주 보시나요? 저는 아주 가끔 영화를 찾아보곤 해요. 유튜브에서 영화를 추천해 주는 영상을 보다가, '이건 꼭 다 봐야 해!'라고 느껴지는 걸 찾아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볼 때 그냥 재밌게만 볼 뿐이지,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네요.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저자가 본 영화들을 심리학적으로, 구체적으로는 정신분석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다룹니다. 영화에 담긴 의미와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 상징에 관한 고찰이 담백하게 담겨 있어요. 오늘의 글은 다음의 순서로 구성해 보았어요.



(1) 영화의 심리학적 의미

(2) 팀 버튼의 <가위손>에 관한 심리학적 고찰

(3) 내 삶에 적용할 실천점






영화에 담긴 심리학



SE-48f7736a-5417-4dd6-99a5-408def7e9cbb.jpg?type=w1 영화는 또 하나의 세계다.




저자는 왜 하필 영화를 통해 심리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을까요? 정신분석 전문가인 저자는 영화와 정신의학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의 감정과 생각, 행동, 동기를 주로 다룬다'라는 점이 특히 그렇다고 합니다. 실제로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도 있다고 하네요. 영화 속 주인공은 단지 배우의 연기로 만들어진 존재일 수 있지만, 우리는 선명하게 살아있는 실제 인물처럼 주인공을 바라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연기를 해내지 못하는 배우를 아주 매몰차게 질책하는 경우도 있죠. 정말 어디엔가 살아있을 것만 같이 명품 연기를 해낸 배우는 극찬하기도 하고요.




영화는 분명 만들어진 허구입니다. 그러나 그 속엔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죠.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통해 위로받아 치유되는 경험을 할 수 있나 봅니다. 심리치료 장면에서도 영화를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힘들어하는 사람의 상황에 딱 맞는 영화를 함께 보며 간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을 보며 스스로의 문제도 어떻게 해결해볼 수 있을지, 도움을 얻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영화를 통해 살면서 겪는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배우곤 합니다. 영화를 보며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고, 영화 속에서 풀어지는 간접경험을 통해 치유받습니다. 여기에 저자는 정신분석이라는 지식을 덧붙였어요. 정신분석은 간단히 설명하면, 내면의 무의식을 탐구하며 그 무의식에서 건강하게 해결되지 못한 과제를 의식 수준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이끄는 심리학의 한 가지 이론입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우리의 정신 대부분이 무의식에 해당한다고 보죠. 아마 빙산 그림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바다에 가라앉은 부분이 무의식인데, 바다 표면에 드러나있는 부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크죠.




SE-4ca8514d-448f-4fac-ae41-92bbe52670fa.jpg?type=w1 정신분석이라는 렌즈로 보는 영화




저자는 총 34편의 영화를 정신분석적 해설을 덧붙여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는 영화를 많이 보진 않은 편이어서 대부분의 영화가 본 적이 없는 영화였어요. 이번 기회에 다양한 영화를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실제로 <매그놀리아>와 <아메리칸 뷰티> 등 5편 정도 찾아서 보기도 했어요. 저는 모두 다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팀 버튼의 삶이 녹아든 듯한 영화, <가위손>


여러 영화들에 관한 글 모두 재밌게 흥미진진했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특히 <가위손>에 관한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내면의 상처를 다루는 것에 초점을 맞춰 저자는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이 영화에 관한 글의 소제목은 "외로운 예술가는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는가"였어요.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아이가 한 명씩 살고 있다.
(중략)
그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는 길은
성장을 멈추어버린 아이에게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59p




그리고 이 아이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든 사람이 바로 팀 버튼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저자는 "팀 버튼의 영화는 대부분 그의 내적 심리 상태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특히 <가위손>을 팀 버튼의 '심리적 자서전'이라고까지 표현해요. 저는 이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어요. 아주 잠깐 스치듯 본 기억만 납니다. 제가 기억하는 건 가위손을 가진 주인공이 높은 곳에서 종이를 잘게 오려 하늘에 뿌리는 장면이에요.




가위손을 가진 주인공 에드워드는 어느 과학자가 만든 인조인간이라고 해요. 에드워드는 과학자를 아버지로 여기며 사람처럼 사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과학자가 에드워드의 손을 미처 만들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에드워드는 가위손을 달고 살게 되죠. 그렇게 살아가던 에드워드는 펙 보그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펙은 에드워드를 가엾게 여겨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살갑게 대해줍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던 에드워드는 펙의 딸 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킴에게는 짐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죠. 짐은 에드워드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에드워드의 가위손을 이용해 자기 아버지의 물건을 훔치려는 일을 꾸밉니다. 이 일로 에드워드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미움을 받게 되고, 에드워드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다시 원래 살았던 성으로 가 외롭게 지내게 되죠.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에드워드는 조각이라는 예술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고, 그 작업의 파편을 눈송이처럼 하늘에 잘게 뿌립니다.




SE-ec7d00ff-36f8-4df4-ae81-d6b6f4ec6aa3.jpg?type=w1 가위손 에드워드가 너무 안타깝다...




저자는 에드워드가 자신을 만들어준 과학자로부터 제대로 된 손을 받지 못한 걸 '아이가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한 것'으로 해석했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어머니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어머니가 제대로 곁에 있어주지 않으면 아이는 좌절을 경험하게 되죠. 그러면 아이는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동시에 공격성이라는 감정을 갖게 됩니다. 제대로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공격성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는 자기 자신을 향한 공격성이기도 합니다.




위의 사진에도 나와있듯이, 에드워드 자신조차 스스로에게 두려움을 느낀다는 부분이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그리고 에드워드에 제 자신을 투영해서 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에드워드처럼 가위손을 갖고 있진 않지만, 저 또한 저의 공격성이 밖으로 새어 나올까 두려워하며 사람들과 거리를 뒀던 때가 있었어요. 외로워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는데 막상 가까워지면 저도 모르게 화를 내고 비난하는 말을 쏟아내기 일쑤였죠. 그러면 사람들은 절 떠났고, 저는 또다시 스스로를 두려워하며 숨어야만 했어요. 단지 글로 읽었을 뿐인 데도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는 걸 느꼈습니다.




SE-a6f54cbc-084e-4154-8dd9-36fbb5b0b474.jpg?type=w1 가장 두려운 건 다름 아닌 나 자신






의미를 가진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 방법


마지막 순서는 '실천할 점'을 발견하는 시간입니다. 이 책은 정신분석으로 영화를 바라본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죠. 그러니 실천할 만한 과제도 정신분석적으로 찾아보고자 했어요.




SE-b73915ba-fd42-4e38-8737-f7e670c9649d.jpg?type=w1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기제




이 책에서의 과제는 '방어기제'를 탐색해 보는 걸로 정했습니다. 방어기제란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대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방어기제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사용됩니다. 대표적인 방어기제로는 '퇴행', '합리화', '승화'가 있죠. 퇴행은 말 그대로 유아기 시절로 퇴행하듯이 철없고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걸 뜻해요. 자기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떼를 쓰거나, '나는 아무것도 못해'라는 식으로 모든 걸 부탁하는 등의 행동을 보입니다. 합리화는 아마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해내지 못한 일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걸 말합니다.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로 흔히 설명하죠. 승화는 해소되지 않은 욕구를 창조적인 방법으로 풀어내는 걸 뜻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화가들이 좋은 예시가 되겠네요.




저는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는지 면밀히 제 자신을 관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영화 한 편을 골라 제 나름대로 심리학적 분석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심리학 도서는 이렇게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책의 내용을 응용해 보는 식으로 읽으면 아주 값진 '남는 독서'를 할 수 있답니다. 여러분도 심리학 도서를 읽을 땐 꼭 이렇게 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