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가방에 매달린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낡고 멍든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가장 많은 곳에서 함께 하지만
가장 적은 손길을 받는 녀석
너를 외면한 순간들이 떠오른 순간
네가 매달려 있던 가방이
이 세상처럼 무거워졌다
매일 아침 식물에 줬던 물들을
다시 물뿌리개에 담을 수 없듯
너와 함께한 세월들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네가 나와 함께 했던 순간들
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는 순간에도
내게서 떼어지지 않은 너는
내게 쇠고리로 인해 갇힌 걸까
아니면 네가 나를 붙잡고 있는 걸까
무표정한 얼굴을 지닌 너는
평생 표정을 바꾸지 못한다
그저, 낡고 멍든 두 눈을
여태 숨겨왔던 것처럼
있는 힘껏 질끈 감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