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자작시

by 몽중상심

북적이는 지하철에서

제 마음처럼 텅 빈자리 찾아

아무도 부딪히지 않는

맨 끝 어두운 자리

편하게 기대고 싶어서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려도

제가 앉을자리는 없어서

제게 향한 따뜻한 빛이 없어서

슬픔이

이 지하철을 가득 적십니다


막혔던 둑 뚫리듯

흘러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아직은 종착역이 아닌데

그럼에도 여전히

제 자리는 없어서

물끄러미 출입문만 바라보곤 합니다


언제 멈출 수 있을까요

언제 쉴 수 있을까요

종착역까지 지하철이

가기는 할까요

어두워진 마음에

비좁은 지하철에서

할 수도 없는 뒷걸음만 칩니다


제가 내릴 곳은 종착역인데

끝까지 두 발로 걷지를 못합니다

걸어가는 사람들 그림자만 바라보며

저는 여기서 평생 살아야만 하는 걸까요

저는 지하철을 타고 빠르게 나아가는데

정작 제가 직접 걸어간 길은 없습니다

무슨 자격으로 종착역을 찾는 걸까요


지금이라도 저를 내보내주었음 합니다

이 지하철에서, 이 삶 속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자유로울 것 같아서

종착역이 아니어도 좋으니

출입문을 부숴서라도

두 발로 직접 걷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나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진전 없이 멈춰있는 제 모습이

많이 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