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민 Jun 16. 2017

#75 착한공부

2017.5.15. 제자가 두고간 편지를 읽고나서

지난 금요일 방과 후에 작년 제자 ㅇㅇ이가 슬며시 왔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봉투도 없이 편지지만 주고 인사하고 나갔다. 스승의 날 편진갑다. 하고 가방에 챙겨두고 출장을 갔다. 뒤늦게 가방을 정리하며 편지를 발견하곤 이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작년, 글 쓰기를 너무나 싫어하고 학습지에는 '잘 모르겠다.'만 남기던 아이, 공부에는 너무나 자신이 없고 글맵시도 엉망이었던 아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못하는 건 지금 이대로, 잘하는 건 더 잘해보자.'였다. 뭘 해야 하냐는 아이의 질문에 뭘 해도 괜찮으니 30분 동안 앉아서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다. 그게 착한 공부라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부의 3요소는
동기, 복습, 시간이다. 나는 이걸 내가 기타를 독학한 이야기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기타를 배운 이유는 당시 연인이 좋아하던 노래를 연주하고 싶어서였다.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연주하는 게 목표였다. 동기는 확실했다. 그 다음 유튜브를 보고 복습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출근 전에 10분, 퇴근하고 10분 정도 연습했다. 방음이 잘 안 되는 집이라 더 연습할 수도 없었다. 물론 들려주기 전에 그와 헤어진건 안습이지만 기타 실력은 남았다.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매일 반복하는 게 최고의 공부라고 가르친다. 

암튼, 내 손을 벗어난 아이가 아직도 공부습관을 잃지 않고 유지해 주는 것, 내가 준 어떤 것보다 가장 귀중한 선물이다. 그걸 알게 된 내 마음도 그 어떤 때보다 기쁘고.

매거진의 이전글 #74 4차 산업혁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