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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Jan 12. 2016

장래희망란에 ‘양띵’을 적는 아이들

MCN 그리고 트레져헌터


첫 돌 맞은 트레져헌터, “우린 아직 작은 구멍가게”


2015년 하반기 인터넷 업계를 정리하는 세 개의 키워드는 ‘핀테크’, ‘O2O’ 그리고 ‘MCN’이었다. 그중에서도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는 단어는 근래 수없이 언급되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정의가 모호해졌다. 너도나도 MCN을 한다고 나서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범주 안에 드는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젠 평범한 부동산 사장님도 직접 ‘일산 부동산 TV’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 옛날처럼 9시 뉴스를 보지 않아도 부동산 TV를 보면 일산 아파트 값이 현재 두 배 이상 뛰었다는 걸 알 수 있는 거다. 일반인인 일산 부동산 사장님이 크리에이터가 돼서 방송을 한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이 방송은 아프리카를 넘어 달나라까지 송출된다. 아주 평범한 개인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오늘(1월 7일)로 정확히 창업 1주년을 맞이하는 트레져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작년 한 강연에서 MCN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연예인 등 셀렙이 아닌 일반인 동영상을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무색하게도, 지난 한 해 동안 트레져헌터가 받은 총 투자 금액은 157억 원 규모다.  VC들은 트레져헌터의 사업모델이 돈이 된다고 평가한 거다.


창업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백 억대 규모의 투자를 받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다. 규모로만 놓고보면 작년 MCN 분야에서 가장 큰 투자를 받은 메이크어스(202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MCN 산업 자체는 하나의 ‘업(業)’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초창기다. 급작스러운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송재룡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부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외부의 시선과 현실의 갭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MCN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투자도 여러 번 받다보니 우리를 너무 과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국내 MCN을 대표하는 것처럼. 트레져헌터는 이제 막 문을 연 지 1년이 된 구멍가게에 불과하다. 업태 자체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근데 종종 MCN의 10년 후 미래를 우리에게 묻는 경우가 있다.(웃음)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친구한테 대학 졸업하고 뭐 할거냐는 질문을 하는 것과 같다. 수많은 전개가 있을 수 있지 않나. 뜨거운 관심이 감사하지만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갓 형성된 생태계이긴 하지만, MCN 산업의 외형적 성장은 가시적으로 보인다. MCN 산업 자체의 규모 확대를 위해 올해 초에는 MCN 협회도 발족한다. 참여하는 스타트업만 50여 곳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MCN 기업이 탄생했는 지를 알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각국 MCN 기업을 초청해 전시, 크리에이터 팬미팅 등을 진행하는 ‘아시아 MCN 페스티벌’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트레져헌터 주요 이슈 (보도 시점 기준)

트레져헌터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부모다’


지금은 자리를 비운 예능인 노홍철은 <무한도전>에서 죽도록 외쳤다. ‘시청자가 부모다!’. 시청자 중심의 예능 프로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긴 진담 반 농담 반의 유행어였다.


아직 산업 규모를 늘리는 단계에 있다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작년 한 해만 해도 수많은 MCN 기업이 탄생했다. 대기업 사업자들도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결국 콘텐츠 중심의 산업인 MCN에서 가장 큰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그것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다. 그래서 트레져헌터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부모’다. 즉 모든 것이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송재룡 대표의 신념은 확고하다. 이전에 CJ E&M 에서 MCN 부문 팀장으로 일했던 송 대표가 퇴사 후 창업을 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MCN 사업에서 크리에이터가 특정 플랫폼이나 미디어에 종속되면 안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트레져헌터가 보유하고 있는 채널은 60여 개가 넘는다.


트레져헌터 소속 주요 크리에이터들


트레저헌터는 마인크래프트 등 게임 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 ‘양띵(본명 양지영)’이 직접 이사진으로 합류했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양띵은 전문적인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컨텐츠 방향성과 1인 컨텐츠 제작자의 필요와 욕구를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다른 MCN 기업에 비해서 수익을 많이 주고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정성적 차별점들이 있다고 본다. 가장 쉬운 예로, 외국계 MCN 기업의 경우 크리에이터와의 전속 계약을 메일로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각 크리에이터들과의 면접, 면담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미래에는 어떤 것들을 성취하고 싶은지를 깊이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다.”


마치 연예 기획사에서 소속 연예인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주는 것처럼, 트레져헌터에서도 소속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연예인과 크리에이터의 차이점은 크리에이터들은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따라서 컨텐츠 내용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크리에이터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설명이다.


대신 트레져헌터는 채널 관리, 마케팅, 제작 지원 등 기술적인 부분을 주로 지원한다. 크리에이터들이 구태여 트레져헌터와 같은 MCN 기업에 소속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례로 유튜브 채널의 경우 개인이 손대기 복잡한 기술적, 저작권적 이슈가 있다. 이 기준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 채널 자체가 삭제되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1인 창작자에게는 꽤 큰 리스크이기에 트레저헌터와 같은 전문기업이 있다는 것은 사전, 사후에 도움이 된다.


컨텐츠의 해외 유통을 돕는 것 역시 트레져헌터의 역할이다. 트레져헌터는 작년 10월, 중국의 미디어 사인 바나나프로젝트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중국 진출에 나섰다. 트레져헌터의 해외진출 전략은 해외 현지 크리에이터들의 발굴과, 국내 크리에이터의 해외 진출이다.


트레져헌터는 현재 작년 4월 인수한 뷰티 MCN 기업 ‘레페리’를 통해 현재 중국과 홍콩 법인을 설립 중이다. 크리에이터의 해외 진출을 위해 동시 통역, 자막 작업 등도 지원하고 있지만 게임 컨텐츠의 경우 생각보다 언어의 벽이 높지 않다는 것이 송 대표의 설명이다. 마치 음악처럼 게임 플레이 장면만을 통해서도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간 교류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MCN은 애초에 글로벌 비즈니스로 탄생했다. 소녀시대가 몇 개국 진출했냐고 물으면 답하기 어려운 것처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달나라까지 갈 수 있는 게 이 사업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사도 국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시청자의 시간을 뺏는 모든 회사가 경쟁사가 된다.


장래희망란에 ‘양띵’을 적는 아이들 


패러다임이 한 번 전환되면, 그에 응하는 네이티브 세대가 탄생한다. 디지털 전환기 때도, 모바일 전환기 때도 그랬다. 매 시점마다 ‘인류 역사 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탄생하고, 이들이 세상을 바꿔 나간다.


그래서 아이들이 장래희망란에 ‘양띵’이나 ‘크리에이터’를 적는 현상은 의미가 작지 않다. 초등학교 교실서부터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지형 역시 급변중이다. 구글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올드미디어의 트래픽은 80년대 대비 25%로 축소된다.


이러한 ‘뉴미디어 네이티브 세대’를 위해 트레져헌터도 연예 기획사의 조기 발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키즈 유튜버의 줄임말인 ‘키버 아카데미’가 그 노력의 일환이다. 재능있는 어린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두 번이 진행됐다. 대상은 초중고생이다. 


키버 아카데미에서는 영상의 썸네일 제작 방법부터 적절한 BGM 선정 방식에 이르는 세세한 컨텐츠 제작 노하우를 소속 크리에이터가 직접 교육한다. 아직까지는 MCN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이해를 돕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체계화된 커리큘럼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직 트레져헌터는 작은 구멍가게다. 하지만 여기 소속되어 있는 크리에이터 분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떳떳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향후에 대학 MCN 학과를 만들고 싶은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돈을 벌어야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작년은 투자와 준비의 해였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재투자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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