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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Feb 15. 2016

법대출신 중국통이 거상을 꿈꾸며 설립한 스타트업

2002년, 아버지와 북경 여행을 떠났던 전재훈 대표는 중국의 거리를 보며 어떤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차와 외제 차, 자전거가 함께 달리는 거리.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도시. 듬성듬성하게 놓인 구세대의 유물과 신문물 사이의 어떤 빈틈 혹은 기회들. ‘좀 더 재밌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발을 들여놓은 중국에서 그는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을 창업가로 살고 있다.


2014년 정식으로 시작한 아이오앤코는 중국 북경에 기반을 두고 국내 뷰티, 생활용품 등을 중국 온라인 채널에 유통하는 기업이다. 작년 12월에는 매쉬업엔젤스에서 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중국 거상의 연대기를 보며 창업을 시작했다는 전재훈 대표를 만나봤다.



북경대 법학과를 나와 왜 창업을 했느냐고?


처음엔 국제 변호사가 되고 싶어서 북경대 법학과에 지원했다. 1년 정도 공부하다가 ‘이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창업 열풍이 불었었다. 지금이야 알리바바의 마윈이나 샤오미 레이쥔이 대표상이지만, 나 때만 해도 손정의, 이가성(청쿵그룹 회장, 리자청)이 인기였지. 나도 중국 가기 전에는 이가성 회장을 몰랐는데, 대학 시절 친구들이 그 분 책같은 걸 돌려보더라. 대학 2학년 때부터 아예 학업은 기본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중국 친구들이랑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그랬다.


사업 밑천은 어떻게 마련했냐면.


주식이다. 주식을 좀 했다. 군대 문제를 해결해야 중국 친구들과 제대로 사업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2008년에 입대를 했다. 학교 다니면서 모아뒀던 돈이 2천만 원 있었는데 그 돈을 주식에 몰방했지. 그때 세계 경제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무 주식이나 사면 다 올랐다. 2달러 후반에 산 주식이 6달러까지 오르면서 군대 있을 때 1억을 만들었다. 그 돈을 들고 2010년에 중국으로 다시 돌아갔지.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내 사업 인생이 시작한 거다.


거상 이가성, 손정의도 무역으로 시작했네? 그럼 나도 무역.


따지고 보니 나도 기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 무역이 답이었다. 물건을 공급받아서 마진을 붙이고, 수요 시장 예측해서 공급을 메우는 무역 상인이 되자고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중국 제품을 일본에 팔았다. 혼자서 개인 사업자로 시작했다. 타오바오 몰에 있는 제품을 싹 긁어서 일본 유통 채널에 공급했다. 근데, 그거. 시스템으로 한 게 아니라 제품 하나하나 다 손수 옮겼다. 그 때 포토샵도 못해서, 그림판으로 이미지랑 문구 넣었지. (웃음) 근데 그게 연 매출 20억까지 갔다. 직원은 15명까지 늘어났고.


카메룬 무역부터 택시 사업까지, 우린 끊임없이 많은 일을 했다. 겁이 없었으니까.


별별일을 다해봤다. 중국에 와 있던 아프리카 고위층 자녀들을 통해서 카메룬 대사관에 물건도 납품했다. 대사관 내 직원들이 입는 정장, 요리사복, 운동복도 수출하고. 이걸 계기로 카메룬에서 택시 사업도 했었지.(웃음) 카메룬이 중아프리카 무역 중심지인데, 직접 가서 보니까 택시 사업자가 없더라. 카메룬이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중고차 5대를 사서 택시를 굴렸다. 실패하긴 했지만. 여러 번 돈도 벌어보고, 잃어보고 그랬다.


계속 승승장구했냐고? 설마.


얼마 지나니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중국 제품을 일본에 파는 게 경쟁력이 없어지더라. 2014년부터 중국 제품 수출 업무를 과감히 중단했다. 그러다 북경대 선배인 심새나 이사를 만났다. 그 때 심이사는 현대 자동차 북경 지사에서 마케팅 담당자를 맡고 있었는데, 내가 후배니까 창업에 관련된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오앤코에 합류하게 됐다. 얼마 후 심새나 이사가 중국 내 해외 창업 경진대회를 나가서 1등을 해오더라. 한국 제품을 중국에 마케팅하고 유통하는 사업 모델이었다. 상금이 1억이었다. 이때 사업모델을 바꿨다. 한국 제품 팔아서 위안화를 벌자. 2014년에 북경에 먼저 사무실을 열고 팀 구성, 창고, 물류 시스템 구축을 하며 1년을 보냈다.


터닝 포인트? 겨울왕국 엘사 메이크업이었다.


심새나 이사가 합류하면서 블로그 마케팅을 먼저 시작했다. 시장 파악을 위해서다. 그러다 심새나 이사가 <겨울왕국> 주인공인 엘사 공주의 화장을 국내 화장품으로 하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이게 바이럴을 타면서 댓글로 화장품을 사고 싶다는 개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4년 1월 즈음이었는데 이 당시만 해도 중국 소비자가 한국 화장품을 살 수 있는 루트가 많지 않았다. 아직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이어서, 보따리상처럼 한국 제품을 한 아름 사 들고 와 ‘엘사패키지’로 묶어 팔았다. 그 이후에 싸이, <별에서 온 그대>가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그래서 아이오앤코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뭐냐면.


첫 번째로 한국 뷰티 제품을 사입해서 중국 온라인 유통 채널에 보급한다. 중국 역직구 채널 중 2위인 양마토우(洋码头)의 한국관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당시에 양마토우 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 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는 있는데, 파트너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거였다. 우리한테 미션을 주면서 “이 제품 이만큼 구해올 수 있어?”라고 묻더라. 나는 “우리가 왜 못해?”라고 말했다. 지금은 우리가 양마토우 내 한국 제품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이외에도 8개의 채널에 한국 제품을 공급한다.


두 번째로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입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한다. 기본적으로 중국 시장에 들어가려면 기본 과정이 이렇게 연결된다. 서류 등록 절차, 온-오프라인 마케팅, 물류, 판매. 아이오앤코는 이 과정을 ‘아이오 사이클(AIO-Cycle)’이라고 부르는데, 60일 만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걸 목표로 한다. 중국 시장에 들어가는 기업은 한국에 비해 2~3배의 자금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나 중소 규모 기업들에는 부담이 되지. 그 과정을 우리랑 같이 해서 윈윈하자는 게 우리 모토다.


비투링크, 에이컴메이트랑 다른 점이 뭐냐고? 순이익을 보면 안다.


실제 투자자들도 이 질문 정말 많이 한다. 실제 우리는 순익 구조가 현격히 다르다. 작년 4월에 법인 설립한 이후 10개월 동안 매출은 18억 원, 당기순이익은 3억6천만 원을 기록했다. 일단은 수수료 구조가 아니라 사입 방식이기 때문에 마진이 많이 남는다. 마진율은 20% 정도다. 사입을 하면 재고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현지 MD가 철저히 조사해서 완판이 될만한 제품만 발빠르게 소싱한다. 실제 양마토우에서 원한 200개 제품을 3개월 안에 소싱해서 최저가로 팔았다. 지금까지 완판 못시킨 제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는 우리가 직접 제작하는 PB 상품도 늘려나갈 것이기 때문에 수익 구조는 더 좋아질 것이다. 물류 경쟁력도 있다. 항주 보세구역에 미리 안전 재고를 대량 쌓아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전국에 3일 이내에 배송을 완료한다. 모두 시장을 잘 아는 팀만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중국 온라인 커머스 사의 MD, 웨이샹(위챗 도매상), 중국 블로거들과의 오프라인 접촉도 계속해서 늘려나가고 있다. 작년 12월에 북경 현지에서 뷰티 클래스를 연 것이 그 예다.


참새는 아무리 작아도 그 안에 오장육부가 다 있다는 말 알고 있나?


우리 팀이 그렇다. 참새같이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15명의 소규모 팀이지만 우리만큼 중국 시장을 잘 알고 있는 팀은 없다고 본다. 나와 심새나 이사는 북경대를 나와 중국 사업과 마케팅 경력을 가지고 있다. 심새나 이사는 중국 내 10만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파워블로거(nanameihe.taobao.com)이기도 하다. 여기에 북경 사무실에는 중국인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상품기획팀을 맡고 있는 남건우 이사는 위메프가 100억에서 1조 매출로 서장하기 까지 패션, 뷰티 분야 MD 팀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후속 투자가 이뤄진다는 가정 하에 올해 목표 거래액을 100억 대로 잡았다. 지금 인원에 별다른 충원 없이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외 다른 해외 시장도 진출할 예정이다.


중국은 큰 태풍이 계속해서 몰아치는 시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흐름을 잘못타면 하루 아침에 사업이 망가지는 곳이 중국이다. 관련 사업 법규는 시장 규모를 따라오기 바쁘고, 장부는 시범 케이스를 만들어 민간 내자 업체들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 이 과정에서 외국 기업이 정부 움직임을 미리 계산하고 대응하는 건 대기업들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포기는 안 한다. 중국 청나라 시대 거상인 호설암은 “인(仁)에서 이(利)를 구하는 사람이 진짜 군자이고, 의(義)에서 재물을 구하는 사람은 대장부”라고 말했다. 당장의 중국 정책과 시스템에 단기적으로 대응하면서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비즈니스 모델이든, 중국인과의 관계든 멀리 내다보고 지속 가능한 것들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반드시 큰 태풍에 올라탈 기회는 올 거다. 올해 아이오앤코의 활약을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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