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텀 Mar 01. 2016

창업하러 실리콘밸리에 간다고? 우린 테헤란로로 왔다!

2013년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39.7%는 스마트폰이 고장 나면 친구를 잃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스마트폰 의존도는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O2O 서비스가 늘면서 전부는 아니지만,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한 번 고장 나면 일이 복잡해진다. 가격 부담은 물론, 국내 브랜드가 아닐 경우 공식 수리 센터까지 시간을 내서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물여덟의 초등학교 동창생 셋이 모여 만든 서비스가 ‘픽스나우‘다. 픽스나우는 주문을 하면, 고객이 있는 장소에 찾아와 빠르면 20분 안에 눈앞에서 핸드폰을 수리해주는 서비스다.


맹주훈 픽스나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이는 스물여덟. 5수 해서 들어간 미국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했다.


원래 마음 먹은 대로 산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창업이 하고 싶었다. 대학에 가면 강의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창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가보니 고등학교랑 똑같더라. 결국 6개월 만에 휴학했다.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학교를 마치고 들어오라고 하셔서 방학 때 놀러 온 척 한국에 들어왔다. 사실 짐이랑 다 이미 한국으로 보낸 상태였다.


금수저냐고?


절대 아니다. 한국 들어올 때 비행기 표값도 없었다.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티켓 끊었다. 방학이 끝날 때 즈음 부모님이 안 돌아가냐고 묻더라. 그 때 휴학했다고 고백했다. 버스비 한 푼도 지원이 없었기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리고 2013년 여름에 주류 수입회사를 창업했다. 캐나다 와인이 현지에서는 싼데 한국에서는 비싸게 팔리더라. 수입해서 국내에 팔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망했다. 주류 수입 쪽은 자본이 없으면 힘들다. 이후에도 여러 아이템으로 두 세 번 더 창업했다. 모두 망했는데, 지금 픽스나우를 같이 하고 있는 세 친구가 이 때부터 함께한 이들이다.


창업하러 실리콘밸리로 모두들 가지 않나? 그래서 테헤란로에 왔다.


마루180, 디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같은 스타트업 유관 기관들이 다 테헤란로에 있더라. 사업하려면 저기를 가야겠다 해서 오피스텔을 구해 살기 시작했다. 강의도 듣고, 투자자들도 만나고 여러모로 기회가 좋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바로 옆 건물이 사설 스마트폰 수리점이었음에도 가기가 귀찮더라. 친구한테 ‘너 내가 만 원 줄 테니까, 좀 갔다 와라’ 라고 농담도 했다. 그러다가 아이템이 떠올랐다. 이거 중개업으로 하면 잘 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소비자랑 사설 수리점을 이어주는 모델로 시작했다. 근데 퀄리티 컨트롤도 안되고, 마진도 양쪽으로 나누다 보니까 가격이 비싸지고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결국, 우리가 직접 O2O로 수리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의 픽스나우다.


픽스나우가 어떤 서비스냐면.


방문형 핸드폰 수리 서비스다. 영어로는 온디맨드 리페어(on-demand repair) 서비스.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이름, 핸드폰 모델명, 전화번호와 같은 기초적인 정보만 입력하면 우리가 직접 수리를 하러 간다. 카페든 집이든 사무실이든 상관없다. 현장에서 20~30분 만에 고객 눈앞에서 수리를 하는 것이 기본 컨셉이다. 지금은 아이폰만 수리하고 있고,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강남, 서초, 송파 지역만 서비스하고 있는데 다음 달 부터는 동작, 관악구로 지역을 넓힌다. 올 상반기에는 서울 전역으로 넓히는 게 목표다. 앱을 만들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핸드폰이 고장 났는데 앱을 어떻게 켜나? 앞으로도 웹 기반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우리는 공식 수리점과 사설 수리점의 중간에 있다.


공식 수리점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대신 가격이 너무 비싸다. 지점도 많지 않아 특히 지방 같은 경우에는 불편함이 크다. 대기 시간도 길다. 사설 수리점은 공인 센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다. 또 빠르면 30분 만에 수리가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신뢰 문제가 걸린다. 가격이 정확히 표시되어 있지 않고, 일단 부품 퀄리티를 자기들도 잘 모른다. 또 한 번 수리해주면 끝이기 때문에 수리 후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린다. 픽스나우는 사설 수리점보다도 접근성이 좋다. 부르면 간다. 가격 경쟁력도 공인 센터와 비교했을 때 최대 30% 저렴하다.



사설 수리점과는 달리 브랜드를 가져가고 싶다.


그래서 만든 게 부품 포장 상자다. 수리하러 오는 사람이 대충 비닐 봉지에 부품을 담아오면 고객이 신뢰를 못 한다. 혹시 수리 이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이 업체에 손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 지 불안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가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 ‘기기가 고장 났을 때 믿고 부를 수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주려는 거다.

부품은 정품 쓰냐고?


사실 ‘정품’이라는 용어가 애플이 직접 수입을 한 범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품 퀄리티가 같아도 정품이라고 부를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부품들은 사실상 정품과 같은 제품들이다. 애플도 OEM 방식으로 해외에서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우리는 해외 공장에서 1차 검수한 제품을 가져와서 다시 한 번 테스트 기기에서 작동되는지를 2차적으로 확인한다. 퀄리티는 보장한다. 우리가 쓴 부품 문제로 고장이 나면 평생 무료로 수리해준다.


개인 정보 침해 문제 걱정된다고?


걱정 안 해도 된다. 현장에 도착하면 고객 눈앞에서 바로 수리를 한다. 사설 수리점에 핸드폰을 맡길 때 생기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불안도 픽스나우로 해결할 수 있다.


공동창업자 세 명 모두 핸드폰 완전 해부가 가능하다.


사설 수리점 테크니션들이 커리큘럼 짜서 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곳에서 직접 기술을 배웠다. 우리 팀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핸드폰들은 거의 다 수리할 수 있지만, 법적인 문제로 국내 기업의 핸드폰 수리 서비스는 못 하고 있다. 또 삼성이나 LG는 공식 서비스 센터 인프라가 너무 잘되어 있어서, 우리가 경쟁력이 없다. 하지만 실력은 믿어도 된다. 애플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도 사설 수리 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테크니션을 선호한다.


순수익이 얼마 정도 남을지 궁금할 거다.


사실 부품값, 자동차 기름값, 출장을 위한 인력비까지 다 계산해보면 정말 얼마 안남는다. 지금은 서비스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요금도 낮게 잡았다. 하지만 사용자가 많아져서 규모의 경제가 되면 결국 이윤이 남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효율이 생기면서 각 부분에서 원가 절감을 할 수 있을 거다. 현재는 월 150건 정도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근데 그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까지가 어렵지 않느냐고?


사실상 아이폰만 서비스하고 있고, 핸드폰이 매일 고장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즈니스 확장이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우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스케일업(Scale up) 가능성을 본다. 지역 확장과 기기 카테고리 확장이다.


먼저 사설 수리점 접근성이 지방은 현격히 떨어진다. 여수 친구가 있는데, 아이폰이 고장 나면 광주 서비스 센터까지 간다고 하더라. 우리는 우버 같은 모델로 지역 확장을 할 계획이다. 우버 기사들처럼 일하고 싶은 테크니션을 교육하고, 해당 지역 고객들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실제 다음 달 동작구, 관악구에서 이 모델을 실험한다.

두 번째로 AS 인프라가 없는 해외 또는 국내 중소기업 전자 기기를 다룰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특히 요즘 샤오미가 중저가에 좋은 제품들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AS가 애매해서 안 쓰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 중국 하드웨어 제품이 국내에 더 많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다.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워치까지 다양한 기기를 다룰 수 있을 거다.



프라이머 엔턴십은 7분의 IR로 들어갔다.


우리는 프라이머 8기 엔턴십(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탈락자였다. 그런데 마루180에서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가 창업가와 저녁 식사를 하는 이벤트를 열더라. 일찍가서 권대표 옆에 앉아 들이댔다. 우리가 이런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데, 10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권대표가 시계를 보면서, ‘끝나고는 바쁠 것 같고 행사시작까지 7분 남았는데 서비스 소개를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설명했다. 권대표가 내 얘기를 듣더니 명함을 주더라. 그렇게 8기 워크샵이 다 끝나가던 마지막 주에 들어갔다. 뭐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 팀의 강점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셋 다 그렇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O2O 사업에서는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O2O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품질과 CS다. 결국 사람 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직접 고객을 방문해서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모두 초등학교 동창이다. 좋은 사람들이고, 사람을 안 불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여기저기 들이대는 것도 잘 한다. 그래야 뭐를 하던 간에 진행이 되지 않겠나. 실제 우리는 그렇게해서 투자를 받았다.


내가 있는 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우리의 수치적인 목표는 올 하반기 월 매출 1억 원을 기록하는 거다. 또 서울시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집이나 사무실이나, 고객이 존재하는 곳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되려 한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나는 사업하는 지금이 너무 재밌고 너무 행복하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앞으로 잘 지켜봐 달라.

매거진의 이전글 모바일로 심리 상담한다고? ‘소울링’ 스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