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텀 Feb 29. 2016

모바일로 심리 상담한다고? ‘소울링’ 스토리

한국은 11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등인 나라다. 끔찍한 수치지만 환산하면 38분당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이다. 자살자 중 88%는 정신 건강 문제를 앓고 있었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았던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았다는 통계 결과가 있었다. 이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최근 심리 상담 혹은 정신과 진료가 대중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은 높은 편이다. 주변의 시선 등 부정적인 인식과 높은 가격이 지속적인 치료의 발목을 잡는다. 보통 중증의 경우 1년 이상의 꾸준한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지만 60분당 1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지출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소울링은 이 심리 상담의 허들을 낮추기 위해 등장한 모바일 심리 상담 서비스다. 작년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았으며, 11월 16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가족의 정신 건강 문제를 직접 경험하며 소울링을 창업했다는 고경민 대표를 만나봤다.



IMF 이후, 가족이 마음의 병을 앓았다. 그것도 장장 10년간.


경제 위기에 사람 마음도 치였다. 종교도 가져보고, 강아지도 키워보고. 돈과 시간을 들여봐도 좀체 나아지지 않더라. 그나마 가장 차도를 본 게 심리상담이었다. 하지만 내담자와 가족 입장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97년도였는데도, 50분에 상담료가 10만 원이 넘었다. 제대로 된 상담을 무료로 지원받으려면 대기만 6개월을 해야 하더라. 스무 살께 즈음부터 이어져 온 이 불편한 경험들이 창업의 계기가 된다.


아, 플래텀 기사도 창업 결정에 한몫했다.


이전 M&A 자문사와 대기업 통신사 직원으로 일했다. 대기업에 재직했던 어느날 회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데 서럽더라. ‘돈 얼마 번다고, 내 것이 아닌 인생을 살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7월 즈음에 자문사에서 만났던 동료가 스타트업 투자 동향 보고서 하나를 보내줬다. 그게 플래텀 기사였다. 그달에 가장 투자 많이 받은 스타트업 이름이 걸려있는데 고등학교 때 동아리를 같이 했던 선배가 그곳 대표였다. 퀄슨 박수영 대표다. 이렇게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무작정 찾아 갔다. “사람들이 말로만 사업하고 싶다고 한다. 사업할 생각 진짜 있으면 회사 그만두고 보자.” 라고 하더라. 그래서 회사를 관두고 일주일 뒤에 찾아갔다.

소울링이 어떤 서비스냐면?


모바일로 심리 상담과 분석을 해주는 심리 테라피 서비스다. 사용자가 소울링에 가입해서 고민하는 문제, 상담 후 기대하는 결과 등을 간단히 적으면 하루 이내에 전담 상담사가 배정된다. 그다음부터는 메신저 형태로 상담사와 대화를 나누는 거다. 2주간 1,500자(A4 한장 반 분량) 편지를 5회 주고 받으면 5만 원, 4주간 10회 주고받으면 10만 원이다.


모바일 메시지로 상담이 제대로 될까 싶을 거다.


여기서 전제할 것이 모바일 상담과 대면 상담의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거다. 모바일 상담을 해서 효과를 보는 내담자가 있고, 대면 상담이 필요한 내담자가 있다. 그리고 꼭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는 분들도 있다. 먼저 대면 상담은 내담자의 표정이나 언어 사용, 몸짓 같은 걸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치고 들어갈 수가 있다. 모바일은 그런 건 불가능하다. 대신 모바일의 장점은 내담자의 마음을 상대적으로 빨리 열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대면 상담에서 내담자가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얼마 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상담자와 내담자 간에 형성되는 이 신뢰 관계를 ‘라포’라고 한다. 라포가 형성되기 전까지 내담자는 주변을 겉도는 얘기를 하게 한다. 비싼 돈 주고 하는 상담인데 그렇게 몇 회가 날아간다. 소울링의 경우 모든 상담이 익명으로 진행된다. 이 보호 장치를 믿고 사람들은 1,2회 때 바로 핵심 문제를 꺼내놓게 된다.


모바일은 정신 건강 밸류체인의 엔트리(entry,입구)다.


생각해보면 자기 마음 상태도 잘 모르는 환자가 자기에게 필요한 게 모바일 상담인지, 대면 상담인지, 정신병원인지 알 리가 없지 않나. 무턱대고 상담실이나 병원을 찾아가기도 어렵다. 이 환자들에게 소울링이 정신 치료의 입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소울링 상담을 하다가 그 상담가를 실제 만나보고 싶다고 하면 그대로 대면 상담이 된다. 또 약물 치료를 권유해서 정신 병원으로 넘어가게 되면 우리 기록이 의학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할 수 있을거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가 않는다. 소울리에서 이야기 한 내용을 기반으로 대면 상담과 병원의 도움을 이어서 받는다면 고민의 원인을 찾아가거나 치료를 받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메시지 5개에 5만 원. 좀 비싼 거 아니냐고?


처음엔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다섯 번 편지를 주고받는데 5만 원이라고 하니까. 근데 실제 써본 사용자는 가격에 대해 만족한다. 대면 상담이 보통 60분에 10~30만 원이다. 다섯 번이라고 하지만, 각 메시지가 1,500자 내외의 긴 편지 형식으로 쓰게 되어 있다. 이건 우리가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찾은 방법이다. 사실상 모바일로 내담자의 행동 수정을 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최소한 자신의 욕구가 뭔지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나도 직접 소울링 상담을 받아봤지만, 장문의 편지를 쓰면서 내 마음을 직면하고 돌아보게 되더라. 그 시간이 아주 중요했다. 이걸 ‘저널 테라피(Journal Theraphy)’라고 한다.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제일 걱정될 거다.


대표인 나도 상담 내용을 못 본다. 전문 상담사와 수퍼바이저로 이루어져있는 상담팀에서만 정보를 볼 수 있고 다 암호화 처리 되어 있기 때문에 걱정 안해도 된다. 상담팀에서도 오로지 상담의 질 만을 위해 교수급 고문만 정보를 볼 수 있다. 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전화번호, 이름, 주민번호 등 그 어떤 정보도 받지 않고 저장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매년 5~7억 원을 직원 정신 상담에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삼성은 3,600억을 들여서 직원 힐링 센터를 짓고 있다. 왜 당장 돈 될 것 같지 않은 일에 투자하고 있느냐고? 감정 노동 직군에서는 직원의 감정이 업무 능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정 노동 직군이 전체의 40%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직원 한 명의 결근으로 연간 252만 원, 비효율근무로 연간 488만 원, 총 740만 원의 연간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기업의 경우, 지방에 있는 직원의 직접적인 케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근로자지원프로그램) 업체에 외주를 주고 있는데, 직원들이 믿고 상담을 할 수 있겠나. 인사팀 귀로 흘러들어 갈 게 뻔한데. 한 기업에서는 상주하는 상담사 5명이 2만 명의 직원을 케어한다. 상담의 질이 유지될 수가 없다. 일본의 경우에는 EAP 시장 규모가 한 해 300억 엔 정도고,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EAP 업체 수가 1,000배가 많다. 아직 국내 EAP 규모는 열악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꼭 들어가야 할 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 직장에 소울링 파일럿 테스트를 들고 찾아갔다.


그곳 심리 상담 센터를 찾아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총 40명의 직원에게 3개월간 진행을 하면서, 모바일 상담에 가장 적합한 형식을 잡아갔다. 핵심은 이거였다. ‘기업한테 직원 개인의 상담 내용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가’. 기업 입장은 이거다. 그래도 돈을 쓰는데, 우리 직원들 마음을 알고 싶다. 예를 들어 조직 구조를 바꿨는데, 여기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을 알고 싶다, 이런 거다.


직원의 개인 정보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맞다. 개인 상담 기록 내용은 절대 안 넘겨준다. 기업 공급을 위해 중요한 건 ‘꼴’이다. 그래서 만든 게 상담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감정 구슬’이다. 상담사가 내담자의 키워드를 분석해서 크기와 색깔별로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각 개인이 아니라, 팀별로 묶어서 군집 정보를 기업에게 제공한다. 예를 들면 경기 지역의 영업 1팀의 이번 달 감정 구슬은 이러이러하다, 라는 식으로 보여주는 거다. 요즘 블라인드나 잡플래닛 같은 익명 기업 평가 플랫폼이 인기를 얻고 있지 않나. 직원들도 안심할 수 있는 플랫폼에는 말하고 싶은 게 많은 거다. 기업도 솔직한 목소리를 듣고 싶은 건 마찬가지다. B2B 시장에서는 이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감정 구슬을 포함한 통계 리포트가 소울링의 중요한 B2B 수익 모델이다.



상담의 질, 이게 우리 경쟁력이다.


상담이 전문 영역인 만큼, ‘누가 만들었는가’도 중요하지 않겠나. 요즘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몇 개 나왔는데, 우리는 자체적으로 상담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타 서비스의 경우 프리랜서 상담가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형태다. 상담 비용도 상담가가 직접 정하기에 들쑥날쑥 이다. 우리는 20명의 내부 상담사를 고용했다. 이 위에는 수퍼바이저라는 상담사를 위한 상담사도 존재한다. 상담사 분들 자체가 자기 계발 욕구가 강한 성향들이기 때문에, 교수들로 구성된 수퍼바이저 제도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상담 능력을 연마해 나가게 했다. 품질 관리 시스템도 만들어서, 상담가별 퀄리티 격차도 줄이려고 애쓴다. 또 인포그래픽 형식의 상담데이터도 제공해서 사용자가 자신의 심리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상담계의 어벤져스 급 EAP 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모바일 쪽으로 뛰어들면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한 EAP 기업이 있었다. 불교 대학원 총장님인 김명권 교수님이 이끄는 팀 ,’마음의 숲’이다. 여긴 정말 상담계의 어벤져스다. 상담가가 인정하는 상담가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은 자문을 얻으러 교수님을 찾아뵈었더니 ‘내가 모바일 심리상담 만들고 있는데?’라고 하셔서 망했다 싶었다. 하지만 이후 운 좋게도 공동으로 서비스 개발을 하게 됐다. 좋은 상담가가 있는 플랫폼에서 질 좋은 상담이 이뤄지는 건 자명한 일 아니겠나.


우리 팀은 소울링 망하면 다신 스타트업 안할거다. 창업이 아니라 이 아이템이 좋아서 모인 거라서.


정말 심리에 관심 있는 사람만 모여있다. 개발자 3명, 디자이너 1명, 기획팀 3명, 연구팀 4명, 상담사로 이뤄져 있다. 개발팀 한 분은 20대를 개발자로 살다가, 30대 때 상담에 관심이 생겨 우리 팀에 합류했다. 코딩하는 심리학자인 셈이다. 이들로 인해 개발팀과 연구팀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기도 한다. 실제 연구팀은 IT를 모르고 IT는 연구팀을 모르면 이 서비스는 잘될 수가 없다. 이 융합을 위해서 만든게 소울랩이다. 상담사분들이 실제 상담 이론과 기법을 가져오면, 개발자는 이걸 시스템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여기서 탄생한 게 ‘감정 구슬’같은 우리만의 콘텐츠다. 그리고 소울랩 내에서 우리 팀원들의 정신 상담도 같이 이뤄지고 있다.


목표? 3년 내로 9,600억 규모 스트레스 시장의 1%를 가져오는 거다.


우리 경쟁자는 음주 시장,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 같은 거다. 사람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찾는 모든 게 우리 경쟁자가 된다. 수치적으로는 이 시장의 1%를 점유하고 싶다. 장기적인 목표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고 싶다. 나 스스로가 소울링의 1호 고객이다. 이 사상적 춘추 전국 시대 속에서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하다. 흔들리지 않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서 진짜 행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특히 환경 탓보다 내 탓을 많이 하시는 분들께 혼자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소울링이 그런 분들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 지켜봐달라.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팅은 이벤트나 제휴가 아니다!” 스타트업 마케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