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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Apr 06. 2016

전당포에 아저씨는 없다.

전당포가 변하고 있다. 읍습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전당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백화점 쇼윈도와 같은 형태로 재정립중이다. 국내 전당포 수는 전국 1200여 곳, 한해 대출 규모는 1조 2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산치이긴 하지만 작지 않은 규모이다.


이 시장을 IT기술로 연결, 혁신하겠다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모바일 전당포 중개 플랫폼 렌딩박스가 그곳이다. 렌딩박스는 옐로금융그룹의 첫 동산담보대출 자회사이기도 하다.


렌딩박스는 담보대출을 원하는 고객과 오프라인 전당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로 비공개 역경매 방식을 통해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전당포를 추천해주는 모바일 서비스다. 전당포 대출은 개인이 보유한 물건들의 가치를 통한 대출이기에 개인 신용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백광현 렌딩박스 대표를 만나 회사와 서비스 그리고 21세기 전당포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백광현 렌딩박스 대표


컨설턴트로 일했었고, 렌딩박스 이전 창업의 경험(브레인메딕 공동창업자)이 있다. 왜 다시 창업을 결심했나?


첫 사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 자체는 재미와 희열이 있었다. 옐로금융그룹에 합류한 것도 그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옐로금융그룹에는 언제 합류했나? 올 때부터 이 아이템을 기획했었나?


지난해 6월에 합류했다. 들어올 때는 서비스기획팀 팀장으로 영입되었지만, 합류한지 이틀만에 렌딩박스를 구상하고 시작했다. 처음에는 프로젝트성이었지만, 일이 커져 사업이 되었다.


원래 구상한 것은 명품 렌탈과 전당포를 합친 개념의 서비스였다. 그런데 어떤 보험사도 보험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하더라. 법적인 규제도 있었고. 그래서 여러번의 사업 모델 변경을 통해 현재의 렌딩박스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전당포는 과거 기억속의 단어이자 개념이었다. 다시 들으니 참신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전당포와 관련된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생각한건가? 


폰스타 전당포사나이들이란 미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금융서비스를 고민하다가 그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전당포라고 하면 영화 아저씨에 나온 어두운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현재의 전당포는 백화점 수준인 곳이 다수다. 친절하고 상담의 질도 높다. 이런 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동시에 활성화 시키는 것이 의미있겠다고 봤다.


그래서 전당포를 IT로 혁신하고, 바꿀만한 것이 뭐가 있는지 고민했다. 생각해 낸 것이 전당포와 동산을 가진 사용자를 연결하는 중개서비스였다.


요즘 전당포는 어디에 몰려있나? 


전국에 1,100개 정도 있고 450개가 서울, 경기 지역에 몰려있다. 그중에 절반정도가 서울에 있고, 70개 정도가 청담동과 압구정에 있다. 그 다음에 많은 곳이 종로, 일산, 분당 등지다. 지방은 강원랜드, 부산쪽에 분포하고 있고. 큰 곳의 경우 매달 50억 ~ 100억 정도가 대출되고 있다. 청담동에 중고 명품을 판매하는 업체 대부분이 전당포라고 보면 된다.


물론 지금도 어두운 조명에 쇠창살이 달린 전당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곳은 이제 20%도 안 되는듯 싶다. 근래 규모있는 전당포는 기업형이고 체인이다. 브렌딩과 서비스 퀄리티 관리를 열심히 한다.


시장규모가 없으면 해당 서비스를 고려하지도 않았을거라 본다. 


정확하게 통계가 나온 것은 없지만, 연간 1조 2천 억 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당포를 대상으로 대출해주는 기업들에서 월 1,000 억 정도가 나간다고 한다. 그것에 개월수 12를 곱한 수치다. 실제로는 그것보다 조금 더 높다고 본다.


어떻게보면 렌딩박스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툴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렌딩박스가 전당포를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만드려 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끼리 농담삼아 말하는 것이, 렌딩박스는 야놀자나 여기어때와 같다는 것이다. (웃음)


자체 설문조사를 해보니 소액대출을 해본 사용자 중 전당포를 이용한 고객은 거의 없었다. 현금서비스가 가장 많았고, 카드론, 저축은행 순이었다. 그만큼 일반 대중과 거리가 있었다는 반증이다. 우리가 어플리케이션으로 재미있게 서비스를 풀어내면 진입장벽이 낮아질거라 봤다. 배너광고를 올리는 이유도 기존 전당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의도가 있다.


전당포를 통한 대출에는 어떤 장점이 있나?


개인 자산을 처분하는 것은 건전한 재무계획이 아닌가. 물품을 담보로 한 동산담보대출은 신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대출 방법이다. 신용등급 조회도 없고, 대출기록도 남지 않는다. 신용등급 관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렌딩박스 서비스 사용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우선 고객이 자신의 물건을 모바일로 올려놓고 신청한다.  전당포 파트너사들이 역경매 형식으로 비공개 입찰을 하고, 우리가 만족도와 성사율 등의 데이터를 통해 최적이라 판단한 한 업체를 추천한다. 이 과정은 30분 내 끝난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후 예약이 되면 해당 업체가 직접 방문하거나 고객이 업체를 방문해 감정을 한다. 거래가 이루어지면, 우리 플랫폼에 양쪽이 계약서를 등록하게 된다. 이후 렌딩박스가 그 계약에 대해 인증을 해주는 형식이다. 카카오택시처럼 고객용 앱과 파트너사용 앱이 별도로 있다. 우리가 선정한 파트너사만 올라온 물건을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모바일감정 신청 – 모바일감정 결과 추천 업체 확인 – 원하는 대출 조건 업체에서 최종감정 신청하기 – 최종감정 업체와의 만남 – 최종감정과 대출 계약 완료 순으로 진행된다.


파트너사는 몇 개 업체나 되나? 그리고 어떻게 선정했나?


3월 현재 20개 사와 계약했다. 4월 말까지 40개사와 계약할 예정이다. 모두 서울 경기 지역에 있는 큰 업체들이다. 파트너사는 우리가 직접 방문해서 업장환경과 대표 인터뷰를 해서 선정되었다.


전당포를 상대로 어떻게 영업했나? 그들의 초기 반응은 어떻던가?


우리와 같은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다. 앱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했고.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다른 서비스를 함께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


다른 서비스라면 어떤건가?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전당포 관계자들과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 왔다. 그래서 두 가지 서비스를 기획중이다.


우선 P2P로 전당포를 대상으로 한 리파이넨싱(refinancing)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중개 앱을 통해 아무리 많은 사람이 들어와도 자금이 부족하면 대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해결해주는 모델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전당포가 고민하는 것이 유질물(고객이 찾아가지 않는 물품)의 해결책이다. 현재는 도매상을 통해 처분하기에 제 값을 못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체 쇼핑몰을 론칭해 유질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하려한다. 둘 다 올해 안에는 론칭할 계획이다. 그전에는 명품판매 업체와 제휴를 통해 해결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돈을 빌리는 사람은 아무래도 급하게 마련이다. 감정 과정에서 업체에게 유리한 쪽으로 흥정이 되지 않겠나? 이것에 대한 렌딩박스의 중재는 없나? 


우리가 흥정과정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경매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업체들의 견적이 실제 계약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거라 본다. 감정을 통해 크게 하자가 없으면 제시 가격을 고수하게 유도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개인정보에 민감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은 없나? 미성년자 접근에 대한 대응책은 뭔가?


렌딩박스는 회원가입이 없다. 휴대폰 인증만 되면 된다. 그외 정보는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 누가 빌리는지 이름도 남지 않는다. 물론 감정사가 방문하고 계약까지 가게 된다면 당사자 간 신분 인증은 한다. 미성년자의 접근은 앱을 설치할 때 약관에 공시하고 있다. 만 20세 이상만 가능하다.


맡긴 물건이 장물일 때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전당포에 잘 갖춰진 네트워크가 있고, 경찰서에 바로 문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물건은 맡긴 사람에게 책임이 있지 전당포에는 법적인 귀책사유가 없다.


렌딩박스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일단은 중개수익과 광고수익이다. 거래가 성사되었을 때 중개 수수료와 앱 홈화면에 업체 광고를 받는다. 운영하면서 조금 더 세분화 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도 손익분기점을 맞추려 노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앱 서비스는 업계를 이해하고 네트워킹하는 툴로 생각한다. 실제 유의미한 매출은 리파이넨싱 대출과 쇼핑몰에서 발생할거라 본다. 옐로금융그룹 내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앱 실행화면을 보니 명품 가방들이 다수 보인다. 여성 사용자가 많은가? 근래 전당포에서 주로 거래되는 품목은 무엇인가?


명품가방이나 시계가 많다. 남녀 비율은 반반이다. 가방은 여성, 시계는 남성이 맡기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국내 타겟층은 어디를 보고있나? 


최근 IT전당포를 찾는 층은 2 ~30대가 많다. 하지만 렌딩박스는 3~40대가 주 고객층이 될거라 본다. 회사원, 사업가, 가정주부 및 명품에 대한 교환수요가 있는 층이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도 취급한다. 기존 전자제품 중고장터와 다른점은 무엇인가?


기존 중고장터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우리는 다시 물건을 찾아가는 것이 목적인 서비스다. 아무래도 타겟고객이 다를거라 본다. IT전당포의 경우 75% 정도가 주인이 다시 물건을 찾아간다. 기존 전당포의 경우는 8~90%다. 전자기기는 자기 물건에 애착이 있는 사람이 맡기는 거다.


신촌 등 대학가 주변을 비롯해 용산, 강남 등지에 있는 IT전당포도 우리 플랫폼에 입점한다. 가격도 역경매를 통해 감정사가 판단해 제 값을 받게끔 하고있다.


귀금속이나 명품 등만 취급하면 편할텐데, 취급 품목이 생각외로 많다.


원래는 잘 나가는 품목만 하려고 하다가 카테고리를 넓혔다. 2~30대가 당장 급할 때 전당포를 찾더라. 그들이 편하게 활용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올릴 수 있는 물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나?


못 올리는 제품에 대한 필터링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하지만 입찰이 이루어지려면 아무거나 올리지 못 할거라 본다. 자체 생태계가 구축될거라 예상한다.


여담이지만, 명품가방이나 시계라고 감정을 받아보니 가품인 경우도 있을듯 싶다.


종종있다고 한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자의 물건을 평가해주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웃음)


요즘 전당포 내부전경


국내에 렌딩박스와 같은 동산담보대출 모델은 없나? 그리고 해외에는 있나?


얼마전 경쟁서비스가 등장했다. 해외에는 우리와 똑같은 모델은 없다. 온라인으로 운영하며 물건을 배송하는 전당포가 있는 정도다. 다만 플랫폼 개념이라기보다는 개별 기업이 운영하는 형태다.


이쪽에도 규제는 있을거라 본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많이 있다. 그래서 기획을 16번이나 바꿨다. 완성형으로 비즈니스 모델 다 만들었는데, 안 된다고 해서 엎은 적도 있다. 그래서 렌딩박스는 중개만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근래 여러 분야에서 스타트업과 기존 사업자 간 분쟁이 있었던 것이 반해 전당포 분야 사업자들은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온라인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했다면 마찰의 소지가 있었을거다. 그들을 사용자와 연결해주는 서비스이기에 상생이 가능했다고 본다.


해외에 같은 모델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외진출도 검토중인건가?


일단 국내시장에서 안정화 되는 것이 우선이지만, 궁극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옐로금융그룹 자체가 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있는 기업이기에 모회사와의 시너지가 있을거라 본다. 우리나라 시장보다 규모가 큰 동남아시아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쪽에는 아직 우리와 같은 모델이 없다.


해외사례로, 필리핀에는 전당포가 18,000개가 있다. 전 국민의 80%가 은행계좌가 없기에 신용대출이 불가능한 것이 큰 이유다. 그래서 담보물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활성화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전당포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다. 아시아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시장조사를 하면서 살펴보니, 소셜네트워크에서 전당포가 자주 언급이 되더라. 이유를 살펴보니 일본 만화가 니노미야 토모코(노다메 칸타빌레의 작가)가 전당포와 관련된 작품(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을 그리고 있어서 그랬던거다. 또 타이페이의 경우 전당포가 추억의 장소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래서인지 그 나라에서는 전당포 재방문율도 높았다. 그만큼 다른 나라에서는 전당포에 대해 문화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거다.


내부적으로 장단기 마일스톤이 있을거라 본다. 그 이야기로 마무리 하자. 


연내 목표는 앞서말한 서비스들을 모두 론칭하는 것이다. 그리고 3년 내 전당포 시장의 30%를 중개하는 것이다.


렌딩박스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과정이다. 신용대출에 대응되는 전당포나 동산담보대출이라는 시장을 만드는 거다. 그렇게 되기 위해 양질의 전당포를 영입하고 평가가 안 좋은 곳은 가려내어 엄선된 파트너로 구성된 서비스로 운영하려 한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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