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텀 Apr 26. 2016

그래텍이 동물 위탁 O2O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

출장이나 여행을 앞두고 혼자 사는 애견인, 애묘인에게는 한가지 고민 거리가 생긴다. 반려 동물의 거취 문제다. 애완동물 전용 호텔에 맡기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친구나 가족에게 맡기는 것도 두 세번이 넘어가면 눈치가 보인다. 데리고 가고, 데리고 오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이렇듯 1인 가구와 반려 동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O2O 반려 동물 위탁 서비스의 출연은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펫시팅 중개 서비스를 ‘곰플레이어’와 ‘곰TV’로 널리 알려진 그래텍이 출시한다고 했을 때는 다소 의아했다.


펫스테이(petstay)‘는 그래텍의 자회사 곰이엑스피(GOM eXP)가 모바일과 O2O 환경에 적응하고, 신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내놓은 펫시팅 중개 서비스다. 곰이엑스피 사업을 총괄하는 권욱일 상무와 펫스테이 프로젝트 매니저인 정홍수 차장을 만나 서비스를 출시한 이유를 들어봤다.


그래텍 권욱일 상무


곰플레이어 만들던 그래텍이 <반려 동물 + O2O> 조합을 내놓은 이유? 


생뚱맞아 보일지도 모른다. 내부를 들여다봐도 딱히 연관성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 입장에선 신사업 모멘텀이 필요했다. 그래텍 그룹은 99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비디오를 통한 미디어 서비스에 집중해왔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조직과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기 때문에 유연성은 다소 떨어진다. ‘곰이엑스피(GOM eXP)’라는 자회사를 만든 건 이 때문이다. 모바일 중심의 생활 밀착 서비스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로 했다.


‘병구’를 위해 해볼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 


정홍수 차장 : 나에겐 사적인 경험이 시작점이 됐다. 병구는 내가 오래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다. 낮에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교통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다음부터는 반려 동물을 못 키우겠더라. 가끔 농담으로 옛날에 동네 어른들이 애를 같이 키워줬던 것처럼, 반려 동물을 서로 돌봐주는 지역 커뮤니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적당한 보상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마침 회사 내에서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를 하더라. 아이디어를 냈고, 전 사원 투표로 펫스테이가 채택이 됐다.


펫스테이가 어떤 서비스냐고?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펫시팅(pet sitting) 매칭 서비스’다. 반려 동물을 맡기고 싶은 사람과 반려 동물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위치 기반 서비스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펫시터를 연결해준다. 우리에겐 반려 동물의 가족인 ‘파파’, ‘마마’와 ‘펫시터’라는 두 고객군이 있는 셈이다.



펫사업 중에서도 위탁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 


우리나라 펫시장 규모는 아직 작다. 미국이 연간 70조, 일본이 14조, 중국이 18조 원인 것에 비해 국내 규모는 2조 정도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계속해서 커나갈 시장이라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국민 소득이 만 불이 되면 반려 동물 시장이 열리고, 삼만 불이 넘으면 반려 동물을 인격화시킨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지금 2만 불 후반대다. 중간 지대에 있는 거다.


현재 펫시장은 의류, 음식, 병원 이 세 분야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제조업 시장에 우리가 들어가는 건 어렵다고 봤다. 그다음 열리는 시장이 장묘와 펫시팅 사업이다. 실제로 미국 같은 경우에는 장묘 시장이 굉장히 크지만 국내는 아직 그 수준까지 오질 못했다. 우리가 잘하는 IT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게 펫시팅 사업이었다.


서비스에 앞서 문화를 알려야 했다.


보통 요새 많이 출연하는 택시나 세탁, 집 청소 O2O 서비스의 경우, 이미 전통적인 오프라인 산업에 IT를 접목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펫시팅 사업의 경우 오프라인 시장마저 미숙하다. 결국, 없는 시장을 모바일과 IT 기반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두 배로 힘이 든다. ‘자신의 반려 동물을 펫시터에게 맡긴다’는 문화를 홍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동물 보호 협회들과 제휴를 맺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펫시터를 모집할 때에도 이 단체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가장 많은 반려 동물이 버려지는 시기는 휴가철이다. 맡길 수도 없고, 감당이 안 되니 내다 버리는 것이다. 펫스테이를 통해 주변 펫시터에게 부담없이 반려 동물을 맡길 수 있다면, 버려지는 동물의 수도 점점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유기 동물 감소 부분에서도 펫스테이가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곰이엑스피가 펫시팅 분야에서 갖는 경쟁력? 가족을 맡기는 일이기에 신뢰감이 중요하다. 


영상 분야에 집중하던 기업이 펫시팅이나 O2O 서비스를 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강점은 서비스의 안정성과 연속성이다. 단기간 안에 승부를 낼 생각은 없다. 최소 3년은 지나야 펫시팅 문화가 안착하고, 대중이 펫스테이를 사용할 거라고 본다. 일반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그리기 어려운 청사진 아니겠나.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 동물을 맡기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신뢰감이 아주 중요하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시도해볼 순 있겠지만 지난 10년간 쌓아온 IT 기술력과 긴 호흡으로 서비스를 끌어갈 수 있는 지구력 등은 우리의 강점이라고 본다.


반려 동물을 키우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펫시터로 자원할 수 있다. 


애초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경제 모델로 서비스가 풀렸다. 앱 하단에 펫시터로 등록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반려 동물 양육이나 펫시팅 경험 등을 적으면 서울의 경우 직접 대면으로, 지방의 경우 온라인으로 면접을 본다. 딱히 자격 조건에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좀 더 안정적인 펫시팅 서비스 제공을 위해 펫시터 분들께 일정한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는 50명의 펫시터 분들이 정식 등록되어 있다. 향후 펫시터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고 싶다.


첫번째 펫시터 교육 현장


펫시터의 전문성을 의심할 수도 있을 거다. 


일반인도 지원할 수 있기에, 과연 내 반려 동물을 맡겨도 안전한 걸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향후 별점 제도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좋은 펫시터와 그렇지 않은 펫시터가 나뉘게 될거다.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펫시팅 자격증이 있거나 교육 이수 경험이 있는 펫시터는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사용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해 펫시터를 고를 수 있도록 서비스 설계를 하고 있다.


돈은 어떻게 버느냐고? 


향후에는 시간 단위로 쪼개질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는 일 단위로 서비스 요금이 부과된다. 1일에 15,000원, 1박 2일에는 3만 원이다. 일반 반려 동물 호텔보다 낮은 수준이다. 펫시터가 직접 반려 동물을 픽업하러 온다거나 산책이나 목욕을 시켜주면 가격은 조금 더 올라간다.


기본적으로 중개 수수료 모델이지만, 현재는 결제 수수료 정도만 취하고 있다. 사용자나 펫시터로부터 큰 돈을 벌 생각은 없다. 우리가 많이 가져가면 펫시터가 그만큼 못 가져가는 것 아니겠나. 소탐대실이 될 거다. 아까 말했든 펫시장은 음식, 의류, 병원 이라는 세 시장이 장악하고 있다. 그런 주류 서비스들이 펫스테이를 통해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런 여러가지 부가 가치 서비스들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텍은 완성된 시장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매번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아이템을 골랐다. 이미 잘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흥미가 안 생긴다. 이런 부분에서 펫스테이도 그래텍의 전통을 잇는거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성숙한 시장이지만 그래텍이 처음 웹하드 서비스를 시작할 때에는 그런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국내 온라인 셋탑 서비스를 처음 시도한 것도 우리다.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봤다. 곰티비가 깐 레드카펫을 유튜브가 밟고 들어왔다는 소리도 있었다. 펫스테이도 없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서비스다. 고달프긴 해도 우리 조직 태생이 그런 걸 어쩌겠나.


3년 만에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2, 3년 간 회사가 적자를 봤다. 그러던 중 작년에 안정화 됐고, 올 1분기에는 분기 흑자를 냈다. 올해는 그래텍에게 있어 도전해왔던 많은 것들의 열매를 맺는 한 해가 되리라고 본다. 돈을 버는 회사가 될 거다. 여전히 우리의 핵심 프레이즈는 ‘올어바웃비디오(all about video)’다. VR이나 라이브스트리밍과 같은 신 영상 기술이 등장하면서 즐겁고 흥분이 된다. 현재 곰플레이어에서는 360도 VR 영상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앞으로 스트리밍 컨텐츠 역시 늘려나갈 예정이다.


뒤쳐진 모바일 역량, 곰이엑스피 태동의 이유가 됐다. 


2009년까지는 유튜브보다 곰티비 사용자 수가 많았다. 최근 몇 년 간 다소 뒤쳐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모바일 시장에 빨리 뛰어들지 못했다는 게 크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래텍이 PC 기반의 곰플레이어와 곰티비라는 규모가 큰 서비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곰이엑스피가 탄생한 건 이 때문이다. 곰이엑스피에서는 모바일 중심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펫시팅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경쟁자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이 시장 자체가 너무 작지 않나. 작은 시장의 100을 차지하는 것보다 큰 시장의 10을 차지하는 게 더 좋다고 본다. 유사 스타트업 인수 생각은 아직 없다. 오히려 자생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다. 또는 각 지역 스타트업과 연합체를 이룰 수도 있겠다. 우리가 서울, 경기권을 커버하면 타 스타트업이 지방권을 커버하는 식이다.


1천만 반려인, 그중 10%가 목표다. 


펫스테이는 오는 5,6월을 기점으로 대대적이 마케팅을 시작한다. 유기 동물이 최고치에 달하는 휴가철을 앞둔 시기다. 올 하반기에는 펫스테이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게 목표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인구수가 1천만 명이라고 하는데, 그 중 10%가 올해 안에 펫스테이에 가입했으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실제 결제는 1% 정도 일어날 것으로 본다. 앞서 말했듯 긴 호흡으로 이 시장에 들어왔다. 앞으로 펫스테이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

매거진의 이전글 한미 투자관점의 차이? '학습된 낙관주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