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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Aug 02. 2016

자비스, "영수증 정리를 넘어 경영 지원의 비전으로"

전형적인 ‘마이너스의 손’ 유형의 회사원에게는 매달 말 일이 마치 숙제 검사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분명 카드를 많이 긁은 것 같긴 한데 영수증들은 다 사라져있고, 본인이 얼마를 쓴 건지 추산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나면 아쉬운 대로 영수증을 띄엄띄엄 모아 놓고는 ‘이 정도 썼겠지, 뭐!’ 하고 정신 승리해버리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회계 담당자는 그 나름대로 세무사에게 영수증을 취합해 전달하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미 영수증의 디지털 처리와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국내 상황에 적합한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았다. 이 영수증 처리 과정을 웹을 넘어 모바일 단으로 끌어온 스타트업이 바로 자비스(Jobis)다. 이웃 스타트업을 뿌리 삼아 이들은 지금까지 8백 개의 기업회원과 7천 명의 개인회원을 유치했다.


얼마 전 ‘데이터스톰’과의 합병을 통해 머신러닝 영수증 서비스로의 도약을 예고한 자비스의 김범섭 CEO, 신동민 CSO를 직접 만나봤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자비스가 맞다. 


<아이언맨>의 비서 로봇 이름에서 따온거다. 영수증과 관련된 잡무를 모두 해결해주겠다는 의미다. 전단지, 명함… 뭐 하나 디지털화되지 않은 게 없지만 영수증 처리는 아직도 아날로그 식이다. 영수증을 일일이 챙겨 A4 용지에 풀로 붙여야 하지 않나.


자비스를 사용하면, 법인 카드번호를 등록하고 영수증을 촬영하는 것으로 과정이 단축된다. 사진은 자비스 내 전문 타이피스트에게 전송되고, 이들이 직접 영수증을 확인하며 날짜, 상호명, 금액, 비용을 입력한다. 직원은 영수증 풀칠을 하지 않아도 되고, 회계 담당자는 구성원별 사용한 회사 비용을 웹 매니저 시스템에 접속해 모아서 확인할 수 있다. 영수증 정보는 보통 12시간 내에 입력된다.


세 번째 창업, 왜 영수증이었냐고?


김범섭 CEO : 첫 창업인 ITH, 두 번째 창업인 드라마앤컴퍼니를 거치면서 깨달은 것은,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부터 대학원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영수증 처리를 해왔다.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계속해서 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파악해야 하므로 증빙 처리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금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혁신할 수 있다고 봤다. 외국에서는 이미 자비스와 같은 영수증 관리 모델이 많이 나와 있다. 국내에서 이 해외 서비스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한국어 처리가 안 된다.


신동민 CSO : 나는 이전에 CJ 계열사의 전략 기획팀에서 일했다. 업은 ICT 분야였지만, 사실상 문서만 만들던 상태였고 스타트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알고 지내던 선배인 김범섭 대표를 작년에 만나 자비스의 모델을 듣고 ‘멋지다, 내 경험과 역량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주말 등 개인시간을 쪼개 돕다가 지난 2월부터 합류했다. 직장 생활 10년을 했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신입이다. 전에는 해본 적 없던 마케팅, 홍보, 영업을 맡고 있어 힘들지만 더 늦게 시작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83%의 스타트업에서 대표가 직접 세무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 알고 있나.


프로덕트는 초기 진성 사용자의 목소리를 따라 성장하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누구를 진성 사용자로 설정할 것인지는 그 서비스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는 자비스가 꼭 필요한 곳을 스타트업이라고 봤다.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 터를 잡은 곳도 이 때문이다.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거점으로 세를 넓혀갈 계획이다.


최근 마루180, 디캠프, 벤처스퀘어, 프라이머와 같은 주요 엑셀러레이터와 제휴를 맺어 엑셀러레이터에게 선발된 20인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1년 계약 시 6개월간 월 10만 원의 기장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유비가 자신과 공명의 관계를 물과 고기의 사귐이라고 표현한 것에 착안해 ‘수어지교(水魚之交)’ 프로그램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타트업이 자비스를 만나 귀찮은 일은 제쳐두고 물 만난 고기처럼 사업하기 바란다.  


자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사람과 기술의 조합이다. 


아예 인력으로만 돌아가는 회사가 있고, 100% 테크 기반의 회사가 있다. 리멤버를 만들면서 배운 교훈은 ‘사용자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로 만들었든, 인력을 동원했든 서비스가 좋으면 쓴다. 우리는 인력과 기술을 잘 조합하기 위해 고민했다. 현재 자비스는 대부분의 과정을 사람이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여러 가지 응용 기술을 붙여나가며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무나 타이피스트로 고용하진 않는다.


현재 고용된 타이피스트들은 모두 회계 관련 경력이 있는 분들이다. 잠깐 일을 쉬고 있거나, 경력 단절로 복직이 어려운 사람들이 재택근무 하며 영수증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급여는 장 당으로 계산하고 있다. 앞으로 서비스가 고도화되면 회계 처리 과정도 타이피스트에게 맡길 예정이다.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버느냐고? 


일반 개인을 위한 영수증 정리 서비스는 무료다. 다만 기업을 대상으로 세무 기장 서비스를 월 10만 원에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회계 직원이나 대표가 직접 증빙 자료를 모아 별도로 세무 기장 대행업체에 보내야 했다. 그러나 자비스를 이용하면 법인 카드 사용 내역이 실시간으로 정리되기 때문에 세무사를 ‘자비스 매니저 서비스 멤버’로 추가해두면 세무사가 직접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세무사는 그들의 세무 지식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스톰과의 합병 과정은. 


데이터스톰은 옆 방에 있던 이웃 스타트업이었다. 데이터스톰은 카이스트 출신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기술력이 높은 팀이었지만 비즈니스나 조직 관리 경험이 없었다. 자비스 입장에서는 엔지니어 팀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고,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들자는 비전을 공유한 결과 합병했다. 이후 한 달 만에 만들어낸 것이 캘린더에 등록한 일정과 그 시간에 결제한 영수증을 매칭시켜주는 기능이다.


또 검색 API와 영수증 데이터를 조합해서 접대비·사무용품 등 지출 유형을 구분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전체 영수증의 80%는 자동으로 지출 유형을 구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렸다. 앞으로 머신러닝을 활용해 스타트업의 현금 흐름, 미수금 회수 시기 및 불필요한 비용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예정이다.


회계 담당 직원의 할 일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일을 지금껏 사람이 해왔다고 해서 그대로 두는 건 의미없다고 본다. 결국 단순 업무들은 10년 뒤 다 기술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직무의 성격이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회계 직원의 경우, 이만큼의 돈을 벌고 썼다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현재의 일이라면, 향후에는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돈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다.


“클라우드 + 백오피스”  


기업에서 프론트오피스(front office)를 생산, 판매와 같이 돈을 벌어오는 업무를 뜻한다면, 백오피스(back office)는 이를 뒷받침하는 후선 지원 업무를 뜻한다. 결국 자비스는 회계, 노무, 총무, 비품 구매 대행에 이르는 모든 잡무를 대신해주는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거다. 이 백오피스를 클라우드에서 받을 수 있게 한다고 해서 클라우드 백오피스(Cloud Back Office)라는 정의를 사용한다. 비품 구매 대행을 할 때에는 대량 구매를 통해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목표? 자비스를 사랑하는 팬 사용자 10만 명을 모으는 거다. 


지금은 서비스 DNA를 만드는 시기다. 서비스 본질이 영수증 정보 입력인지, 분석 자료 제공인지, 시간을 아껴주는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것을 말해줄 10만 명의 단단한 씨앗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렇기 위해서는 직원 한 명의 ‘자비스 좋던데’라는 말이 모여야 한다. 


사실상 기업에 들어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은 하던 대로 하고 싶은 조직의 관성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단 낯선 서비스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나오면 거부감부터 든다. 그렇기 때문에 B2C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과장이나 팀장 등 직원들이 개인이 써보고 편하다는 걸 느끼면 조직 전체의 동의를 얻어내는 게 수월해진다.


영화 <시빌워>에서 자비스는 비전으로 진화했다. 우리 자비스는?


신동민 CSO :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서비스 확장 측면에서는 단순한 영수증 입력 서비스를 벗어나 총체적인 클라우드백오피스로 거듭날 것이다. 경영 지원계의 ‘비전’을 꿈꾼다고도 할 수 있다.


김범섭 CEO : 하지만 서비스 본질과 존재감 측면에서 우리는 비전이 되길 거부한다. 우리가 주인공이 돼서 전면에 나서길 원치 않는다는 말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어디까지나 인프라로서 기업의 서포터 역할에 충실하겠다. 잘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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