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가 가벼운 청년들에게 커피 한잔 값으로 남는 공간을 빌려주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다는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그리고 현재는 소상공인의 공간과 청년을 이어주는 플랫폼 사업을 진행중이다. 더 나아가 도시 재건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공간 공유 서비스 스페이스 클라우드의 정수현 대표가 그사람이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유휴 공간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2014년 9월 런칭한 서비스로, 공간 호스트가 사용하지 않는 공간 정보를 자유롭게 등록하면 이용자들이 필요한 공간을 시간 단위로 편리하게 예약·결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현재 회의실, 스터디룸, 파티룸, 레저시설, 공방, 월드컵경기장까지 1200개 이상의 다양한 비즈니스, 생활문화 공간을 통해 이용자들과 만나고 있다.
유휴 공간 살리기와 코워킹 스페이스 개념을 떠올렸다
교육 단체에서 청년, 대학 문제를 다루다 공간 기획 운영 총책임자로 사업을 시작했다. 북창동에 있는 ‘스페이스 노아’를 공동창업했다. 공간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야했기에 대관을 시작했고, 서비스가 있어야 했기에 카페를 했고, 비어 있는 시간을 활용하려고 청년에게 공간 대여를 했다. 이것이 공간 사업의 시작이었다. 스페이스 노아가 있던 북창동은 흥미로운 공간 재생 사례라 평가받고 있다.
청년들에게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교육 단체에서 청년, 대학 문제를 다룰 때 청년들이 있을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통감했다. 스페이스 노아에서 예약이 밀려 남는 곳에 예약을 연결해줬다. 쉽게 말해 우리 사이트 안에서 또 다른 공간을 추천해준 것이다. 그게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시작이다. 13개 친구 공간으로 시작한 유휴 공간은 어느덧 1,200개가 넘는다.
국내 사정에 맞는 임대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
많은 공간주들이 자기 공간을 서비스화 시키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것을 봐왔다. 공간주들은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자기 공간이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또한 정부 쪽에서도 도시 재생은 하나의 큰 화두다. 이 주제는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많은 P2P 스페이스 업체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도시가 빠르게 발전하는 동안 비어가는 공간은 많고, 어떻게 창의적으로 쓸까 해서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우리는 국내 상황에 맞게 비숙박 영역에서 공유 경제를 실현하려 한다.
테크 스타트업은 아니었지만 네이버로부터 투자받았다.
자의적 판단임을 전제로 말하자면, 우리는 네이버 부동산, 스페이스 셀 팀과 닿아 있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시간 단위로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는 공간 시장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네이버 부동산은 매매와 분양 같은 큰 단위의 부동산 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 사업과 차세대 공간 시장에서의 접점을 찾고 싶었던것 같다. 보통 이런경우 기술 협업, 투자가 끝인 반면 네이버와 우리는 한 팀처럼 일하고 있다. 온라인에 강한 네이버와 오프라인 공간에 강한 스페이스 클라우드의 협업이다. 또한 그동안 우리의 약점이던 솔루션 및 개발을 지원해줘서 빠르고 안정적으로 서비스가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가장 좋다.
투자 받고 나니 이용자 수가 10배 이상 늘었다.
투자 받기 전인 1년 반동안은 공간 업체를 확보하는 B2B 사업에 집중했다. 공간을 모으는 데만 신경을 쓰다 보니 페이지 뷰는 월 10만 뷰도 안 나왔다. 그러던 중 투자가 이뤄졌고 이후 시스템이 안정화됐다. 여기에 공간 매니지먼트가 합쳐져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사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는 월 기준 페이지 뷰가 100-150만 뷰로 늘었다. 이용자 수는 2,30만 명에 이른다. 바이럴 트래픽도 많이 올랐다. 사이트 리론칭한지 2개월 반 정도 됐는데 10배 이상 성장했다.
이용자들의 문의도 많이 온다. 방송 촬영 문의가 오는 공간주도 생겼고. 반응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수준이다. 아직은 섣부를 수 있겠지만 성장 흐름을 타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네이버로부터 투자받은 곳’이라는 인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연말이 아닌 비성수기인 현재에도 파티룸으로 3천번 이상 검색돼 유명세를 탄 곳이 있는 등 작은 지역 매장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투자 유치금 17억, 올해까지는 사업 모델 구축화가 급선무.
17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2,3년 정도 우리 서비스가 소상공인과 어떻게 상부상조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투자자로부터 받은 미션은 사회적으로 공간 공유 서비스가 도움이 되는 지를 확인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수료를 올해까지 안 받는 것으로 잠정 결론 지었다. 스페이스클라우드가 소상공인의 공간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지 확인하려 한다.
당장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 유치하기 전에도 수수료는 1% 수준이었다. 공간주들에게 돈을 거의 받지 않았다. 운영비는 청년공간인 무중력지대나 스페이스 노아를 운영하면서 나온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운영상 평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공유 공간은 놓칠 수 없는 트렌드였고 꼭 구현하고 싶었다.
공간 운영에 특화된 친구들과 한 팀이다.
지금 있는 팀원의 80%가 스페이스 노아, 오픈 콘텐츠랩, 동그라미재단, 무중력 지대 등에서 같이 공간을 운영했던 사람들이다. 3,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9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공간 비즈니스계의 컨설턴트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로컬 임팩트팀 ,로드맵팀,링크팀…부서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선 부서 정체성을 부여한다. 회사 운영 팀 내에도 로컬 임팩트, 로드맵, 링크 등 3개 부서가 있다. 로컬임팩트, 링크팀의 핵심은 공간을 다룬다는 거다.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간에 대한 이해도, 지역 이해도, 도시 이해도다. 어떻게 하면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신촌에 임팩트 사업 한다면 이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누구고, 소규모 매장은 누가 하고 있고, 그들의 니즈는 뭔지 이런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로컬 임팩트 팀의 역할이다 얼마전 맺은 서대문 구청과의 협약도 로컬 임팩트 팀이 주도했다. 로컬이 한 지역이라면 링크팀은 전체 1,200 팀을 관리하는 영업 팀이다.
신촌 지역을 제2의 베를린으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일어나면 예술인들이 대거 이동한다. 그럼 그 곳은 슬럼화된다. 국내에선 신촌이 대표적인 이 사례 지역이다. 처음 신촌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이 지역은 연세대 교수들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 클러스터가 형성돼있다. 서대문구가 지원하고 우리도 참여한다.
우리는 6개월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역을 선정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발굴한 뒤 공간 일부를 모델링 해서 ‘친구 공간’이라고 명명한다. 이 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는거다. 현재 신촌, 홍대 쪽에 350개 공간이 등록돼 있고 그중 30개를 선발했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청년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선별하고, 발굻 다른 공간을 활성화 시키는 자료로 쓴다. 우리 타깃이 20대여서 대학가, 학원가를 우선 선정했다. 다음에는 고려대 쪽에 생각 중이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청년들이 모여들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청년들이 지불 가능한 공간이 많은 곳이 베를린이기 때문이다. 친구공간이 한국의 베를린이 됐으면 한다.
‘프로젝트 101′ 그리고 ‘호스트 데이’
호스트랑 게스트 뿐만 아니라 장소 협찬을 원하는 대학생이 많다. 관련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프로젝트 101’이라는 매칭 제휴 사업을 진행중이다. 서로가 만족할만한 것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월마다 호스트 데이를 연다. 일명 ‘공간 운영 노하우 공유 시간’이다. 공간주들은 ‘어떻게 하면 자기 공간을 홍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대관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우리는 타겟 분석 및 유휴 시간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를 이야기 한다. 공간은 시간 장사라고 한다. 공간이 비어있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편한 예약 및 패키지 구성안 등 다양한 얘기가 오간다. 이 행사는 같은 공간에 오랫동안 앉아있어 고립갑과 외로움을 느끼는 공간주들에게 ‘연대’를 불러일으켜 호응이 좋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얻는 신뢰가 가장 좋다.
우릴 신뢰해줄 때 뿌듯하다. ‘스페이스클라우드와 같은 파트너가 있어서 든든하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 그리고 ‘같이 비즈니스 할 수 있는 그룹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라는 피드백도 기억에 남는다. 비즈니스 파트너는 신뢰를 쌓는 것이 어렵지 않나. 또 팬클럽, 코스프레 동호회 등 이색적인 목적으로 우리 사이트를 찾아 줄 때도 감사하다. 도시 활력은 소상공인이 9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예약 ‘0’건인 업체를 볼 땐 힘들다.
우리가 열심히 해도 도움이 안될 때는 자괴감이 생긴다. 우리 플랫폼에 등록한 공간에 아무런 예약이 일어나지 않거나 도움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고민이 깊다. 그래서 우리 마케팅 팀은 한번도 예약이 안 일어났던 공간만 홍보 포인트를 만드는 등 최우선으로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많이 참고한다.
또 공간을 검수 하다보면 매장이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전수 조사 끝에 350곳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일년 이상 운영되는 곳이 많지 않다. 특히 신촌, 홍대쪽이 그렇다.
잘 되는 공간은 이유가 있다.
무료 공간이라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카페처럼 같이 차 한잔 사 마시는 데가 잘된다. 물론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잘 돼 있는 곳이어야 한다. 관리자 없는 공간은 성공하기 어렵다. 무중력 지대도 무료 공간인데 관리자와 프로그램이 다 있기에 잘 되는 것이다.
정부에선 주민센터 공간이 다 개방돼 있는데 시민들이 이용 안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공무원들이 퇴근함과 동시에 건물 문을 닫기 때문이다. 어느곳은 회의실 두 시간 빌리는데 심사까지 받는다. 공간을 잘 꾸며놓은 공공공간이 있음에도 앞서 말한 것들이 활용률을 낮게 하는 요인이다. 그런게 아쉽고 이런 장벽들이 낮아졌으면 좋겠다.
건물주와 세입자가 오래도록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현재 등록된 공간의 운영자들 중 90%는 세입자, 임차인이다. 공간을 빌려서 운영 하고 있는 거다. 한편 건물주들은 콘텐츠가 없어서 공간을 놀리고 있는데 이런 경우 입점도 잘 안된다. 경제가 어려우니까. 그래서 공간이 필요한 가게, 건물주를 공정하게 연결하는 서비스를 언젠가 실현하려 한다. 혹은 공간주와 세입자의 중간에서 상가를 홀딩해주는 기능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그런 역할을 하며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스타트업 장소 대관, 우리에게 맡겨달라.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많이 하고 싶다. 스타트업 론칭 이벤트나 독특한 장소가 필요할 때 최대한 우리가 돕고 싶다. 스타트업과 같이 컨텐츠를 가진 팀이 도시에 활력을 준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