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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Jan 04. 2017

美 잠금화면 1위 기업 인수한 한국 스타트업

잠금화면 광고 플랫폼 버즈빌(buzzvill)이 미국의 1위 사업자 ‘슬라이드조이(Slide joy)’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공교롭게도 버즈빌은 작년 12월 23일, 130억 투자 유치 건을 두고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단 1년 사이 버즈빌은 국내 매출액 200억, 총 6개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기업이 됐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일본·대만은 물론 애드테크(AD Tech)의 최전방인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버즈빌이 그리는 2017년은 어떤 모습일까. 이관우 대표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버즈빌 이관우 대표


■ 미국의 1등 잠금 화면 기업 인수…애드테크의 최전방으로


1년 전 130억 투자 유치 건으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 


매출액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직원도 2배가량 늘어 60명 정도가 함께 일하고 있다. 버즈빌의 주요 수익 모델은 잠금화면 기능을 SDK 형태로 제공하는 B2B 사업인데, 롯데 엘포인트, KT 클립(CLip) 등 파트너사의 수도 많이 늘었다. 올해 국내에서만 200억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해외 사업의 경우에도 일본에서 손익 분기를 넘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의 잠금 화면 1위 기업인 슬라이드조이를 인수하면서, 좀 더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구체적인 인수 결정의 이유는 무엇인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미국은 애드테크의 성숙도가 가장 높은 시장이다. 광고, 네트워크 등 관련 인프라와 비즈니스가 가장 발전해있다. 슬라이드조이는 미국 시장에서 연 매출 30억 원 이상을 내고, 15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다. 2016년 서베이몽키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버즈빌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했다. 또 슬라이드조이가 미국뿐 아니라 그 밖의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인수 결정을 굳히는 데 한몫했다. 그들이 이미 확보한 네트워크를 타고 속도감 있게 해외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발팀이 강력하다. 와튼, 스탠포드 대학, 골드만삭스 출신의 창업자들이 모여 있는 회사다.


인수 후 허니스크린과 슬라이드조이 서비스는 통합될 예정인가. 


아니다. 기존처럼 두 서비스가 개별적으로 운영된다. 버즈빌은 애초에 SDK 서비스인 버즈스크린이 메인 프로덕트이기 때문에, 슬라이드조이와 허니스크린은 국외 시장 진출을 위한 일종의 돌격대 역할을 하게 된다. 각 국가별 시장 반응을 이 두 서비스로 읽은 후, 여기서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지 파트너들에게 맞춤화된 버즈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허니스크린과 슬라이드조이는 유사한 잠금화면 서비스지만, 성격이 다소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시장별 AB 테스트를 해볼 때도 용이하다. 조직적으로는 슬라이드조이의 대표가 버즈빌의 프로덕트 개발 총괄로 합류할 예정이다.


슬라이드조이가 정직원 6명으로 이뤄진 팀이라고 들었다. 미국 1위 기업치고는 작은 규모인데. 


미국이 애드테크 강국이긴 하지만, 아직 잠금화면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낮다. 지난 11월 ‘애드테크 뉴욕(AD tech Newyork)’이라는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참관자들 모두 애드테크에 대한 지식이 높아서 ‘잠금화면 광고 네트워크’라는 서비스의 속성에 대한 이해는 빠르더라. 그런데 잠금화면을 가지고 수익을 낸다는 지점은 굉장히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이미 경쟁자가 많은 한국, 일본 시장보다 가능성이 더 많은 시장이라고 본다.


■ 6개국 진출의 비법, ‘무조건 발로 뛴다’


현재 6개국에 진출해 있다고 들었다. 각 시장별 특성이 있다면. 


일본의 경우 재밌는 게, 한국 사용자는 잠금화면 서비스를 일종의 리워드(보상) 앱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마치 플립보드와 같은 컨텐츠 큐레이션 앱으로 소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진출 과정에서는 컨텐츠 수급이 아주 중요했다. 현재 우리는 300개 이상의 컨텐츠 제휴처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하나의 제휴를 맺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국의 두 세배다. 하지만 일단 한 번 제휴를 맺고 나면 그 관계가 여간해서는 끊어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대만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기업에 친화적이다. 이런 부분이 사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사내에 대만 직원들도 여럿 있는데, 휴가 때 한국으로 여행을 올 정도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더라. 최대한 나라 색을 감추는 것이 유리한 일본 비즈니스와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아직 조금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일단 애드테크 관련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스토어 연동을 하는 과정에서 열악한 서버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말레이시아의 통신 기업인 아시아타 그룹과 협업해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일본, 대만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공략했던 국외 시장이다. 지난 1년간 현지 로컬 경쟁자들도 성장했을 텐데. 


맞다. 일본의 경우 커머스 기업 라쿠텐이 잠금화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는 커머스 기업 위시(Wish)가 로켓(Locket)이라는 잠금화면 기업을 인수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는 카카오도 잠금화면 서비스를 내놓았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버즈빌만의 전략은. 


우리 입장에서는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좋다. 버즈스크린은 기본적으로 열린 플랫폼 전략을 지향한다. 파트너 사의 컨텐츠를 모바일의 가장 앞단인 잠금화면으로 끌어내 주고,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주고 그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업을 만드는 게 먼저다. 국내 소셜 커머스 기업들도 치고 박고 싸우며 산업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플랫폼 사업자로서 때로는 경쟁자와 협업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국외 시장에 진입할 때, 현지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다. 투자자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현지 직원을 채용하거나, 직접 발로 뛰거나. 어떤 방식을 선호하나. 


기본적으로 발로 뛰는 스타일이다. 특히 처음 진입하는 시장은 무조건 대표인 내가 직접 나선다. 경험을 통해 나름의 프로세스를 갖췄다. 먼저 한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모두 모아본다. 그다음 이전에 해외 컨퍼런스 등에서 만났던 다양한 산업군의 메이저 회사들에게 미팅 요청을 한다. 해외에서 찾아 왔다고 하면, 웬만해서 다 만나주더라. 만나서는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내가 이 시장을 잘 모르지만 도전하고 싶고, 시장 진입의 퍼즐을 맞추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말이다. 출장 일주일 동안 그렇게 네트워크를 연결해나가다 보면, 금요일 즈음에는 대략 퍼즐이 완성된다. 이 단계에서는 다시 한번 만날 분들을 요청해서 식사하거나 좀 더 격식 없는 만남을 갖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그 시장에서 누구와 파트너쉽을 반드시 맺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윤곽이 나온다.


이전 인터뷰에서 ‘포인트를 통한 모바일 경험의 무료화’가 목표라고 말했다. 페이먼트 시장으로의 진출을 의미하는 건가. 


우리는 직접적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에 도전할 계획은 없다. 말 그대로 ‘모바일 경험의 무료화’를 파트너사의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때 말하는 모바일 경험이란, 통화·기프티콘 결제·유료 콘텐츠 소비 등을 뜻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고객사인 OK 캐쉬백은 40대 주부 사용자가 많은데, 이들은 잠금화면을 통해 모은 리워드를 외식이나 생필품 구매에 사용한다. 웹툰과 같은 컨텐츠 서비스의 경우, 잠금화면 상태에서 웹툰을 즐기는 동시에 리워드를 쌓을 수 있게 한다. 이걸 사용해서 유료 컨텐츠 결제도 할 수 있는 식이다.


그래도 모바일 결제와 잠금화면 리워드 기능은 서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금융권 결제 사업자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 SDK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다. 우리는 잠금화면 영역을 잘한다. 잘하는 걸 해야지, 우리가 전부 다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모든 사업을 잘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스타트업이고 자원이 제한되어 있지 않나. 잠금화면 영역을 세계에서 제일 잘하고 싶다. 이게 우리의 미션이다.


버즈빌의 사무실 전경


■ 주말에도 10명 넘는 직원이 나와서 놀고 있는 회사 


사내 문화 이야기를 좀 해보자. 사무실에 들어섰는데 자리에 있는 직원이 얼마 없더라. 탄력 근무제인가. 


기본적으로 출퇴근이 자유롭다. 눈치 보는 것 전혀 없다. 일만 제대로 하면 된다. 원한다면 까페나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 가서 일을 해도 된다. 본인이 해야 하는 일도 분기별로 스스로 작성한다. 매주 전 직원이 모여 위클리 미팅을 갖는데, 이 시간에 팀의 업무 상황을 공유한다. 협업 도구를 통해서도 각 개인의 업무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서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또 협업 도구를 통해 익명으로 임원진에게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다. 대표는 그 질문에 무조건 답해야 한다. 나는 투자자 IR보다 그게 더 무섭다. ‘A도 아직 충분히 잘하는 거 같지 않은데, 왜 B를 벌리냐’는 적나라한 질문이 치고 들어오니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과, 혼자 일할 수 있는 공간이 구획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몰입의 방’이라고 혼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놨다. 방마다 이름도 붙였다. 인내의 방, 집중의 방 등이 있다. 공간 분리는 업무 효율도 향상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조직 활동도 왕성하다고. 


펀클럽이라는 자생적 조직이 있다. 이들은 모여서 ‘어떻게 회사를 더 재밌게 다니지’를 열심히 고민하다.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교육 모임도 많다. 일본어, 영어, 코딩, 기타 등을 배우는데, 회사는 점심을 제공한다.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주말에 회사를 와보면 최소 15명 이상이 나와서 놀고 있다. 내가 회사 다닐 때에는 주말 되면 근처 지나가는 것도 싫었는데.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가락 시장에서 회 사다 먹고, 바베큐 파티하고 그러더라. 사내에 노천 극장 형태의 오디토리움이 있는데, 거기에 모여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전략 담당하는 친구는 아침, 점심 식사 메뉴를 엄청나게 고민한다. 먹고 싶은 걸 시트에 적으면 그다음 주에 먹어볼 수 있다. 여러모로 회사 같지 않은 회사다.


많은 창업자들이 자유로운 조직을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자칫하면 방탕한 분위기가 조성될까봐 겁을 낸다. 생산성 저하의 위험도 있고. 


맞다. 자율성과 생산성의 균형을 맞추는 건 어렵다. 풀어지면 방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한다. 내가 내린 답은 이거다. 애초에 자기 주도적인 직원을 뽑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버즈빌 인재상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셀프 리더쉽이다. 사실 우리처럼 아이디어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에게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든 시켜서 하는 일보다, 자기가 선택한 일을 더 열심히 한다.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굉장히 까다로운 채용 절차를 만들었다. 임원진끼리 ‘우리도 이건 못 통과한다’고 말한다. 나는 다행히 창업자 특별 전형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채용 절차가 어떻게 되나. 


서류 심사 이후 1차는 전화 면접이다. 그 후에는 수백 개의 문항이 적힌 질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2차, 3차 면접 때 그걸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3차 면접 하루 전에 돌발 과제가 나간다. 경력직의 경우에는 여러 군데를 지원하지 않나. 이 돌발 과제는 회사에 대한 애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이 과제를 들고 임원진 앞에서 발표한 후 채용이 결정된다. 이건 우리 인재상에 맞춘 인재를 뽑기 위한 고유의 절차이고, 이렇게 엄선한 팀원들이기 때문에 자유 속에서도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생이 수직적인 조직이 갑자기 흉내 낸다고 만들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버즈빌리언 어워드’라는 시상식도 개최한다. 매 회마다 각 인재상 요소에 가장 부합하는 직원을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뽑히면 트로피와 상장도 받고, 사내 컬쳐북에도 실린다.


버즈빌의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기 때문에, 내년에도 두 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버즈스크린이라는 제휴 모델을 통해 잠금화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일본과 미국 시장은 내년에 한국 사업 규모 이상으로 키워보려고 한다. 이미 각 해외 사업장의 손익 분기는 넘었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국가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면서, 좀 더 다양한 국가 진출에 도전하는 게 목표다. 전 세계 잠금화면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로벌 채용이 상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미국, 유럽은 물론 다양한 국가에서 온 팀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오대양육대주의 인재를 다 모으는 것이 우리 목표다. 특히 전 세계 개발자들을 환영한다. 많이 지원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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