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텀 Jan 09. 2017

“먹고 살 만큼 벌고, 재미있는 것을 한다!”

(부산행#9) 재미를 찾아 길을 찾는 스타트업 ‘페이보리’


프로그래머란 업에 매력을 느낀 김광휘 대표는 구글과 같은 IT기업 입사를 꿈꾸며 2009년 겨울 실리콘밸리에 처음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창업자들이 많음을 목도했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를 만나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창업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 창업은 대중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어 해결하는 일이기에 세상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권 대표의 말이 와닿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권 대표가 말한 창업의 의의와 함께 ‘사용자 측면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의 솔루션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디자인해 출시하고, 폐기까지하는 전 과정을 직접 다 경험할 수 있는’ 창업 과정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시작은 실리콘밸리에서 하고 싶었다.


이후 창업을 염두에 두고 학업을 이어가던 김 대표는 햇수로 4년 뒤인 2013년 창업자로 첫 발을 내딛는다.


김광휘 페이보리 대표


2013년에 창업을 시작했다. 


학교(부산대학교) 선배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에 가서 창업을 하려고 준비중에 중소기업청에서 3개월 실리콘밸리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지원해 선정되었다. 나와 선배 둘 다 개발만 할 줄 알았지 비즈니스에 대한 것은 잘 몰랐던 때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한 현지 창업지원기관에서 초기 교육을 받았다. 한국의 창업방식보다 실리콘밸리 창업방식을 먼저 습득한 거다. 그리고 뭐를 더 배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둘 다 개발자이니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해커톤 대회에 나가자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4번 나갔는데 4번 다 수상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우리의 개발력이 통한다는 것을 가늠했고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 환경을 보니 창업만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어 보였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다.


앳에 앞서 2014년에 출시한 픽리가 잘 되지는 않았다. 개발하는데 2년이나 걸린 프로젝트였다.


목표는 출시이후 3개월 동안 10만 명을 모으는 거였는데, 그 기간에 5천 명이 다운로드 했다. 아닌가보다 했다. 대학원에서 사진을 정리하는 계산사진학을 연구했기에 선택한 아이템이었는데, 프로젝트가 너무 컸다고 봤다. 기술도 많이 들어가고. 그래서 우리 팀이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금은 기술력을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픽리의 결과에서 얻은 교훈이다.


픽리 이후에는 기술력보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용자들은 앱 서비스에 어떤 기술이 들어간지 알 수도 없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기능을 빨리 만드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내부적으로 ‘2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주에 한 개씩 내부에서 만들어보는 프로젝트였다. 우리는 기획자가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기획으로 시간을 끌지 않고 2주에 빨리 뭔가를 만드는 시도를 했다. 2주 프로젝트는 팀원들이 낸 아이디어 중 모두가 만장일치로 정한 것을 만드는 형식이다.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호응이 있으면 더 하고 반응이 없으면 접기로 한거다. 그렇게 테스트를 했다. 기술력보다는 용도에 신경써서 했다. 여러개를 만들었지만, 그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만든 시간관리 리마인드앱 ‘앳’이 현재의 주력 서비스가 되었다.


창업이후 매년 한 달 이상씩은 실리콘밸리를 갔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었을텐데. 


2013년에 갔을 때 방문한 실리콘밸리 창업지원회사가 우리에게 투자 의향을 내비쳤다. 다시 와서 사업을 하라고 하더라.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그쪽 반응이 뜨뜻미지근 했다. 멀리 떨어져서 그런가 싶어 2014년에 자비로 찾아가 보니 그 회사가 망했더라. 그래서 자체적으로 현지에서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때 2013년 프로그램에 멘토로 왔던 사람이 픽리에 관심을 표했고, 본인이 코파운더로 참여해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더라. 정식으로 서비스 출시를 하면 본인이 펀딩을 해 미국에 법인을 세우자고도 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열심히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사이 다른 창업을 하면서 우리쪽에 시간을 많이 안 쓰고, 펀딩에도 크게 신경 안 썼다. 그래서 헤어졌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에 부산시에서 지원하는 실리콘밸리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갈 때는 앳의 미국향 버전도 만들었고, 현지 파트너사와도 연결되었다. 현재 우리 주력 서비스인 앳과 헬스케어가 결합된 형태의 공동 프로젝트를 그쪽과 진행중이다. 이달에 가서 구체화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 해커톤 대회를 포함해 국내외 공모전, 경진대회 등에서 수상을 많이 했다. 비결이 뭔가?


세어보니 11번 수상했다. 문제를 잘 찾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의 핵심 기능을 빠르게 잘 구현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사실 서비스 초기에 굳이 안 만들어도 되는 것들이 많다. 그런것을 배제하고 최대한 핵심 기능만 생각했다. 미국에서 해커톤에 나갈 때 우리 아이디어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팀이 있으면 잘 조합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한 것도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유통기한이 다 된 편의점 삼각김밥의 위치, 종류, 할인가격 등을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 (삼각김밥 구출작전)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 해커톤 대회에서 수상한 서비스다. B2B사업 계획서도 만들었었다. 그런데, 편의점 측에서 원하지 않더라. 그래서 빵집으로 바꿔서 해보려 시도해 봤는데, 빵집들도 유통기한이 다 된 제품의 할인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지는 않아 했다. 그래서 단발성으로 끝났다.


페이보리의 시간관리 리마인더 어플리케이션 ‘앳(AT)’


주력 서비스 ‘앳’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일정관리 앱이 많은데 왜 만들었나? 그리고 어떤 서비스인가? 


앳은 시간관리 앱으로, 하루 혹은 한주, 한달 등의 시간에서 지금 내가 몇 %를 보냈는지를 그래프 형태로 보여주는 앱이다. 보통 사람들은 개월이나 날짜를 들어도 1년 중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감을 잡지 못 한다. 앳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자’는 컨셉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개발당시 IOS에 상단 위젯이 처음으로 나올 때여서 앱을 만들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위젯에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개발했다.


2년 동안 개발한 픽리는 반응이 크지 않았지만, 앳은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 


출시하자마다 중국 쪽에서 다운로드가 있었다. 초기 버그를 발견한 중국 유저들이 중국어로 고쳐달라는 메일도 많이 보내왔다. 1차 버전에는 소소한 버그가 있었는데, 그걸 고쳐서 낸 2차 버전이 앱스토에서 하루에 2만 명씩 다운을 받더라. 출시 3일 만에 애플 앱스토어 생산성 인기차트 1위, 5일 만에 전체 인기차트 1위를 기록했다. 다운로드가 많이 발생한 이유중에는 피키캐스트에서 그 날 추천앱으로 선정해서 소개를 해준 덕분도 있었다.


왜 초기에 그렇게 인기를 끌었다고 보나? 그리고 현재 다운로드 수치는 어떻게 되나?


인기를 끈 요인은 아무래도 디자인이 이쁘고, 깔끔해서가 아닐까 싶다. 1월 초 현재 45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캐릭터 판매와 앳 개수를 늘리는 것에 과금을 하고 있다. 또 IOS 10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위젯 공간이 줄어들었는데, 기존 막대 그래프가 아니라 도넛형 그래프로 보여주는 것도 유료모델로 추가했다. 최근에 가장 잘 팔리는 것은 도넛형 그래프 아이템이다. 캐릭터는 군인 캐릭터가 제일 잘 팔린다. 우리 서비스 유저는 20대 초반 여성이 가장 많은데, 군인 캐릭터는 입대한 연인의 제대 날짜를 세는데 쓰더라. 그리고 군인 캐릭터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갑자기 판매량이 늘어나는 때가 있다. 살펴보면 한류 아이돌 등 연예인이 입대를 한 날일 경우다. 해외 팬이 많이 구매한 것이다.


이른 질문이긴 한데, 손익분기점은 넘겼나?


아직 못 넘겼다. 본격적인 서비스 확장을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장단기 마일스톤이 있다면?


우선 앳의 다운로드 수 100만을 달성하는 거다. 시점은 올해 중반기로 예상한다. 우리가 유저를 집중적으로 모이게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는 여러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리고 수익화도 고도화 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최대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페이보리가 운영중인 코워킹스페이스 패스파인더 이름으로 실리콘밸리 연수 프로그램(Pathfinder x Silicon Valley)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새로운 길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창업 클러스터인 실리콘밸리와 글로벌기업들, 코워킹스페이스, 대학 등 직접 계획을 세우고 방문하여 그 곳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몸소 느끼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시야가 넓어졌듯이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연결해 주고 싶었다. 도전을 하고 새로운 것을 계속 봐야지 여러가지 길을 볼 수 있다.


명문대 컴공과 학생들은 취업 말고 다른 것을 할 생각을 잘 안 한다. 공부 잘하면 네이버, 카카오 등 입사를 하려고 할 뿐이다. 그런데 취업을 생각한다면 구글도 갈 수 있고, 실리콘밸리 쪽 IT기업도 갈 수 있지 않겠나. 혹은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는 것도 길이다. 실리콘밸리 해커톤 대회에 참여하면 자신의 실력을 검증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혹은 공부를 더 하겠다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거고, 나처럼 창업을 결심하는 친구도 있을거고, 다양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들에게 진로를 설정하는데 있어 다양한 방식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본인 사업하기도 바쁜데,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뭔가?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세상이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 창업하는 친구들이 많이 나와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만든다면 그냥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리 팀의 목표가 ‘돈은 먹고살만큼 벌고 재미있는 것을 많이하자’다. 우리가 생각하는 ‘재미있다는 것’은 만들었을 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있는 서비스다. 만드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과정이다. 우리 아이디어를 다른 팀과 공유해 그 팀이 해당 아이디어틀 구체화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가치롭게 만든다면 그것은 그거대로 정말 재미있는 일이 될거다.


부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생각은 안 해봤나?


간다면 실리콘밸리로 가고 싶었다. 실리콘밸리에 못 갈 바에는 똑같다고 봤고. 앱스토어에서 앱을 판매하는 것은 어디에 있으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지역에서 개발자 구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우린 기획자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지역 창업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나? 


부산에 창업지원센터와 펀드 등 인프라가 좋아진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창업팀, 그것도 좋은 창업팀의 수는 많지 않다고 본다. 스타트업이 늘어나려면 시간이 걸릴거라 본다. 부산은 기업에 있다가 창업을 하는 경우보다, 학생 창업이 많은 편이다. 수도권과 다른 부분이다. 창업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갑자기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수명은 길어지고 정년은 짧아지고 있다. 인생에 한 번은 창업을 해야하는 시기라고 보는데, 창업이 좋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


직원으로 회사에서 근무한다면 볼 수 있는 시야가 한정된다. 상사가 보는 시야를 직원은 보기 힘들다. 대표가 되면 회사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다. 만나는 사람도 그에 맞는 사람을 자연스레 만나게 되고.


대표로서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을 뭐라고 생각하나?


팀웍이다. 법인 설립 당시 4명이 페이보리의 공동창업자다. 우리 넷이 만장일치로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서로 비전이 잘 맞는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의 솔루션을 만들고, 그것을 쓴 사용자가 행복해 할 때 4명 모두 즐거움을 느낀다.


보편적인 창업자들과는 관점이 다른듯 싶다. 페이보리의 기업 문화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율적인 문화다. 나는 팀원에게 뭔가를 시키고 이끌어 가는 리더는 아니다. 팀원이 각자 알아서 한다. 일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성과가 더 잘 나온다. 자기가 하고싶은 프로젝트는 굳이 안 시켜도 열심히 하고 결과도 좋다. 그래서 팀원 모두가 하고 싶어하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다.


사업을 하며 가장 어려웠을 때와 좋았을 때는 언제였나? 그리고 기억에 남는 사용자의 피드백이 있다면?


계속 함께 할거라 생각했던 팀원이 떠날 때 무척 아쉬웠다. 그것말고는 크게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돈이 다 떨어져봐야 처음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행복했던 때는 출시한 서비스가 반응이 좋았을 때였다. 어떤 유저가 ‘점과 점이 이어져 선이 되듯 앳을 쓰니 한 순간 한 순간 시간이 모여서 본인의 인생이 된다’라는 피드백을 남긴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삶을 개선하는 데 우리 서비스가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이 보일 때 뿌듯하다.


질문 외 하고 싶은 말로 마무리 하자. 


페이보리는 운이 좋은 팀이다. 힘들 뻔 한 순간이 되면 길이 열려왔다. 창업 초기도 그랬고, 경진대회에서도 그랬고, 투자도 그랬다. 예상치 못 한 곳에서 다음 동력을 얻어 버텨왔다. 버틸 자신이 있었고 버티다보니 길이 보였다.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다. 기대해 달라.

매거진의 이전글 美 잠금화면 1위 기업 인수한 한국 스타트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