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것을 늘 두려워하는 사람!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미국에서도 매출 1000억 원은 기록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5년만에 그것을 기록했다는 것은 한국시장이 작은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모든 마켓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매우 큰 마켓이 한국에 존재하는 것이다.”
1월 19일 개최된 프라이머 10기 데모데이 키노트 스피치에서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한국시장이 작다는 비관론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의 예를 들어 이와 같이 말했다.
한국에 퍼져있는 비관론에 대한 반대사례, VC의 투자관점, 잘 하는 경영자들의 특징 등 한 킴 대표의 강연을 정리했다.
알토스벤처스(이하 알토스)는 5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 세 명, 미국에 두 명이 있다. 모든 결정은 이 다섯 명이서 한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결정 구조다. 2006년에 첫 투자를 시작해 32개 기업에 투자했다. 상당수는 2014년 부터 투자한 회사다. 연간 7~8군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그간 투자한 회사 중 코스닥, 코넥스에 상장한 기업도 있고 대기업, 해외기업 스타트업에 매각된 기업도 있었지만, 비트패킹컴퍼니와 리모택시 등 폐업한 기업도 있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습을 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를 하지만, 미국과 인도 등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에도 투자를 했다. 회사가 어디에 있건 상관하지 않는다. 미국 회사면서 미국 펀드에서 투자를 한다. 이렇듯 알토스에서 커버하고 있는 회사는 많다.
알토스벤처스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시작한 이유
한국에는 불가능하다고 한 것을 해낸 기업가들이 있다. 한때 한국의 GDP는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낮았었다. 그러던 한국의 GDP가 수년 전부터 EU수준까지 갔다. 근간에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창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왜 더 큰 스타트업이 못 나오는지 궁금했고 그에 대해 공부했다.
인구밀도를 보면 한국의 TOP25 도시 인구와 미국 TOP25도시 인구는 같았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은 세계에서 가장 좋다. 엔조이 마켓 플레이스에서 한국은 세계 3위 시장이다. 그래서 업계에 회자되는 ‘한국 시장이 작다’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모바일로 바뀌는 추세에서 한국에서 충분한 기회가 있을거라 봤다.
또 프라이머와 같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활발히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얻게 되었다. 한국에 더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하자고 결정하는 계기이자 동기가 되었다. 사실 이전까지 한국에서 사업에 성공한 이들이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스타트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실리콘밸리가 커진 이유는 이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그런 동력이 한국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것에 용기를 냈다.
한국시장은 작기에 해외로 무조건 나가야 하고, 한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어렵고, 대기업과의 경쟁은 어렵다는 비관론이 있다. 우리는 그런 어려움은 있지만 절대적이라 보지 않았다. 알토스는 그런 편견과 비관론을 깨자는 욕심이 있다.
한국시장은 작다?
알토스가 투자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3년 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에서 IPO이야기가 나왔었다. 다들 이듬해면 충분히 갈 수 있기도 생각 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반대했다. 매출 1000억 찍을 때까지 아무도 IPO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기로 했다 엑싯이 필요한 투자자, 마무리되는 펀드가 있으면 여러 방법으로 구주를 사준다고 까지 했다. IPO를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매출 1000억 찍을 때까지 더 빨리가는데 집중하자고 했다. 필요한 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고 봤고.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가 사석에서 ‘1000억 매출을 기록하는 것에 자신 없다’고 하더라. 차라리 그것을 할 수 있는 다른 적임자를 구하자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난 김봉진 대표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난해 매출 1000억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1000억 매출을 달성한 뒤 김봉진 대표가 이사회에서 ‘5000억 까지는 매출을 찍을 것 같은데, 그 뒤 1조 원을 기록하는 것이 고민이다’라 말하며, 그에 필요한 것들을 주욱 말하더라. 김 대표와 우리가 1조 매출을 기록하는데 논의한 것 모두가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매출 1000억 원은 기록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5년만에 그것을 기록했다는 것은 한국시장이 작은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한 사례라고 본다. 모든 마켓이 크지는 않겠지만, 매우 큰 마켓이 한국에 존재하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은 통하지 않는다?
이런 편견을 봉봉과 하이퍼커넥트가 깨고 있다. 봉봉은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웃고 즐기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이 기업은 120억 ~ 150억 되는 회사로 발돋움했다. 하이퍼커넥트는 현재 연 500억을 넘고있는 회사다. 이들 기업은 매출의 95%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한국회사이고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게다가 해외에서 공부하지 않은 파운더들이 주축이다.
하이퍼커넥트는 외국 직원들이 서울에 있는 사무실에 20명 이상이 출근하고 있다. 사람들이 2~3년만 하더라도 하이퍼커넥트나 봉봉같은 회사가 될 것인가 의문을 표하곤 했었다. 외국 사람들도 이 회사들이 한국에 있는 회사라고 하면 무척 놀라워한다. 우리는 이런 회사들이 더 나올거라 본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의 경쟁은 어렵다.
쿠팡은 큰 도전을 진행중이다. 한국 스타트업이 큰 투자금을 끌여들여 과거의 방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성공으로 기록될지 안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스타트업도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누구와 경쟁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성공 가능성이 있고 잘 하는 것만 보여준다면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는 다양한 루트가 있다. 처음부터 상대가 안 된다는 생각을 안 했으면 한다.
대체적으로 스타트업은 펀딩의 이유로 가설증명, 가설을 성공시키기 위한 사업지탱, 빠른성장을 위해 추진한다. 우리같은 투자자는 솔직히 빠른 성장을 위한 투자유치를 가장 선호한다.
VC로써 투자한 회사에게 늘 조언하는 것이 ‘펀딩이 목적이 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펀딩은 수단이 되어야 한다. 회사의 목적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VC에서 제안한 공정한 조건의 투자는 받으라고 조언한다. 단, 회사에 돈이 필요없을 때 받으라고 부연한다. 돈이 필요없을만큼 회사가 성장률을 높이면 투자자는 찾아온다. 자금이 아쉬운 순간은 언제고 다가 온다. 그래서 미리 받아두는 것이 좋다.
VC의 투자관점
VC는 리스크에 대한 걱정을 가장 많이 한다. 리스크는 시장을 보고, 사람을 보고, 기술을 보고, 자금(펀딩리스크) 부분을 본다.
자금 부분은 우리가 조달할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거다. 그리고 기술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으면 여러 루트로 파악한다.
스타트업 대표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도 한다. 사람은 어른이 된 뒤 잘 안 바뀐다. 바뀌는 경우가 드물기에 안 바뀐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스타트업 대표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누구랑 같이 했는지를 파악한다. 겸손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고 과장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한 말을 확인하는거다. 스타트업 대표가 한 말과 우리가 확인한 것에 갭이 있는지 없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누구랑 했는지, 예전에 일한 사람과는 어떤 관계인지 등을 살핀다. 사람에 대한 리스크는 많이 알면 알수록 줄어든다.
시장 증명이 어찌보면 가장 어렵다. 보통 회사들은 조금만 늦으면 경쟁자한테 밀린다고 생각해 빨리가려고 한다. 그런데 역으로 회사가 망하는 이유중 상당수는 시장이 조성이 안 된 상황에서 너무 일찍 진출해서다. 시장에 일찍 진출하면 돈이 많이 소모된다. 그래서 VC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하기보다 기업이 시장증명을 한 뒤에 투자를 하려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VC는 기업의 트래픽이 얼마나 빨리 증가하는지, 매출이 오르는지를 본다. 그리고 유저들이 서비스에 열광하고 있는지 반응과 지표를 본다. 유저들이 해당 서비스에 열광한다고 느끼면 투자를 빨리 진행한다.
우리가 볼때 잘하는 경영자들은 몇 가지 형태가 있다.
좋은 사람을 잘 영입하면서, 해고도 잘 하는 경영자
우선 좋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내 팀에 들이는 경영자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좋은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한다. 그리고 해고도 빨리 결정하고, 심지어 자주 한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기존 멤버와의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면 해고하던지 새로 들어오는 사람 밑에 들어가서 일하라고 한다. 깨끗하게 정리를 잘 해야 한다. 본인이 판단해서 영입했지만, 잘 못 판단했을 때는 얼른 내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해고문화가 익숙치 않기에 머뭇거리는 창업자가 많다. 같이 가지 못 할 멤버라면 빨리 결정해야 한다.
어려운 결정을 할 줄 아는 경영자
잘 하는 경영자는 어려운 결정을 적시에 할 줄 안다. VC가 생각해도 겁나는 결정이 있다. 과거 쿠팡이 서비스 부문에서 타 업체들과 경쟁을 할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쿠팡이 1위 기업이 아니었다. 어느날 쿠팡 김범석 대표가 데이터를 근거로 우리에게 서비스보다는 제품으로 전환을 하자고 말했다. 당시 쿠팡의 모든 인원이 서비스에 투입되어 있을때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둘 다 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김 대표가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결과적으로 그 결정으로 인해 다른 업체들보다 쿠팡이 두 달 먼저 그 부분을 시작했다. 그게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또다른 예로 배달의민족 사례가 있다. 1년 6개월 전 김봉진 대표가 수수료를 0%로 내리자고 했다. 당시 여러가지 비판 기사가 나왔었다. 식당들이 버는 수익이 10%전후인데, 배달의민족이 15%를 가져가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얼핏들으면 일리가 있지만, 계산해 보면 그런 주장이 맞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떳떳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봉진 대표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주장해도 감성적으로 소비자가 못 받아들이면 틀린거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0%로 내리자고 VC들을 설득했다. 우리를 비롯해 공동 투자사가 그린 배달의민족 비즈니스 모델에 빈공간이 생기게 된거다. 난리가 났었다. 결국 김 대표의 주장대로 0%로 내렸다. 그리고 다음달 배달의민족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로 벌 수 있었던 금액보다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투자자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창업자는 자신의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공부를 게일리하지 않는 경영자
잘 하는 경영자는 국내외 자신의 분야 경쟁자들을 늘 체크한다. 그 과정에서 경쟁자, 잠재적 경쟁자가 잘 하는 점 못하는 것을 파악한다. 가끔 관련된 회사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되려 우리를 학습시켜주는 경영자도 있다. 그럴때 투자자로써 안심이 된다. 잘하는 창업팀은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경쟁자를 어느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욕심이 많은 경영자
좋은 경영자는 욕심이 많다. 욕심이 없는 창업자는 어느정도까지는 가더라도, 이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욕심이라는 것은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니다. 돈에 대한 욕심은 어느순간 지친다. 돈보다는 크고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큰 욕심이 있어야 성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팀원은 그런 욕심있는 창업자가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
망하는 것이 늘 두려운 경영자
우리가 생각하는 잘 하고 있는 창업자, 경영자의 가장 큰 공통점은 아무리 잘 나간다 하더라도 망할 것을 늘 두려워 한다는 거다. 자금이 풍부하건 아니건 간에 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안정적이다, 안 망할거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기업은 망할 징조가 있는거다. 잘 하고 있는 창업자들은 늘 절벽에 선 마음으로 창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