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 대상자 U는 특수상해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특수상해처럼 중대한 사건인 경우 보통 백이면 백 이전에 다른 범죄전력이 있게 마련인데, U에겐 신기하게도 이 사건 외에 아무런 입건기록이 없었다.
U의 어머니는 U가 네 살이었을 때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U는 그때 이미 또래에 비해 언어발달이 느리고 지나치게 산만해 주변의 우려를 받았지만, U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을 리 없다며 훗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문제를 외면했다.
U는 왜소하고 소심한 아이로 성장했다. 학교 수업은 거의 이해하지 못했고, 수업 시간은 선생님과 U의 술래잡기가 되기 일쑤였다. 운동을 잘하지도 못하고 개그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 어눌한 U를, 다른 아이들은 자신들과 동등하게 대해주지 않았다.
"아버님, U가 ADHD 검사나 지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어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라도 그 말을 들었더라면 끔찍한 일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선생님에게
"선생님, 자식 안 키워 보셨죠? 선생님 자식한테도 ADHD 검사를 받게 할 수 있으세요? 이 세상 어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정신병 검사를 받게 합니까? 그런 부모는 없어요. 우리 애가 어떤 상태인지는 애 엄마 집 나간 뒤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일은 다 하면서 키운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선생님이시면 U가 다른 친구들하고 잘 어울릴 수 있게 도와주셔야죠. 그런 건 안 하시고 애한테 정신병자라고 하는 게, 그게 선생님이 하실 소린가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U는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치료받을 기회를 놓쳤다.
U의 아버지는 우울증이 있었다. 그 우울함이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마음속 심연에 자리 잡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내가 집을 나가기 전부터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버지는 우울감이 심하게 올라올 때면 문자 그대로 방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럴 때면 어머니가 육아며 살림이며 모든 일을 해야만 했는데, 그것이 어머니의 가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U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버지의 고집으로 특수반이 아닌 일반반에 소속되어 학교를 다녔다. 이것만 들으면 아버지가 U에게 관심이 지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우울증 약을 먹었고 자신을 잠식해 오는 우울감과 싸우는 것만 해도 너무나 벅차 U를 거의 챙기지 않았다. 그동안 급우들의 괴롭힘은 계속되었고 가끔은 선을 한참 넘은, 순수악에 가까운 행위들도 있었다. 하지만 U는 교사들을 포함한 관계인들로부터 온전한 피해자로 취급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U도 급우들의 괴롭힘에 늘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시비를 건 놈과 치고받고 난 뒤엔 늘 쌍방 학교폭력으로 처리되었고, 아버지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아들 때문에 나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우울감을 떨쳐내고 출석해야만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아버지는 더 버티지 못하고 U를 특수학급에 넣었다. U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특수반에 편입되는 것은 U가 '평범한' 아이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방치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에 대한 악감정이 딱히 없던 U는 그 뒤로 아버지를 증오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자진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스스로를 지독하게 아끼고 돌보는 그가 자신이 우울에 완전히 잡아먹히기 직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는 입원하는 와중에 하나뿐인 아들에 대한 최소한의 죄책감이 들었는지 만 원짜리 세 장을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사실 U는 아버지가 집에 있든 말든 다른 게 없었으므로 식사가 부실해진 것 말고는 딱히 변한 게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U에겐 여름방학이라서 점심이라도 학교에서 해결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 꽤 힘들었다.
아버지가 입원으로 사라진 지 열흘째 되던 날, U는 PC방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버지가 남겨놓고 간 돈은 생수와 라면만 사기에도 빠듯했지만, PC방에 가지 못한 지 일주일이 되어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딱 한 시간만 하고 오자.라고 U는 생각했다. 그때 길고양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길고양이는 U를 보고 야옹, 하고 울더니 U가 자신을 쳐다봐도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U는 왠지 고양이의 시선이 중학교 1학년 때 자신을 비웃던 여학생 무리들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길바닥에 떨어져 있던 ㄱ자로 휜 쇠꼬챙이가 눈에 들어왔다. U는 쇠꼬챙이를 최대한 길게 잡고 고양이에게 다가가 휘둘렀다. 고양이는 재빠르게 뒤걸음 쳐 피했다. U는 이번에는 고양이를 향해 쇠꼬챙이를 내리쳤는데, 고양이는 또다시 그 자리를 피했다.
하하하하.
쟤 좀 봐. 저렇게 한다고 고양이가 죽겠어? 하여튼 병신 같다니까.
야, 방금 냄새 맡은 사람? 나 제대로 맡았잖아.
쟤 엄마 없대. 아하, 그럼 홀애비 냄새인가 보다.
미쳤나 봐, 홀애비래. 존나 웃겨 진짜.
깔깔깔깔.
"왜 안 맞는데, 왜! 이 씹할 년들아. 죽어, 죽어! 죽으라고."
U는 듣는 이 없는 허공에 욕설을 하며 마지막으로 쇠꼬챙이를 집어던졌으나, 쇠꼬챙이는 고양이가 아닌 이웃집 담벼락에 부딪혀 청량한 소리를 내며 길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뭐 하는 거야?"
고개를 돌리자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의아함과 혐오스러움이 반반씩 섞인 얼굴로 U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마치 U가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는 고릴라라도 되는 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말했다. 고양이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왜 불쌍한 고양이한테 그런 짓을 해? 누가 그런 짓을 하라고 가르치던?"
U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속으로 욕을 돌려주었다.
"너, 이 동네 사는 애야?"
U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바닥에 떨어진 쇠꼬챙이를 응시했다.
남자는 허, 참.이라고 중얼거리고는 U 곁을 스쳐 지나갔다. U는 터벅, 터벅 걸어가 쇠꼬챙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방향을 바꿔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너 같은 건 죽어버려야 돼."
U의 기억 속 누군가의 입과 U의 입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 말을 들은 남자의 뇌가 위험을 감지하고 목에게 뒤를 돌아보라고 명령은 내렸지만 목이 미처 실행은 하지 못한 그때,
쇠꼬챙이가 남자의 등에 꽂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