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함께 기억하는 차돌이와 나

by 마잇 윤쌤

대학교 졸업반부터 대학원 입학 전까지, 저는 몇 년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댁에서 지냈습니다.


그때 마당에는 차돌이라는 진돗개가 있었어요. 차돌이는 정말 영특한 아이였죠.


1년에 한두 번 찾아오는 가족들도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던, 사랑스러운 존재였습니다.


대학원을 들어가기 전, 저는 고민도 많고 힘들고 외로웠어요. 답답한 마음에 가끔 마당에 나가 차돌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했고, 필름 카메라로 차돌이의 사진도 한 장 찍어두었어요.


어느 날, 외할머니 댁 동네에 좀도둑이 들었을 때도, 차돌이 덕분에 우리 집은 피해를 피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돌이는 매일 놀러 오고 인사하던 옆집 할머니에게는 무섭게 으르렁 거렸습니다. 어찌나 맹렬히 짖는지, 가족들은 그러지 말라고 차돌이를 나무랐어요.


알고 보니, 옆집 할머니는 외할머니 몰래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가고, 마당에 널려 있던 야채들을 가져갔더군요.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사이, 거실에 혼자 있던 이모가 우연히 그 장면을 보았고, 우리는 그제야 차돌이가 왜 그리 옆집 할머니를 경계했는지 이해했습니다.


진돗개의 영특함에 대해 이야기하다, 딸아이에게 차돌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딸아이는 사진을 보고 싶어 했어요.


딸아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하늘나라로 떠난 차돌이... 오래된 사진첩을 뒤져 차돌이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만...



“어, 맞아. 차돌이는 이렇게 생겼었어…” 하며 저는 오열하고 말았어요.



14살에 떠난 차돌이. 사진을 보니 그리움이 더 깊어졌습니다.


하얗고 매끈했던 털, 등을 쓰다듬어주면 좋아하던 숨결, 차돌이 냄새까지 그대로 기억났어요. 그렇게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차돌이는 항상 자기 집에서 쉴 때도 얼굴이 밖을 향하게 앉곤 했습니다.


그런데 하늘로 떠나기 하루 전날, 처음으로 차돌이는 밖을 등지고 앉아 꼬리를 문밖으로 내려두었죠. 밥도, 물도 먹지 않은 채 야윈 모습… 그날이 차돌이의 마지막이었어요.




“엄마는 이제 강아지는 다시는 못 키울 것 같아.”




집 안에서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저에게, 차돌이와의 시간은 마음 한편에 깊이 남아 있어요.


사진이 남아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딸아이에게도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요.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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