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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롯 레터 Plot Letter May 06. 2022

그런 로맨티스트 또 없습니다

충격...연애편지 대필 논란!

▲  희곡 <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출처: Penguin Books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더욱 익숙한 시라노. 하지만 실제로 그는 17세기 프랑스의 실존 인물이에요. 시라노의 일생을 모티브로 더욱 낭만적이고 애틋하게 재탄생한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영국의 햄릿, 스페인의 돈키호테에 버금가는 프랑스의 대표 희곡이라고.


▲  연극 <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Cyrano de Bergerac) >, 1987

내 코가 석자라, 당신에게 고백할 수 없소 *석자는 약 90cm…


시라노는 당시 문학과 글쓰기에 조예가 깊으며, 철학을 사랑하는 시인이자, 칼솜씨가 뛰어난 검사였어요. 이런 엄친아 같은 면모를 보였던 그도 콤플렉스가 있었으니, 바로 기형적으로 큰 코! 그는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짝사랑하는 여인 록산에게 차마 고백하지 못하고 곁에만 머물렀다고 해요.


▲  영화 <시라노> 속 시라노와 크리스티앙,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던 와중 시라노의 군부대에 잘생긴 청년 크리스티앙이 전입오고, 록산과 크리스티앙은 서로 첫눈에 반해요. 시라노의 마음은 속절 몰라준 채, 록산은 시라노에게 본인과 크리스티앙을 이어달라며 오작교 역할을 부탁하죠. (여기서부터 이미 오열 중)


▲  영화 <시라노> 속 크리스티앙, 출처: 네이버 영화

그래서 시라노는 그 부탁을 들어줬어?


정말 가슴 아프지만, 시라노는 록산의 진심을 크리스티앙에게 전해줘요. 그는 록산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 잘생긴 크리스티앙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게 웬걸? 크리스티앙 역시 록산을 사모하지만, 그 역시 잘생긴 외모와 달리 치명적이 콤플렉스가 있었으니… 바로 어눌한 말솜씨와 글솜씨!

▲  영화 <시라노> 속 시라노, 출처: 네이버 영화

본인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크리스티앙에게, 시라노는 록산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써주겠다고 말해요. 시라노 입장에서는 본인의 외모로는 록산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없으니, 크리스티앙의 외모를 빌려서라도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이죠. 그렇게, 달콤한 연애편지 대필이 시작되는데…



▲  영화 <시라노> 속 드 기쉬 백작과 록산, 출처: 네이버 영화

세상에 이런 짝사랑이 어딨어?!


시라노의 화려한 글솜씨 덕분에,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사랑은 이루어져요. 하지만 록산을 사모하던 사람은 시라노와 크리스티앙만이 아니었어요. 마을 최고의 권력자 드 기쉬 백작 역시 록산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죠. 때문에 크리스티앙과 록산의 사랑이 이어지자 백작은 분노하였고,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을 전쟁터 최전선으로 보내버렸다고.

▲  영화 <시라노> 속 록산, 출처: 네이버 영화

하지만, 그 어떤 시련도 시라노의 뜨거운 마음을 막진 못했어요. 전쟁터에서도 시라노는 적군의 포위망을 뚫어가며, 매일 록산에게 두 통씩 편지를 보냈다고. 편지에 담긴 진심 어린 사랑에 감동한 록산은 전쟁터까지 직접 크리스티앙을 만나러 와요. 하지만 그 때 크리스티앙은 깨닫게 돼요. 록산이 죽음을 무릎 쓰고 전쟁터까지 찾아온 이유는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닌, 편지를 쓴 사람, 즉, 시라노를 사랑해서라는 것을요. 때문에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에게 모든 사실을 록산에게 털어놓자고 부탁했지만, 그만 적군이 쏜 총탄에 맞아 전사하죠. 그의 죽음을 목격한 시라노는 차마 크리스티앙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고.    


▲  영화 <시라노> 속 록산, 출처: 네이버 영화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되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에 잠긴 록산은 속세를 떠나 수녀원에 들어가게 돼요. 그리고 무려 15년 동안이나 시라노는 매주 수녀원을 방문해 록산을 위로해 주죠. 하지만 끝까지 본인이 편지를 쓴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고.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 록산을 보러 수녀원에 가던 도중 시라노는 매복해 있던 적의 기습을 받아 중상을 입게 돼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시라노는 수녀원으로 가 마지막으로 록산을 마주하죠. 그리고는 크리스티앙이 마지막으로 록산에게 썼던, 즉, 자신이 마지막으로 썼던 편지를 함께 읽어요. 시라노가 편지를 읽는 모습을 보며, 록산은 드디어 깨닫게 돼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편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시라노였다는 것을. 시라노는 자신과 크리스티앙 모두를 기억해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록산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둬요.


▲  영화 <시라노> 속 시라노, 출처: 네이버 영화

사람들이 시라노에 열광하는 이유


지금 읽어도 이렇게 재밌고 감동적인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실제 이 희곡을 제작하여 극을 올렸을 때, 초연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해요. 때로는 화려한 검술을 자랑하는 강인한 검사로, 때로는 문학과 철학을 사랑하는 서정적인 시인으로. 대비되는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시라노라는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죠! 


▲  영화 <시라노> 속 시라노와 크리스티앙과 록산, 출처: 네이버 영화

또한, 연애편지를 대신 써준다는 독특한 삼각관계, 인물들 간의 낭만적인 사랑, 그리고 영웅주의적 인물과 희화화된 시라노의 큰 코, 활극*적 요소와 유머러스함. 스토리 안에 대중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적절히 조화되었다고 하니. 이 정도면 햄릿, 돈키호테와 어깨를 견줄만하죠! 덕분에 이 작품은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 되었어요. 각각의 장르마다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다른 표현 방식으로 그들의 사랑을 표현했다고. 


*활극: 싸움, 도망, 모험 따위를 주로 하여 연출한 영화나 연극.


시라노, 실제로 그는 어떤 사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품 속 시라노는 문무를 겸비한, 그야말로 엄친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데요. 과연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실제 시라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출처: Wikimedia Commons

실제로 시라노는 당시 뛰어난 시인이자 검객이었다고 해요. 특히나 문학에 조예가 깊어서 17세기 프랑스의 소설가로 활동을 했는데요. 그는 하늘의 해와 달을 바라보며, '만약 내가 저 달에 가면 어떨까? 저곳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의 세계일 거야!'라고 생각하며, <달나라 여행기>와 <해나라 여행기>라는 작품을 발표했어요. 두 작품은 17세기 최초의 SF소설 이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창작하는데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이. 특히 <달나라 여행기>에는 그가 상상한 달로 날아가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엔 로켓이 연상되는 소재도 있다고 하니, 그의 상상력이 얼마나 풍부했는지 알 수 있죠. 


반대로 작품 속 시라노와 달리, 실제 시라노는 술과 도박싸움그리고 여자를 좋아하는 방탕한 삶을 살았다고 전해져요하지만 워낙 유명한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덕분에우리는 시라노를 낭만 있는 로맨티스트로 기억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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