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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윙크의사 Apr 20. 2023

“저는 심하지 않은 장애인입니다. “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민간단체에서 1972년부터 개최해 오던  ‘재활의 날’에 이어, 1981년부터 국가에서 공식적인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해왔다고 한다. (지식백과 참조)


서른셋에 사고로 한쪽 눈을 잃게 되기 전까지, 나는 부끄럽게도 ’ 장애인의 날‘의 존재도 몰랐다. 장애인이 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 아직은 익숙지 않은 초보 장애인 당사자로서 내가 느낀 바를 조금 풀어보려고 한다.


실명 장애를 받아들이며, 장애 등록 절차를 알아보던 날이 떠오른다. 포털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도, 장애 등록에 정확히 어떤 서류와 절차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었다. 블로그 글의 감질나는 정보 끝에는 “더 궁금하시면 이 번호로 연락하세요~”라는 멘트와 보험설계사 명함이 떡 하니 올라와 있었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지자체(영등포구 주민센터)’와 담당 국가 기관인 ‘연금보험공단’에 전화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 둘은 똑같이 ”우리는 잘 모르니 다른 쪽(지자체는 공단, 공단은 지자체)에 연락해 보세요 “라고 화살을 돌렸다. 홈페이지에 나오는 정보도 다 달랐다. 장애인 본인은 갈 곳 잃은 방황하는 신세로 헤맬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장애를 증명하는 서류를 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야 했고,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잘못되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방황하는 장애인 수만 케이스를 마주해서인지 오히려 제 증명 창구 직원은 척척 알아서 서류를 떼 주었다. 공기관 제출 서류는 밀봉 상태여야 한다는 것도, 그를 통해 처음 배웠다.


가장 불편하고 마음이 다쳤던 것은, 장애를 나눠 부르는 ‘이름‘이었다. 2019년부터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장애인들은 두 가지 분류로 나뉘었다.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  1급, 2급 혹은 가군, 나군이라는 비차별적 숫자/글자 분류도 많은데, 누군 심하고 누군 심하지 않다는 용어로 장애인을 가르는, 말뿐인 ‘등급제 폐지’가 과연 맞는가.


등급에서 정도로 용어를 바꿨다고 하지만, ‘심하다’ ‘심하지 않다’라는 주관적 표현에 장애인 본인과 가족들은 마음을 몇 차례나 더 다친다. 실제로 내 동생은 내가 ’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라고 했더니 왈칵 눈물을 쏟았다. 갑작스러운 신체 상실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국가가 가벼이 여기고 폄훼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만일 ‘심한 장애인’으로 분류되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정도가 심하다는 표현 하나만으로, 장애인의 사회 복귀, 회생의 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다. 용어 하나만으로, 국가가 2차 피해를 가하는 현실이다. 당신이 어느 정도의 장애인인가를 물으면, 우리는 “저는 심한 장애인입니다. 저는 심하지 않은 장애인입니다”라고 답해야 한다.


기존의 6등급 체계에서 간소화된 2개 분류는, 복지서비스 제공 차원에서도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다. 포털 서비스에 ‘장애등급’이라고만 쳐도 수많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혼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지자체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과거 등급 분류로 설명이 되어 있으니,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는 과연 누가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을까.


장애는 그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아픔과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장애인에게, 국가가 따뜻한 보살핌은 못 줘도 날카로운 2차 피해를 가하는 것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의 배려와 따뜻한 공존이 가능한 사회, 첫 ‘장애인의 날’을 맞이한 초보 장애인이 꿈꾸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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