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가족은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했다.
형편 때문에 더 나은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억울한 아버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던 스물넷에 결혼해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쏟은 어머니
욕망이 투영된 한국 교육 시장의 쳇바퀴에서, 부모에게 인정 받고 기쁨을 주고 싶었던 나
눈을 잃고 뒤돌아 생각해보니,
모든 가족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진짜 문제는 아니었다.
이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유한한 삶을 가진,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겪는 숙명 같은 것.
예상치 못하게 마음을 주고, 예상치 못하게 상처를 받고,
또 예상치 못하게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희로애락을
지나치는 과정 또한 인간이기에 그렇다.
가족은 잘못이 없다.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손아귀에 쥐려고 애쓰는,
그러면서도 어디선가는 위안받고 인정받고 싶은,
불쌍하고 가여운 인간이기에 그렇다. 우리 모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