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대한 해체가 필요한 시대
가끔 스스로의 욕망에 잡아 먹힐 것 같은 두려움이 드는 때가 있다.
그 욕망의 종류는 식욕, 성욕, 물욕에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욕망 등 내용만 차이가 날 뿐,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고 이루고 싶은 감정이라는 차원에서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욕망이 화르르 불타오를 때 나란 존재는 이성도, 논리도 사라진 채, 욕망의 지배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 같다.
욕망이라는 것은, 만족되거나 혹은 잊혀지면 사라진다. 아무리 간절하게 먹고 싶었던 음식도, 시간이 지나 배고픔이 충족되면 왜 그토록 팀했는지 모를 정도로 강했던 욕망이 잦아든다. 헤어진 연인이 보고 싶어 미치겠는 그 강한 열망도, 시간이 지나 잊혀지면 잠잠 해지고 당시의 내가 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처럼 욕망은, 어느 순간에는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억세고 강한 불길이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서서히 잦아들어 존재조차 잊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이 욕망 에너지의 근원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다면, 나 자신을 지혜롭게 잘 사용하는 일종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욕망이 있다. 인격 형성 과정에서 무심코 쌓인 결핍은 제 자신도 알기 어려운 욕망과 방어 기제로 분출된다. 따라서, 욕망의 뿌리를 찾아 들어가는 과정은, 스스로의 결핍과 공허를 마주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렵고 자꾸 회피하고 싶지만, 알지 못하면 나아지기 어렵다는 세상의 이치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강렬한 불길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 해진다. 욕망도 마찬가지다. 타오르던 에너지가 소멸되면, 재처럼 타버린 나라는 존재가 앙상하게 남는다. 이유도 모른 채 새까만 재가 되기보다는 스스로 강하게 원했던 대상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욕망의 분출이 아닌 수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