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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YER SYSY May 06. 2022

자동으로 기록되는 게임

게임 자동기록 기능 필요성에 대해서


들어가면서...


오늘날 다양한 게임들은 ‘다시 보기’ 기능을 가지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대전 게임뿐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의 ‘최근 게임 기록하기’ 기능까지 게임에서 기록은 이제 필수 기능으로 여겨진다. 대전 게임에서 기록 기능의 필요성은 명백하다. 대결하는 특성상 자신의 실수를 줄이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여타 스포츠 장르처럼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을 만들기 위해 영상 기록을 돌려봐야 한다. 투구폼을 교정하고 타자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경기 후 영상 자료를 찾아보는 야구선수처럼, 게이머도 영상 기록을 통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특이하게 이런 기록 기능은 대전 게임이 아닌 싱글 플레이 게임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경쟁이 비교적 낮은 게임에서도 기록이 강조되며, 더 나아가 게임에 ‘자동 기록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억하려는 욕망, 기록

게임에서 기록이 강조되는 추세를 이해하기 위해선 인간이 왜 기록을 남기는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인간은 특이한 경험을 하면 그 경험을 기록해 오랫동안 기억한다. 해외여행을 가서 관광지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콘서트를 가서 광란의 시간을 동영상으로 남기기도 하며, 심지어 하루 경험을 일기장에 기록하여 추억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 기록은 자신의 경험을 오랫동안 남기려는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기록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누구나 특이한 경험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기록을 실력 개선을 위한 피드백 용도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피드백이 아닌 기억의 용도로 사용한다. 미래의 한 시점에서 다시 그 경험을 떠올렸을 때 보다 생생하게 추억하기 위해서 기록을 사용한다.


인간이 특이한 경험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본능은 경험을 강조하는 게임에서도 나타난다. 게임은 전통 미디어와 달리 경험이 중심이 되는 미디어이다. 글, 영상과 같은 전통 미디어는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수동적이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인다. 수용의 과정에서 자신이 ‘과거’에 했던 경험이 영향을 미치며 다른 감상을 낳는다. 반면 게임은 능동적이고 시스템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뿐만 아니라 지금부터 할 경험(play)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 일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게임에서 특이한 일을 경험하면 그것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 유저는 기록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유저는 게임의 장면을 스크린샷을 찍거나, 영상으로 자신의 경험을 추억으로 남긴다.



게임과 기록, 그리고 '자동'


그런데 특이하게도 게임에서 기록은 ‘자동’의 방향으로 탑재되고 있다. 일상에서 특이한 경험을 기록하겠다며 카메라를 항상 켜고 다니는 사람은 살펴보기 어렵지만, 게임은 자동 기록을 추구하며 발전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최근 게임 플레이 저장하기’이 좋은 예시이다. 해당 기능은 저장을 결정한 시점으로부터 1시간 전까지의 플레이 영상을 저장해주는 시스템이다. 즉 1시간 동안의 플레이는 계속해서 플레이스테이션에 저장되고 있다. 유저가 필요할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녹화는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다. 일상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자동 기록이 게임에서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일상과 달리 게임에서 자동 기록이 필요한 이유는 게임의 경험이 비 예측적이고, 반복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시스템이 정해진 루틴으로 규칙적인 동작을 하던 고전적인 게임과 달리 오늘날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위에 대응하거나 불규칙한 패턴을 하는 불규칙적 특성으로 진화했다. 학창 시절 동아리 컴퓨터로 메탈슬러그를 즐기던 친구는 시스템을 통째로 외워 최적화된 플레이를 보여주곤 했다. 이런 암기식 플레이는 불규칙성이 강조되는 오픈 월드 게임에서는 하기 힘들어졌다. 불규칙적이라는 것은 예측되지 않음을 나타낸다. 또한, 매번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게임을 하며 종종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운 광경을 맞이한다.

게임은 다른 미디어와 다르게 반복이 어렵다. 사진과 그림 같은 정적인 매체는 반복이 용이하다. 영상의 경우에도 타임 바를 통해 원하는 대로 시간대를 이동하며 반복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게임은 경험이 핵심이 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참여가 필요하다. 타임라인만 조절하면 되는 영상과 달리 게임은 특정 경험을 반복하기 위해서는 그 경험을 포함하는 챕터 혹은 경기를 처음부터 플레이해야 한다. 심지어 대전 게임의 경우 경쟁자의 실력에 따라서 해당 경험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예측되지 않으며 반복되지 않는 특징은 플레이어가 기록하고 싶은 순간을 예상해서 남기기 어렵게 만들었다. 따라서 순간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선택형보다, 플레이 순간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있는 자동 기록 방식이 게임에는 더 잘 맞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게임의 타입에 자동 기록 방식이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장르 상 예측성이 높고 반복 가능한 게임도 있다. 대표적으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같은 스토리 내러티브 위주의 게임이다. 스토리 자체가 예측 불가능하긴 하나 언제든지 그 순간을 다시 변함없이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준비된 상태에서 그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 반면 불규칙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대전 게임의 경우 자동 기록이 더 잘 맞는다. 콤보를 강조한 액션 게임의 경우에도 플레이어의 플레이에 따라 매번 다른 경험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자동 기록이 잘 어울린다.



끝으로...


자동 기록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기록을 풍부하게 해 주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용량을 상당히 차지한다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저장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기록을 하는 동안 보관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저장 공간이 부족한 플레이어에게는 좋은 방식이 아닐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록물을 하드웨어가 아닌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방식이 있기도 하지만, 기록과 동시에 업로드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기계 연산이 높아져 플레이의 쾌적도가 떨어다.


게임은 영상 매체와 같이 주류 미디어로 성장하고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증가하고 있고 게임은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다양해진 만큼 게임을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자신이 즐겼던 게임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기록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자동 기록과 같은 기술의 도입으로 플레이어는 자신의 플레이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지만, 기술적 한계가 뚜렷하다. 심지어 아직 기록 기능을 넣지 않으며 기록을 하기 위해서 플레이어의 노력이  필요한 게임도 존재한다. 앞으로 게임 개발사가 기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보다 향상된 기술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스템을 개발, 도입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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