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천국을 맛보았다

왜 다들 그렇게 세부, 세부 하는지 알겠다

by 엄마 엘리

아이 23개월 무렵, 가족 여행지로 인기 높은 '세부'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1) 비행시간이 짧을 것

2) 12월에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더울 것

3) 23개월 아기를 위한 시설이 잘 되어있을 것


이렇게 3가지를 염두한 끝에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지로 세부를 선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부는 아이랑 함께 하기에 정말 천국 같은 곳이었다.



12월 초의 세부는 청량하고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씨가 이어졌다


아이와의 첫 해외여행, 짧은 비행시간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다


세부는 인천에서 출발해 4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어린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에서 짧은 비행거리는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일단, 세부는 비교적 짧은 비행으로 갈 수 있는 곳이라 좋았다. 일본, 중국 등 더 가까운 곳들이 있었지만 12월에 수영할 만큼 덥지가 않아 패스.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한 겨울에서 한 여름으로 이동하는 것이었기에 더운 나라만 찾아보았고, 그중 비행시간이 덜 부담스러운 세부를 택한 것이었다.



캐리어에 쏙 ㅋㅋ 채유의 첫 해외발 비행은 고단했다


당시 23개월이었던 채유는 제주도를 제외한 긴 비행이 처음이었다. 한 번도 멀리 나간 적이 없는 우리 부부는 아이와의 첫 해외여행을 계획하고는 바짝 긴장을 했다. 우선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부터 아이의 심기는 불편했다. 갑갑한 카시트가 싫다고 떼를 쓰고 우는 아이를 보며 비행기 안에서 저러면 어쩌지, 걱정과 우려가 교차했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원래 갇혀있는 공간을 유독 못 견뎌하는 아이인데 앞, 뒤, 옆으로 빽빽한 좌석에다가 엄마 무릎에 앉아가야 하는 신세를 깨닫곤 아이는 참을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비행기가 뜨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밤 비행기라 그래도 잠자면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는 당황스러웠고, 아이가 먹는 우유 개수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해 우는 아이를 달랠 도리가 없었다. (아이는 낮잠이건 밤잠이건 자기 전에 꼭 흰 우유를 먹고 자는데 이 우유 개수의 사태는 여행 내내 나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있다면 꼭! 통로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 그것도 모른 채 나는 창가 자리를 선택하는 실수를 범했다. (아이가 창밖을 보는 것도 아닌데 왜? 거기다 밤 비행기였는데 왜?)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려고 옆 사람에게 겨우 양해를 구해 복도로 나가 앞뒤로 거닐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라 돌아오지 못했다. 평소 누워서 자는 아이는 아기띠도 불편해서 징징거렸지만 다행히 졸음이 그 불편함을 금세 잠재워줬다. 덕분에 나는 거의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로 최악의 비행을 했고 어서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도했다. 4시간 30분이 10시간처럼 느껴졌다.



여행의 목적은 단 하나, 한 여름을 느끼며 수영하기


평소 물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이번 겨울 여행의 목적이 분명했다. 한 여름을 느끼며 유유자적 수영하는 시간으로 꽉 채우기. 눈 뜨자마자 수영하고, 조식 먹고 수영하고, 점심 먹고 수영하고, 낮잠 자고 나서 또 수영하고...

이번 여행은 아이랑 함께하는 여행이니만큼, 모든 것이 아이의 컨디션에 달렸었다. 다행히 채유는 세부의 화창한 날씨와 수영장과 바다를 너무나 좋아했다. 꼬박 4일 내내 수영을 하더니 나중에는 깊은 물에도 혼자 들어가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가 이렇게 잘 놀아주니 행복하구나. 이 맛에 여행 오는구나. 다음에 또 와야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샹그릴라 리조트에 머무는 4일간 내내 프라이빗 비치와 유아 전용 풀장에서 수영을 즐긴 23개월의 채유



리조트는 샹그릴라 리조트 4박으로 결정했다. 4박 펄패키지로 조식과 석식까지 나오는 패키지를 선택했다. 우리 부부의 여행 스타일과는 정반대였지만, 치안이 별로 좋지 않고 길이 좋지 않은 세부에서 어린아이와 함께 현지 식당을 오가거나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세부 내에 리조트는 정말 많았지만 한 곳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샹그릴라 리조트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조식도 2곳에서 나눠 먹을 수 있어 지겹지 않았고, 석식 3곳 모두 다른 식당을 택할 수 있어서 역시 만족스러웠다.


가성비를 따지자면 결코 훌륭하다고 할 순 없겠으나, 모든 시설과 서비스, 편의성에서 백점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흡족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예약하고 이동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룸서비스도 잘 되어있으며, 아이와 함께 리조트 내에 있는 유아 전용 풀장과 미끄럼틀, 물고기가 가득한 리조트 전용 비치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아이 친화적인 환경, 프로그램, 놀이시설 등 가족 여행자를 위한 파라다이스


세부 여행이 유독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마도 리조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샹그릴라 리조트는 가족 여행자들을 위한 천국과 다름없었다.


토들러와 어린이를 나눠 운영하는 키즈 카페, 바닷가에서 마련된 모래놀이 세트와 아이 전용 구명조끼, 요일별 시간별 다채로운 키즈 액티비티 운영, 조식과 석식에 마련된 키즈 푸드 코너, 조식 대기 시간 동안 기다리는 아이를 위한 풍선, 퍼즐, 소꿉놀이 장난감 제공 등 뭐 하나 아이를 배려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은 무료.


리조트의 세심한 배려로 아이는 재밌고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아이가 좋아하니 부모 역시 편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바닷가에 비치된 모래놀이 세트와 시간별 마련된 키즈 액티비티
오락실같은 엔터테인먼트존과 토들러 대상 운영하는 작은 키즈존
아이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조식과 석식 뷔페



리조트 내에서 모든 것이 해결이 되니 4일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여행을 가면 꼭 현지 식당에서 밥을 먹고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곳곳을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부부에게도 세부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여행 내내 아이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잤으니 이보다 완벽할 순 없지 않은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와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천국 같은 세부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다시 간다고 해도 세부는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곧 다시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