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 에어비앤비

by 라프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게 된 건 명상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직장과 집이 홍대였는데 일주일에 월 수 금은 아침 7시 명상 수업을 듣기 위해 전날 센터 근처에 살던 애인 집에 가서 잤다. 한 달에 절반 혹은 절반 이상 시간을 비워두는데 월세 40만 원과 관리비를 내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월세나 벌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에어비앤비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시작하려고 보니 맨 위층에 살고 있던 집주인이 마음에 걸렸다. 낯선 사람이 계속 왔다 갔다 하면 누구냐고 물어볼 것이고, 곤란한 상황이 생길 것 같아 에어비앤비를 할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살던 집의 옆 옆 건물에 더 넓고 좋은 방이 있었다. 심지어 집주인에게 동의를 받기 위해 계약하기 전부터 '에어비앤비를 해 보려고 한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본인도 한 번 해볼까 생각 중이었다'라며 흔쾌히 허락을 해 주었다. 실제 에이비앤비를 한 뒤에 이 분은 게스트들이 집을 못 찾는 일이 생기거나 하면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등 큰 역할을 해 주셨다.


#7월의 여름, 에어비앤비 투자 자금 펀딩 시작

에어비앤비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각종 가구에서부터 온갖 집기까지 다양한 물품이 필요했고, 꽤 오래된 집을 어느 정도 꾸미기 위한 비용도 필요했다. 당시 모아둔 돈이 한 푼도 없던 나는 펀딩을 받기로 결정했다. 텀블벅 같은 곳에서는 심사에 통과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준비과정이 어려울 것 같아서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로 돈을 벌어 기대했던 것은 어디에 가서 살든 '캐리어 하나' 정도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짐을 줄이는 것, '밥벌이에 소요되는 시간(직. 장. 생. 활)'을 줄이고, '자유로운 삶(명상 요가 지도자, 책 읽고 글쓰기 등)'을 만들기, 우리 집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곳곳에 숨겨진 진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3가지의 목표였다.


목표 금액은 100만 원으로 화장실 샤워커튼, 창문 블라인드, 인테리어 및 욕실용품, 침대 커버 및 베개 등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 수입이 생기기 시작하면 펀딩 한 사람들에게 소정의 이자를 더해 상환하기로 했다. 지인들에게 펀딩 받는다는 공지를 띄웠다. 이미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펀딩을 진행한 바 있어서 그런지 에어비앤비를 해 보고 싶은 마음과 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열 분이 기꺼이 펀딩에 참여해 주었다.


이사와 함께 인테리어 시작

가을,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다. 수납공간이 없어 방바닥에 짐이 널려있어 막막하고 머리가 아팠다. 집은 원룸이지만 화장실로 가는 길에 있는 주방이 복도식으로 되어 있어 공간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옛날 집이라 집이 꽤 넓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투자금을 받아 본격적으로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화장실 문과 벽, 거울, 그리고 가스 배관 등 모든 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여과 없이 보였다. 녹슨 문과 지저분한 천장 루바 그리고 물방울무늬 커튼 봉까지 손 대야 할 곳이 한 둘이 아니지만 힘내서 으샤으샤 시작!

이사 직후의 사진으로 이때만해도 절망적이었다. 정리유전자가 별로 없는 내가 과연 정리를 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러 지인의 도움과 애인의 살신성인(?)으로 그럴싸한 집이 되었다.

이사 직후 싱크대 앞에 널려 있던 짐들은 결국 다 버리거나 정리했다.

화장실은 손 볼 곳이 정말 많았는데 다이소의 싸구려 샤워커튼을 이케아 샤워커튼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다.

세월을 따라 까맣게 변해버린 벽의 줄눈은 백색시멘트로 하얗게 만들었고, 수많은 점이 박혀있는 거울도 새 거울로 교체했다. 욕실장도 깔끔한 화이트 장으로 새로 장만했다.

가장 큰 문제였던 화장실문도 새문으로 변신~ 그리고 화장실 문틀을 포함해 흰색 페인트로 칠할 수 있는 부분은 전부 하얗게 칠했다.


이사는 에어비앤비와 함께

홍대 집에서 에어비앤비 운영을 1년여 정도 한 뒤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투룸월세를 구했다. 그리고 방 하나로 새로운 에이버앤비를 시작했다. 이후에 4번의 이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기존의 에어비앤비를 닫고 새로운 에어비앤비를 오픈했다.


요즘은 투잡, N 잡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사람도 많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도 많다. '월세만 벌어보자'라는 소소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운영해서 그런지 늘 그 정도만 벌었던 것 같다. 아직 처음 에어비앤비를 시작할 때의 목표였던 '자유로운 삶'을 구현해 내지는 못했지만 나 역시 그 삶에 대한 목표는 여전히 가지고 있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혹 괜찮은 방법 아시면 추천해 주시길.ㅎ


아무튼 앞으로도 '주거공간의 이동’과 '에어비앤비'는 한 몸으로 계속 이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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