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업에 메일을 보냈다

by 라프

때는 바야흐로 2018년. 모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꿈의 기업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일할 직원을 뽑는 과정을 소개했다. 사실 그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에 알고 있던 회사였는데, 이 회사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 채용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치라고 합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도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으며 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글을 쓰고 있는데요. 문득, 내가 잘해 왔던, 혹은 잘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잘 펼쳐볼 수 있는 회사가 어디 있을까? 생각해보니, J사가 떠올랐습니다. 아래 링크는 제가 요즘에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입니다. 아직 몇 개 없지만, 지금까지의 제 삶과, 현재의 삶이 어느 정도는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해 첨부합니다. 그리고 브런치 링크를 함께 보냈다) 보시고, 언젠가 J사에서 저와 같은 사람이 필요한 포지션이 있다면, 함께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기대해 봅니다. 메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채용 담당자에게 답장이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신치님, 링크로 걸어주신 브런치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자신의 삶을 글로 정리하는 일은 웬만한 즐거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글이 쌓여 비소로 나 자신이 될 때 더 큰 기쁨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더 차곡차곡 추억을 저장하시기 바라겠습니다. J 드림


완곡하고 굉장히 친절한 거절의 메일이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 메일에서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내 글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그건 바로 채용 담당자가 쓴


더 차곡차곡 추억을 저장하시기 바라겠습니다

라는 문구 때문이었는데. 이 문구에서 나는 '아차'싶었다.


아.. 내 글이 이렇게 개인적인 기록으로 읽히는구나. 누군가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글,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글이라기보다 '나만의 개인적인 추억을 담는 일기장' 같은 글이구나.


하고 말이다. 사실 이때부터 글쓰기를 잠시 중단했다. 나만 보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들도 보고 좋아해 줄 수 있는 그런 멋들어진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공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런 내공이 쌓일 때(?)까지 잠시 글쓰기와 책 읽기를 접었다.




2019년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고, 때마침 2020년 초 '수상한 북클럽'라는 글쓰기 모임 멤버들과 세 달간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기로 약속했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브런치에 쓴 내 글이 포털 사이트 다음 메인에 걸렸으면 하고 바랐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나는 여전히 '일기를 쓰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매일매일 쓰다 보니 그중에 한 두 개의 글은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울림을 주거나 공감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이 되었다. 그리고 글쓰기 한 달이 넘어가고.. 수상한 북클럽 두 번째 모임을 하는 날 회사에서 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간 걸 확인하다가 우연히 내가 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가 있는 걸 확인했다.

오 마이 갓! 이런 감격적인 순간이 오다니. 내용이야 어찌 됐든. 광장에 내 글이 걸리다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개인의 추억이 아닌 개인의 추억을 넘어서기 시작한 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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